어제 주빈메타가 지휘하는 이스라엘 필하모니 음악회에 다녀왔다.
어제와 오늘인데 레퍼토리가 다 듣고 싶은 거라 한참을 고민하다 결국 어제 슈베르트와 말러로 결정. 오늘은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와 신세계다. 신세계야 들을 기회가 많지만 짜라투스트라는 한 번도 음악회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안타까왔지만 어쩌겠나.
참 내가 음악회를 가는 이유는 내가 음악을 잘 알기때문이 아니다(혹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ㅎㅎ)
다른 음악을 좀 들어볼까하고 신랑의 씨디 잔뜩 가져다놓고 잠시 외도를 했었는데 잘 모르긴해도 그리고 바르톡같이 불협화음이더라도 난 그저 고전음악을 들어야 마음이 편하다
그냥 집에서 듣는 것보다 집중하기가 쉽고 음악회장에 앉아 음악을 들으면 그냥 행복한 게 이유다.
덧붙여 유명하신 분들이 직접 연주하는 걸 듣는단 허영심도 좀 있고 또 쉬는 시간에 마시는 포도주나 스파클링와인도 좋고 음악회 온 사람들의 옷차림구경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그런데 어제 새로운 재미가 또 생겼다.
우리는 생활이 불안정한 관계로 늘 막판에 표를 사다보니 비싼 표를 주로산다. 그나마도 남아있으면 다행이고 반타작은 다 팔렸다는 매정한 소리를 듣고는 흐느적 흐느적 걸어오다 중간에 있는 슈퍼에서 그래 맛있는 포도주나 마시자, 다시 기운을 내서 포도주 병 들고 덜렁 덜렁 집에 오곤한다.
그런데 이번엔 좀 일찍 산 관계로 싼표가(그래봤자 오케스트라니 뭐 독주회 가장 비싼 표보다도 비싸다만) 있더라는 것.
한번도 산적이 없는 자리라 잠시 고민을 하다 그래 한 번 사보자 (두 장이면 얼마가 절약이냐란 알뜰함도 작용..ㅎㅎ) 싶어 오케스트라 양옆 자리중 무대에서 베이스가 있는 오른쪽 자리로 골랐다.
어차피 음향이야 아주 괜찮진 않을테니 이왕이면 베이스가 잘 들리는 자리가 낫겠다 싶어서 말이다.
그런데..아뿔사 이 주빈메타 아저씨는 오케스트라 배열을 저렇게 해버렸다는 것..ㅜㅜ 멀어져간 베이스들이며 거기다 타악기까지도 저쪽으로 밀리고 바로 옆으로 트롬봄과 튜바까지 배열..^^;;
어쩌겠냐, 여기서도 내 인생관인 이미 일어난 일에 열받지 말자..ㅎㅎ 의 취지로 귀를 쫑긋 세우고 감상을 하는데 이런 자리가 처음이어서 그런지 소리따라서 연주자들을 쫓아다니는게 너무 재밌더라는 거다.
보통 자리에서였으면 그냥 음악듣고 지휘자를 열심히 봤을텐데 연주자들 쫓아다니다보니 지휘자 볼 시간이 없다..ㅎㅎ
현악기 활이 분주하게 왔다리 갔다리 하고 가끔씩 울리는 심벌즈주자쪽을 보니 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던 그 농담 (바이올린 주자들은 열심히 켜면서 십원 이십원 삼십원하고 있고 심벌즈 주자는 한 번에 삼십만원~~~ 외친다는 그 농담말이다..ㅎㅎ)도 생각나고 유쾌한 분위기의 라울뒤피의 그림도 생각나는게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말러라는 말에 인상을 찌푸렸던 내 남자마저도 한 시간넘는 말러 교향곡 7번을 아주 재밌게(!) 감상했다는 것.
음악이 들리는 게 아니라 보였다고 할까.
위에서 바로 오케스트라단원들을 내려다 보는 거 진짜 재밌더라..ㅎㅎ
사진을 찍으면 안되는 관계로 도촬을 하다보니 좀 흔들렸다만 (사실 뒤에서 직원아주머니가 보시곤 제지차 다가오시다 포기하시더라만..ㅎㅎ) 꽉 찬 홀
설마 내가 예의없이 음악회중에 사진을 찍었겠냐 음악끝나고 다들 열광하는 틈을 타서 찍었다..ㅎㅎ
위에서 내려다보니 골수(?) 유대인들의 표시인 빵떡모자 (가끔 전 수상 네탄야후가 쓰고 나타나던)를 쓰신 분도 두 분이나 되더라.
한 두 곡 정도 소품으로 앵콜곡을 해줄만도 하건만 들어갔다 나왔다 박수만 열나게 받고 입을 딱 닦으시던 지휘자 아저씨..^^
둘 다 술이 취해 간 관계로 중간에 마신 술까지 술이 덜 깬 상태로 음악회는 끝나버렸고 자리때문에 재밌었다는 이야기와 말러부인이었던 알마의 남성편력에 대한 수다를 떨며 흐느적 거리며 걸어오다보니
오메 오늘 뭔 날이더냐, 역시 흔들렸지만 도쿄타워가 옷을 갈아입었네.
음악회가기전에도 이런 모습이라 뭔이다냐 하고 사진 한 장 찍었구만..ㅎㅎ
어쨌든 전반적인 소리에선 확실히 떨어지니까 늘 그럴 순 없더라도 가끔은 그 자리에 앉아서 음악회를 구경(!)하면 좋겠단 생각을 했더니만 산토리홀이 사월부터 팔월까지 문을 닫는단다..ㅜㅜ
우리는 여러 사정상 산토리홀을 이용할 운명인데 오개월이나 문을 닫으면 어쩌란 말이냐.
물론 한달에 한 번 정도 갈 생각이었으니까 두 사람이면 열 장. 그 돈이면 포도주가 몇 병이냐란 생각을 안하는 건 아니다만..^^;;
아 그래도 너무해.
2007.03.18 Tokyo에서..사야
역시나 다음엔 7번은 없구요 이번에 삼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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