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당신이 떠나셨군요

史野 2007. 3. 10. 10:56

누구라도 한 번은 가는 길인데

 

당신이 떠나셨단 소식을 접하고

 

가슴에 이는 찬바람을 어쩌지 못하겠습니다.

 

 

어떻게 가셨나요.

 

당신이 아끼시던 이 많은 아름다움을 뒤로하고

 

당신같은 耽美主義者가 어떻게 떠나셨나요.

 

 

당신의 마지막은 가장 당신다운 모습이었습니다

 

우리가 했던 젓가락싸움을 기억합니다

 

딱 그랬겠지요

 

그때의 그 눈빛이었겠지요

 

아니 혹 당신이 추구하던 눈을 감는 境地에

 

당신은 들어가셨을까요.

 

 

당신은 어느 차가운 땅에 누워계실까요

 

아니면 한줌의 재가 되셨을까요

 

당신 계신 곳을 알아볼까하다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습니다.

 

 

당신은 가셨지만

 

저는 아직 당신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꿈에라도 제게 나타나시지 그랬어요

 

이렇게 황망히 당신소식을 접하게 하시다니요

 

그 밤, 괜찮다고 말씀해주신게

 

혹 당신이셨습니까.

 

 

한번쯤은 당신을 뵙고 싶었습니다

 

목살에 소주를 사들고 당신을 찾아가고 싶었습니다

 

앞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줄 알았습니다

 

바보같이 당신은 늘 거기에 계실 줄 알았습니다.

 

 

이제 전 천방지축 여자아이가 아닌 성숙한 여인이 되었는데

 

당신의 리타길들이기가 열매를 맺었는데

 

당신께 한 번은 꼭 보이고 싶었는데

 

당신은 이제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가버리셨네요

 

 

당신과의 인연이 來生에서도 이어질까요

 

그때 당신은 저를 알아보실까요

 

저는 당신을 알아보고 소주 한잔 사드릴 수 있을까요

 

당신을 사랑한 적도, 존경한 적도, 원망한 적도 없습니다

 

당신은 제게 어떤 분이셨나요.

 

 

冥福을 빈다는 상투적인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저 당신이 떠나신 겨울 끝자락

 

그 날을 기억하고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눈녹아 시냇물로 흐르는 그 때

 

어디선가 꽃향기를 맡으신다면

 

그건 제가 당신을 기억하는 祭禮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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