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그래 나도 변했다

史野 2007. 4. 9. 09:55
 

 

 

 

어제는 부활절이라 신랑이 밤에 시어머니랑 통화를 했고 일부러는 아니지만 나는 마침 그때 얼굴에 마스크를 하고 있는 관계로 패스.

 

물론 나는 지난 주중에 통화를 했고 부활절아침 식사가 끝난 후 여기 올렸던 사진들을 부활절 인사와 함께 시댁에 보냈다.

 

그런데 울 시어머니 우리가 그 피아니스트에게 인사를 하고 오지 않은 것에 대해서 당신이 내게 특별히 말씀까지 하셨다며 무지 속상해 하셨다는 거다.

 

시이모네랑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라 그 남자가 그 집에서 자주 연습까지 하는 아주 친밀한 관계라나.

 

우리도 사실 그에게 꽃이라도 사다줄려고 걸어가는 동안 내내 찾았으나 토요일이라 꽃집이 다 문을 닫은데다 (시어머니는 꽃을 사다줄 필요는 없다고 하셨지만) 나는 분명히 신랑에게 어머님말씀을 전했다.

 

내 남자가 무슨 인사냐고 그냥 가자고 해서 그럼 나중에 잘봤다고 멜이라도 보내자고 하고 나왔을 뿐이지. 예전같으면 나도 이모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어머님도 그랬다고 꼭 인사를 하고 가야한다고 내 남자랑 싸워서라도 인사를 했을거다.

 

그런데 왜 내가 어머님을 위해서 내 남자랑 싸워야하나? 나는 이제 그런 짓은 안하기로 했다.

어제도 신랑이 어머님이 어쨌다고 하길래 옛날같으면 거보라고 내가 뭐랬냐고 했을텐데 '당신 엄마는 자기가 인사를 했을거라 믿다니 아직도 당신아들을 그렇게 잘 모른단 말이야?' 하고 웃었다.

 

내가 전방에 나서서 애쓰며 싸우지 않아도 시어머니와 내 남자는 모자지간이고 그 관계가 나빠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 아니 오히려 예전엔 힘들게 일어나던 일들을 신랑이 알아서 잘 챙긴다.

 

어쨌든 뭐 나는 맘편한데 이 남자 갑자기 빨리 멜이라도 쓰라고 난리다. 독일인인 자기가 써야지 또 왜 내가? 버티다가 그런 건 니가 훨씬 잘하지 않냐며 애교를 떨어대는 통해 못이기는 척 11시가 넘은 시간 당장 멜을 썼다. 그래 또 양보할 때는 양보해야지.

 

 

 

Lieber Herr M.,

wir hatten Ihr Schreiben erhalten und waren gestern in Ihrem Konzert und haben Ihre Musik gehoert.

Extra haben wir uns ganz vorne hingesetzt, um besser Ihr Spiel zu geniessen.(bzw. Sie zu sehen..^^)

Zuerst wollten wir Ihnen nach dem Konzert Hallo sagen, aber wir dachten, dass Sie sicher viele Bekannte in Japan haetten, die Sie begruessen wollten.

Vielen Dank dafuer, dass Sie uns Bescheid gegeben hatten.

Minobu Nitto san war auch sehr nett und hilfreich.

Wir gehen gerne ins Konzert und es war ein sehr schoener Abend.

Das Stueck von Franck haben wir zum ersten Mal gehoert und es war sehr interessant.

Ihr Spiel von Schubert hat uns besonders gut gefallen.

Wir hoffen, dass wir Ihre Musik irgendwann wieder hoeren koennen.

Wir wuenschen Ihnen eine gute Zeit hier in Tokyo.

Frohe Ostern!!

 

Herzlichen Gruss,

 

친애하는 M씨

우리는 당신의 편지를 받았고 어제 음악회에 가서 당신의 음악을 들었습니다

당신의 연주를 더 잘 듣기 위해 특별히 앞쪽으로 가서 앉았더랬죠.(물론 당신을 더 잘보기 위해서도요..^^)

처음엔 음악회가 끝난 후 당신께 인사를 하려고 했죠, 그런데 생각해보니 도쿄에는 분명히 당신께 인사를 하고 싶은 지인들이 많을 거 같더군요.

음악회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노부상도 아주 친절하게 도와줬어요

저희는 음악회 가는 걸 좋아하기에 아주 좋은 저녁이었습니다

프랑크의 작품은 처음 듣는 거였지만 아주 흥미로왔어요

당신이 연주한 슈베르트는 특별히 저희 마음에 들었습니다

언젠가 또 당신의 연주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도쿄에서 좋은 시간 보내시기도 기원하구요

해피 이스터!!

 

 

 

이젠 이렇게 사실과 약간 다르지만 아주 거짓말은 아닌 멜을 쓸 줄도 안다..^^

신랑은 멜내용에 대만족이었고 사태(?)는 이렇게 해결되었다.

 

편하게 살기로 했다.

나는 내 변화가 아주 마음에 든다지

어쨌든,

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된다.

 

 

 

2007.04.09. Tokyo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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