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드디어 이 아름다운 여자, 마유미를 만나 정말 좋은 시간을 보냈다. 열두시에 만나서 여섯시 반까지 얼마나 신나게 떠들어댔는지 얼마나 웃었는지.
한국어도 아니고 중국어로 이렇게 즐거울 수 있는데 새삼 한국어 못쓰고 살아서 억울한것처럼 징징대는 내가 한심했다.
어제 어쩌다 내 성격이야기가 나왔는데 내가 까먹고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하나.
처음에 같은 반에 배정을 받았는데 선생님이 반장 부반장을 뽑으라고 했다. 내가 어학원 그렇게 다녔어도 어학원에서 반장 부반장을 뽑으라니 어찌나 황당하던지.
그리고 얼굴들도 처음 보는데 다들 눈치만 보고 있길래 이 왕재수인 내가, 내가 한다고 한 것도 아니고 주위를 둘러본 후에 간단하네 너(어떤 남자애) 제일 어린 것 같으니까 니가 반장해라 그리고 너(그게 마유미다) 제일 연장자인거 같으니까 니가 부반장하면 되겠다..-_-
마유미왈 엄청 황당했다나. 그런데도 나같은 애랑 친구가 되다니..^^;;
어제 마유미 너같은 애를 본 적이 없단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성격이 좋아서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신기해서 좋아하나보다.
예전에 리즈도 내가 리즈남편에게 너 가서 니 마누라에게 물어봐라. 같이 공부하던 한국여자애 하나 있었는데 아마 기억할거다 했더니 리즈가 걔랑 같이 공부하고 걔를 기억못하는 애 없을 거라고 했단다..-_-
그때 독일어 선생님, 자기가 여기서 일하면서 동양사람들 엄청 많이 만났는데 당신같은 동양인 처음본다고 했다.
나는 왜 정말 이렇게 지랄맞은 성격에 재수없게 태어났는 지 모르겠는데 이러니까 엄마 욕할거 하나도 없다. 그냥 우리 엄마 닮았다.
내 이 지랄맞은 성격이 특히 빛을(?) 발하는 때는 공항에서 여권검사할 때인데 얼마나 묵을 거냐 등등 대답하다 어떤 남자 어디서 묵을거냐?
'내가 어디서 묵어야하는 것까지 당신에게 이야기 해야하나요? -_-
한번은 어떤 여자. 언제 독일에 다녀갔었냐 그런데 왜 출입국 도장이 안 찍혀있냐?
' 도장을 내가 찍나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죠? ' -_-
재 작년 인도공항에서는 어떤 남자가 나를 잘못 건드렸다가 아주 개망신을 당했다.
공항이 떠나가도록까지는 아니지만 어쨌든 니가 뭘 잘못 알고 있는 건지 열나게 설명한 후에
'너 앞으로도 공항에서 일을 할려면 그렇게 멍청해서는 안되는 거야. 앞으로 공부 좀 더 해라' -_-
내 남자왈 그 남자가 잘못한거 맞지만 그런 남자 잘못 건드리면 붙잡고 안놔주니까 너만 손해라고 하다가 또 나한테 한 소리 들었다.
내 남자 회사여자가 한국어 배운다고 내게 만나고 싶다고 멜을 보냈을 때 얼마나 배웠냐니 세 마디한다고 해서 세 마디하면서 네이티브 스피커가 왜 필요한 거냐고 했단 이야기 기억하실 거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내 남자 그냥 눈을 감고 숨을 고르더니 한마디했는데 ' 나같으면 절대 너처럼 반응하진 않겠지만 내가 뭐라고 하진 않겠다.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를 오랫동안 지켜보니 인간관계 문제는 없더라' -_-
뭔 인간관계 문제가 없냐. 나를 친구해주는 사람들은 다 부처님들인거고 이 지랄맞은 성격때문에 이렇게 외롭다고 난리인거다. 성격이 이렇지만 않으면 나도 즐겁게 잘 살 수 있는데 말이다.
마침 또 이 아파트에 살던 애들이 도쿄에 놀러왔단다. 문제는 내가 그 애들을 별로 안 좋아한다는 것. 뭐 몇 번이나 같이 밥을 먹긴 먹었지만 그 선만 간신히 지켰기에 나중에 떠날 때 그 남자애 내게 자기네가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주책을 떨어서 자기네랑 안 논거냐고 물었다.
어쨌든 지난 번에도 왔었는데 파트릭이 함께 만나자는 걸 싫다고 했다..-_- 그런데 일요일에 또 모이자는 거다. 그래 이번엔 이렇게 살아선 안되겠다는 반성과 함께 나가겠다고 했다.
나 나온다고 했다니 이리스(23층에 사는 독일 여자애)에게 멜이 왔는데 아직도 여기 살고 있는 거냐고..ㅎㅎ 일요일에 만난다니 기쁘다고. 이야기했듯이 이리스는 나랑 동갑인데다 아이도 없고 또 일도 안한다. 독일애들이야 나를 독일애처럼 생각해주니까 같이 모여 할 일이 무지 많은데 난 또 그 애가 싫다.
작년인가 독일아줌마들이 모여 걔네 집에서 아침이나 먹자고 해서 갔는데 난 그렇게 모여 수다떠는 게 너무 너무 싫은거다. 그래 싫은 티를 팍팍 내고 앉았다가 먼저 내려왔다..-_-
이리스가 몇 번 계속 전화하다가 열받아서는 나 이제 너한테 전화 안할거니까 니가 해! 하더라. 나 당연히 전화 안한다.
그래 또 어젠 집에 돌아와 바빴다고 답장을 보냈더니 당장 답장이 왔다. 그럼 집에 있다는 이야기니까 위아래 있으면서 무슨 힘들게 멜이냐면서 내가(!) 전화를 했다.
어찌나 반가와하고 좋아하던지. 그 애 성격도 좋고 (삼년 산 나보다 친구가 더 많다) 사실 나쁜 애 아닌데 우리 신랑 말대로 같이 쇼핑도 하고 그냥 차마시고 술마시고 수다만 떨면 되는데 왜이렇게 잘난척을 해댔는지 새삼 또 반성.
술도 마셨겠다 반성모드다 보니 또 그 장애아들을 키운다는 친구에게까지 전화를 했다. 그 아들내미가 이제 3학년이 되는데 그 애 유치원다닐 때 만났으니 도대체 얼마만에 전화를 하는 거냐.
쇼핑하다 전화받았다는 이 친구 살아있는 거냐고 그동안 한국에 한 번도 안 나온거냐고 난리가 아니다.
아 정말 못만나면 전화라도 한 번 하면 될텐데 나란 인간은 정말 왜그런건지 또 반성. 중학교때부터 나랑 무진장 친한 친구인데 이래놓고 친구라고 할 수 있는 건지.
마유미도 나랑 연락이 안되어 몇 번이나 애를 태웠다고 하는데 마유미는 상해에서도 가끔 전화를 했지만 나는 마유미에게 전화 하는 법이 없다. 그 좋아한다는 리즈에게도 연락 한 번을 안해서 나중에 리즈남편까지 동원되어 연락할려고 애쓰다가 리즈가 열 왕창 받아 포기해버렸단다.
파트릭은 불독커플이랑 계속 연락하고 독일갈때마다 만난다는데 우리는 오는 메일 답장도 안하고 독일가도 전화 한 번을 안한다. 아시다시피 내가 자비네를 얼마나 좋아했는가. 불독커플 떠나서 도쿄 내 인생이 외로와졌다고 불평이나 하고 앉아있고 그 고마운 친구들을 챙기는 법이 없으니.
파트릭에게도 이번에 일요일에 만나자고 멜이 왔길래 이제야 그때 파트릭 생일에 찍은 사진을 보냈다..-_-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다. 역시 나랑 동갑이었고 나랑 이야기가 잘 통하던 내 일본어 선생님. 공부끝나고도 계속 연락하자고 해놓고는 받은 멜에 답장도 안했다. 그 애랑만 가끔 만나고 살아도 이렇게 만나고 싶은 누구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노래나 부르진 않았을 거 아니냐고!
우리신랑 홍콩으로 출장갈때마다 같이 가자고 가서 너는 홍콩캐런님 집에 묵으면 되지 않냐고 하는데 비행기타기 싫다고 단 한번도 안 따라갔다.
그리고 가끔씩 좋은 친구들 전화라도 해서 안부를 챙기면 될텐데 심지어 전화번호 알려달라는 사람들에게 싫다고까지 한다. 지난 번 상해에서 만났던 그 놈왈 누나가 전화번호 알려주기 싫다고 해서 자기랑 관계를 끊을 생각인가보다 했는데 이렇게 상해왔다고 연락해줘서 고맙다고. 나는 그래놓고서도 상대가 그렇게 받아들이리라곤 상상도 못했다..-_-
젠장 이제야 철이 드나보다. 뭐 이런다고 확 바뀌기야 하겠냐만 그래도 문제를 알았으니 노력이라도 해서 그만 징징대고 좀 즐겁게 살아야겠다.
어쨌든 어제 단돈 이천엔밖에 안하는 코스요리를 먹었는데 엄청났다. 이게 애피타이저
그리고 이건 뭐라고 불러야할 지 모르겠다만 역시 그 비슷한 것. 저 꽃가지는 당근 진짜다.
그리고 저 도기안에는 연어알이 얹어진 작은 크기의 찹쌀밥이 들어있다.
그리고 이게 메인요리인데 저 그릇안에는 무슨 만두비슷한게 들어있고 그게 익으면 우선 꺼내먹고 저 야채들을 집어넣어 익혀먹는거다.
이러고 끝난 줄 알았는데 또 오차즈께라는 한국에서도 요즘은 팔더만 밥하고 밥에 얹는 무슨 맛있는 양념 그리고 차가 또 나오는데 지쳐서 못 찍었다.
그 후에 후식, 또 저 이쁜 차주전자에 들어있는 건 우롱차인데 맨 마지막 입가심용으로 녹차가 나오고 마무리.
정말 이천엔에 맛도 있고 눈도 즐거운 식사라니 감동했다. 나중에 또 찾아가려고 명함도 받아왔슴..
자리를 옮겨 또 술집에서 엄청 먹고 마셨는데 사진은 없슴..거기다 보통 대낮에 술마시면 우리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 사실. 긴자에 대낮부터 연 술집이 없어서 지하철역 속에 있는 술집을 찾아갔는데 오리지널 도쿄출신인 마유미로부터 이 복잡한 지하철속에 있는 술집까지 알고 있다니 너 도쿄사람 다 되었다는 칭찬(?)을 들었슴..ㅎㅎ
2007.02.16 Tokyo에서..사야
내일부터 연휴라죠? 저야 뭐 이젠 명절이라고 해도 아무 감정이 없습니다만은 맛있는 떡만두국은 먹고 싶네요..^^
어찌 이 글이 음력 새해 다짐 비슷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고향에 가시는 분들 잘 다녀오시구요. 고향에 못가시는 분들 그러니까 저처럼 떠도시는 분들은 그래도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2월도 중순이 저물어가는 상황에서 좀 쑥쓰럽긴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명절이 그러니까 마음의 세배 올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요.건강하세요
저는 올해도 여러분들께 신세 좀 많이 지겠습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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