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史野 2007. 2. 14. 13:47

 

 

오늘은 내 술친구 세 명을 이야기하련다.

 

술을 좋아하는 내겐 사실 술친구가 많다. 아니 모든 친구가 술친구다...^^;;

 

리즈도 술친구고 술한모금 마실 수 없으면서 내 주정을 다섯시간씩 들어주는 마유미도 뺄 수 없는 술친구고  내 남자, 내 시어머니 마저도 술친구다..ㅎㅎ

 

이야기했듯이 오대양 육대주 이름도 기억할 수 없는 수도 없는 사람들과 술을 마셨고 심지어 북한아저씨들하고 술을 마셨다. (아 참 내 남자가 북한으로 여행가잖다..^^;;)

 

그럼에도 물론 내 가장 좋은 술친구들은 모두 한국에 있다. 내가 한국에 가면 당장 손으로 꼽을 수 있는 술친구들, 뭐 썼듯이 일순위 이순위 두 그녀들.

 

 

 

그 순위를 멕인 우리 오빠가 빼먹은 사람이 하나 있다. 그러니까 0순위인 우리 올케언니. (앞에 뒷 모습 찬조출연은 작은 언니다..^^)

 

그녀와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만 써도 삼일은 쉬지 않고 쓸 수있을 것같은 여자. 하긴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아빠가 돌아가시기도 전이었고 그녀와 내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인지만도 곧 23년의 세월이니 이거야말로 그놈보다도 오래된 친구다.

 

나보다 여덟살이 많은 그녀와 그리고 나와 아주 많이 다른 그녀와 처음에 갈등이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그럼에도 함께 살았던 시누이 올케로서 우리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관계를 유지한다.

 

그녀는 여러가지로 나랑 참 많이 다른 사람이지만 늘 그렇듯이 다른 건 틀린 게 아니니까 서로를 존중한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사실 엄마랑 끝났을 지도 모른다. 엄마에게 아무리 열을 받아도 당장 풀 수 있을 그녀가 옆에 있어서, 나를 이해해주고 들어주는 그녀가 있어서 그래도 한국방문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녀는 물론 나처럼 술꾼은 아니지만 혹 함께 뭘 사러나갔다 밥을 먹으러 가거나 약속이 좀 일찍 끝나거나 하는 날 맥주를 사들고 들어가 식탁에 마주앉아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술을 마시고 있을 때 퇴근하는 우리 오빠는 지금 이 아줌마들이 뭘하냐는 거냐고 구박아닌 구박을 해대며 옆에 끼어 한 잔 얻어먹고..ㅎㅎ

 

이번에 집에서 자지 않아 가장 안타까왔던 건 그녀와만 둘이 편히 술잔 마주하고 술을 마실 수 없었다는 데 있다. 일주일간 만나긴 네 번이나 만났는데도 그녀나 내게 너무나 아쉬움이 남는 그런 방문.

 

이 이야기를 들은 내 귀여운 시어머니는 당장, 얘 너희 언니보러 몇 일만이라도 혼자 도쿄에 다녀가라면 안될까? ㅎㅎ

 

어쨌든 그녀는 안 온다. 아니 못온다. 전심으로 챙겨야할 고삼과 군에간 아들도 있고 날이면 날마다 애교를 부리며 마누라를 바라보는 남자도 있고 (이건 우리 오빠다..ㅎㅎ) 무엇보다 우리 엄마도 있다..^^;;

 

 

 

그녀가 못 오는 대신 잠깐 이야기 했듯이 일순위 이 순위 술친구들이 주르르 나타난다.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도쿄 첫 해에도 그 둘이 일주일 차이로 줄줄히 나타났었다.

 

그 둘은 사실 그때까지 각자 이야기만 많이 들었지 서로 몰랐다.

 

그러다 2년 전 내가 한국갔을 때 어찌 만나게 되었는데 정말 서로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궁금했다고 난리가 아닌지 눈뜨고 못 볼 지경이었다.(그래 이건 내 질투다..ㅎㅎ)

 

이 둘은 이야기했듯이 하나는 79학번이고 하나는 78년생인데 왜그렇게 서로 잘맞는 거냐고???

 

나야 둘을 워낙 좋아하니까 그러니해도 둘은 나이차이도 진짜 많은데다 서로 안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둘 다를 너무 잘 아는 내 남자마저 우리 셋이 만나 거의 밤을 샐 지경으로 술을 마셨다니 '와 그거 진짜 대단한데?' 했을 정도...ㅎㅎ

 

그래 더욱 내 사람보는 안목을 확인시켜주는 내 고마운 친구들...^^

 

그 이후론 내가 한국에 가면 셋이도 자주(?) 만난다. 이번에도 셋이 만나고 또 여럿이 모일때 만나고 우리 집에(?) 둘다 두 번이나 왔던데다 그 놈은 나를 침대에서 밀어내고 자고가기까지 했다..ㅎㅎ

 

곧 신랑이 휴가을 떠나면 셋이 모여 놀까하는 계획이었는데 신랑휴가며 여러가지가 엇가서 그렇겐 안되었지만 어쨌든 그 두 술친구가 도쿄에 온다.

 

그 놈은(그 그놈이 아니다..ㅎㅎ) 20일에 왔다가 26일에 떠나고 그녀는 22일에 왔다 28일에 떠나고 내 남자는 24일에 떠났다 3월 4일에 돌아온다.

 

넷이 다 만나게 되는 건 22일과 23일 우리 셋이 있게 되는 건 24일과 25일. (뭐가 이리 복잡하냐? ㅎㅎ)

 

그녀가 떠나고도 나는 사박오일이란 긴 시간이 주어지니 몸상태를 봐야겠지만 혹 혼자 겨울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래 이월은 기다림의 행복 만남의 행복으로 즐거울 줄만 알았는데 기다리는 일은 생각 외로 어렵다. 원래 기다리는 걸 잘 못하는 나는 신호등 바뀌는 거 기다리기 싫어 육교를 건너던 애다.

 

특히 오늘 처럼 그 기다리던 비가 내리는 날은 더 힘들다. 안그래도 전생에 뭔 일이 있었는지 비만 내리면 미치는 이상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나인데..^^;;

 

친구들이 오면 돌아다녀야 하니까 그 전에 많이 읽어두어야 한다고 두꺼운 책들을 줄줄히 뽑아놓고 앉아 있지만 집중하기도 힘들다.

 

이럴땐 좀 가벼운 책이라도 읽으면 좋으련만 아무리 찾아봐도 가볍게 읽을만한 책이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 날이면 날마다 술이나 마시며 이렇게 자판이나 두드리고 앉아있다..

 

내 그 젊은 트레이너가 안그래도 친구들 오면 충분히 마실테니 좀 쉬라던데...-_-;;;

 

 

 

 

우선 먼저 나타나는 이 놈

 

몇 번이나 이야기했듯이 이 놈은 진중하다. 마음도 넓고 열린 사고와 배려, 무슨 귀한 단어들을 다 모아놓아도 부족하다. 더블린에서 힘들 때 날이면 날마다 이 놈에게 주정을 하며 버텼다..^^;;

 

이번에는 그럴 일이 없겠지만 연달아 나타난 이 두 사람이랑 거의 다 같은 장소로 돌았다. 그때야 뭐 내가 도쿄 온지 얼마 안되어 아는 곳도 없었지만..ㅎㅎ

 

두 사진 다 잠수기 올리며 올렸었지만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장소 분카무라.(文化村)

 

 

 

그리고 그녀. 이번에 집에가서 묵지 않기로 하면서 그녀집에 묵을까 생각 안해본 건 아니지만 여기오면 나만 만나는 그녀와 달리 나는 한국에 가면 이 사람 저 사람 만나고 돌아댕기니까 폐가 될까해 묵지 못했다.

 

우리는 만나면 늘 시간이 부족한데 그리고 만나고 나서 돌아서면 또 만나고 싶은데(그래 우리 연애한다..ㅎㅎ) 몇 일을 우리집에 와서 묵는다니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 많이는 바라지도 않고 그녀를 한 달에 한 번만 만나고 살 수 있어도 내 인생이 지금보다 열 배는 행복하리라 생각한다.

 

이번에도 만나긴 총 세 번이나 만났는데 안 만나는 날에는 또 밤에 한 두시간씩 통화를 했다..^^

 

아 진짜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보란듯이(!) 잠수를 좀 타고 싶다.

 

남들이야 아니 대한민국의 모든 며느리들이야 구정이 빨리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에 시간이 빨리 갔으면 하겠지만 나도 진짜 전광석화같은 속도로 구정이 지나가 버려주길 바라고 있다..ㅎㅎㅎ

 

당신들이 오기 전에 서유견문을 끝내야 하는데  아 오늘 도쿄에는 오백만 년 만에 비가 내리고 있다고....

 

나 좀 말려줘..ㅎㅎ

 

 

 

 

 

2007.02.14 Tokyo에서...사야

 

 

 

오늘 같은 날 이런 음악 들으면 쥐약이다만 그래도 듣고 싶은 걸..^^

 

 

22265

 

우하하하

 

제가 이 글을 올리고 나니 좀 있다 비는 그치고 그래 에라 마시던 포도주도 치우고 책이나 읽자하고 있는데 책은 재미없고 왜 나는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바로 그때 만나고 살 수 없는 거냐는 생각에 인생이 갑자기 그지같단 생각도 들고(결정적으로는 담배가 떨어졌는데 나가기도 싫고..ㅎㅎ) 캡 우울해져서는 뭐라도 꾸역 꾸역 먹을까하는데 먹을 것도 없는 불쌍한 상태였답니다.

 

그런데 세상에나 좀 전에 마유미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도쿄랍니다. 아 이 우울한 순간에 이렇게 잘 맞춰 오다니. 당장 내일 만나기로 했지요. 위에도 적었지만 술한모금 안마시는 마유미에게 다섯 시간 주정할 기회가 생기다니요..ㅎㅎ 다음 주 친구들 왔을 때 마유미가 왔다면 어쩔 뻔 했습니까?

 

그때 상해가서도 못 만나고 마유미가 도쿄올때 제가 계속 독일에 가거나 해서 이게 얼마만에 만나는 건지 모릅니다..자꾸 전화를 안받아서 혹 또 도쿄를 떠난건 아닌가 했다고.

 

이 간사한 인간이 갑자기 아 내 인생은 왜이렇게 잘풀리는 거냐로 생각을 바꾸곤 엔돌핀이 마구 솟아나고 있답니다. 혀는 꼬이지만 오랫만에 중국어도 썼고 아무래도 내일 유창한 대화를 위해서 오늘밤에 또 중국어로 겨울연가라도 봐야겠군요.

 

일본어로 이야기해도 되겠니? 하길래 잘난척 하며 내 일본어가 스스로 감동하는 수준이라고 그랬는데..ㅎㅎ 아무래도 마유미랑 저랑은 말하다보니 어색해서 자연스레 중국어로 바뀌더군요..^^

 

아 너무 행복합니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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