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친구들을 통해 나 들여다보기

史野 2007. 3. 1. 11:00

백만번도 더 이야기했지만 떠도는 생활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건 사실 언어보다 친구다. 친구에 대한 내 갈증, 그리고 한국에 남겨진 친구들에게 힘들때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미안함. 때론 소통의 부재.

 

사실 나같이 떠돌며 사는 인간에게 인터넷이야말로 가장 큰 위로가 되는 공간이다. 오죽하면 신랑이 내가 한국어로 인터넷을 하기시작한후 인생이 편안해보인다는 말을 했을까.

 

뭔가를 올리고 곧 공감하고 보통 사람들이 친구들을 만나거나 전화로 수다를 떨듯이 나는 이 공간에서 뭔가를 끊임없이 끄적이며 소통의 대상을 찾아 헤맸다.

 

문제라면 나는 인터넷관계를 믿지 않는다는 것. 인간이란 서로 얼굴을 보고 표정과 몸짓 목소리까지 합해져야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는 여전히 디지털인간이 아닌 아날로그적 인간이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는데까지 내가 7년간 한국인터넷을 헤매며 일어난 많은 일들이 단단히 한몫을 했겠지만 말이다. 내게 인터넷관계란 물거품과 같았다. 너무나 쉽게 다가와서 불꽃처럼 타오르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그런 관계랄까.

 

모든 인간이 마찬가지겠지만 이해받고 싶고 이해하고 싶은 그 근원적인 소망. 그게 쉽다면 왜 인간들이 늘 그리 괴로와하고 힘들어하겠는가.

 

어쨌든 이번에 오프에서 만난 세 명의 친구들이 거의 동시에 다녀갔다. 세 명이 모두 고등학교 동창이라던지 대학동창이라던지 하면 상황이 좀 달랐겠지만 나란 매개체를 빼면 인생에서 어떤 경우에도 부딪히지 못했을 그런 사람들이 말이다.

 

자란 환경도 나이도 하는 일도 평소 사는 모습도 모두 다른 사람들. 그들이 한 집에 모여 같은 화장실을 쓰며 몇 일을 함께 지내는 일이 쉽지 않았을텐데 고맙게도 모두들 배려를 많이 해줘서 걱정했던 것보다는 훨씬 좋은 시간을 가졌다.

 

특히 모두 아이가 없어 한 친구의 아들내미가 상당히 걱정이었는데 이 놈이 어찌나 아무거나 잘 먹고 어른스럽고 또 착하던지 너무 이뻤다. 

 

내가 유일하게 자신있는 언어는 모국어로 끊임없이 풀어낸 시간들에 많은 위로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뭘까. 이번엔 참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렇게 먼길을 나를 만나러 와준 친구들에게 고마우면서도 과연 내가 그들에게 좋은 친구일까 아니 더 나아가 우린 정말 친구일까하는 물음까지..

 

나도 그들도 꼭 필요할때 옆에 있어줄 수 없는데 그리고 여태도 그러지 못했는데 앞으로도 그러지 못할텐데 그런 관계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아무리 오프에서 만났어도 볼거 못 볼거 보인 관계가 아니기에, 아니 세월이 쌓였어도 어쩌다 가끔 만나는 그런 친구이기에 인터넷에서와 다를 바 없이 그들에게도 내 모습이 과장되어있는 건 아닐까.

 

재수없다고 생각해도 좋지만 내 친구들은 다 내가 굉장히 괜찮은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동시에 굉장히 까다로운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어려워한다.

 

나도 부족한 점이 너무나 많은 그저 그렇고 그런 인간인데 내게 잘보이고 싶어하고 내게 인정받고 싶어한다. 친구는 그냥 그러지 않아도 되는 거 그게 친구아닌가?

 

어쩌면 나는 나를 비판하지않고 충고같은 것도 안해주는 그런 친구들만 좋아하고 골라사귀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까지 했다.

 

혹은 지난 번에 엄마문제를 쓰며 언급했었지만 나를 포장하는데 너무 익숙해져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에 어제 술이 만땅 취해서는 서울에 있는 한 친구랑 오랜 통화를 했다. 그런데 그 친구왈 요즘 내 블로그 글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한다며 우리가 만날때 단 한번도 내가 엄마문제에 대해 언급해본 적이 없단다. 

 

그러니까 나는 자신만만하고 잘난 인간이 아니라 사실은 자신없고 혹은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떠는 그런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도 엄마는 기분이 아주 좋을때는 우리막내딸같이 괜찮은 사람이 없다는 언급을 하다가 기분이 나빠지니까 아주 정떨어지는 얼굴로 당장 '니까짓게 뭐라고' 했더랬다. 그 상황에 대해서 친구들이 오기 바로 전 올케언니랑 오래 통화를 했더랬는데 어쩌면 나는 모든 사람들이 내게 엄마처럼 할까봐 불안한 건지도..

 

위에 언급했지만 너무 다른 친구들이 한꺼번에 와서였는지 열흘가까이 이런 생각들을 하느라 머리가 복잡했다.

 

어쩌면 진작에 했어야하는 고민이었는지도 모르는데 지금이라도 하게되었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련다.

 

그리고 이렇게 자꾸 가다보면 언젠가 내 병에서 회복되는 날도 오지 않을까라는 희망으로 말이다.

 

 

작년에 모님이 나를 처음 만나고 가셔서는 사야님은 글이랑 똑같이 쓸쓸하고 소녀같은 분이라고 하셨던데 소녀같은 건 모르겠고 지대로 쓸쓸한 분위기의 사진 한 장..^^ -이번에 걸어다니다 우연히 들어간 재즈음악이 끝내주고 주인아저씨가 너무 멋졌던 재즈카페에서  

 

 

그리고 사실은 한국가서 머리를 자르고 왔는데 피눈물나게 뺐던 살이 도로 늘어온 관계로 차마 사진을 못 올리고 있었는데 슬며시 이렇게 한 장..^^ - 친구아들 문화체험 차원에서 찾아갔던 메이지신궁에서

 

 

 

 

 

 

2007.03.01.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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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도 모두 들어와 읽을텐데 그냥 내 속에 있는 생각들을 편하게 남긴다.  

 

어쨌든 모두 여러 고민들을 안고 왔을텐데 정신없는 상황이 되어버려 미안하고 

관광도 제대로 못 시켜주고 술만 디립다 멕여서 그것도 미안하고

다 내 친구라고 서로를 배려해준 거 너무 고맙고

손님대접 안해준게 더 편했다고 해서 고맙고(실제로 지금 아무도 설겆이 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부엌이 엉망임..^^;;)

내 잘못이긴해도 다 그냥 가버려서 저 책들을 어떻게 갖다주나 생각하면 밉고..^^

 

특히나 더블린바에서 내 주정을 고스란히 받은 두 사람,

알고 있을거라고 믿으면서도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지만 토시하나 안틀리고 다 기억나니까 당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노력해주길 다시 간절히 부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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