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 묻은 책장

소설 속에서 살아난 인물들

史野 2006. 10. 12. 23:11

이 책을 어제 마치고 리뷰를 쓰고 싶었지만 내가 읽은 건 이 책이 아닌 독일어 번역본인 관계로 그냥 페이퍼에 수다나 떨어야겠다.

이 책을 내가 처음 알게 된 건 좀 되었는데 독일 시사잡지 슈피겔지에 난 소송건 때문이었다. 안그래도 중국이야기엔 관심도 많고 (그렇다 중국은 내 꿈이다..ㅎㅎ)해서 언제 독일가면 한 권 사서 읽어야겠다 했는데 자꾸 까먹다가 이번에 드디어 구입했다.

사실 나는 유럽쪽 언어는 독일어 번역본으로 아시아 언어는 한국어로 읽는게 언어의 유사성이나 번역의 질이나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물론 번역자의 역량도 중요하겠지만) 그러면 남편이 읽을 수 없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하루키도 독일어로 읽는다.

어쨌든 느낌상 그냥 그렇고 그런 야한 소설이라고 생각했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남편이 먼저 집어 들었다.그래서 휴일 내가 장외지사를 읽을 때 아 난 고상하게 정신적인 문제를 읽는데 당신은 허리 아래 문제에 집중하는구나 놀려먹기도 했다..ㅎㅎ

막상 읽어보니 진짜 야한 곳이 많은데 (그래서 솔직히는 그런 부분들이 내가 훨씬 더 상상하기 쉬운 한국어로 어떻게 번역이 되었는지 무진장 궁금하기도 하다..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아주 훌륭한, 슬픈 사랑이야기이다.

1935년 중국을 무대로 한 버지니아울프의 조카인 줄리안 벨과 어느 중국여인과의 너무나 비극적인(이건 내 남자 표현이다) 사랑이야기.

이 책에는 실존했던 인물들이 실명으로 많이 거론되어 더 재밌는데 사실은 그래서 소송에 휘말렸다 패배하고 중국서 출판금지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소설속의 설정이 자기 부모님이라고 어느 칠십이 넘은 할머니가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단다.

실제로 내가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이 실명으로 등장하고 거기에 섹스문제등 사생활이 얽히니 어찌 흥미롭지 않겠는가.

나는 남의 사생활에 무지 관심이 많은데 그 자체가 창피해서 그냥 예술가들의 사생활로 관심을 제한하는 나름 생활의 지혜를 짜내기도 했다. 허영이라고?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 들 어떠하리 그냥 재밌으면 되는거지..ㅎㅎ

이 책이 또 내게 너무 반가왔던건 31살에 멋지게(!) 비행기 사고로 사망한 서지모 중국시인이 언급된다는 거다

비행기사고를 그렇게 무서워 한다며 뭐가 멋지냐고 묻는다면 그게 삼십년대였다는 거고 실제로 에곤 쉴레가 독감에 걸려 생을 마감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난 무지 실망했었다. 그 에로틱한 천재화가가 요절을 했는데 그 이유가 독감이라니..(아 물론 그 유명한 스페인 독감이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좀 미진했던 이 내 속에 내재된 잔인함..^^;;)

각설하고 중국어 공부에 열을 올릴때 드라마를 무진장 보았는데 어쩌다 보게 된 드라마가 서지모시인의 생애에 대한 것이었다.

거기엔 또 내가 무진장 좋아하는 여배우인 저우쉰이 나오는데 정말 그녀가 나오는 드라마랑 내용없는 영화까지 엄청 봤다. 저우쉰은'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에서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어쨌든 그 서지모 드라마는 정말 분위기가 좋았는데 시가 많이 나오고 어쩌고 해서 실제로는 한 오십프로 밖에 이해를 못했다. 언제가 꼭 다시 봐야지 했는데 이 시인이 책에 언급되니 다시 보고 싶다는 열망이..(서랍속에 들어있는데 두문불출하고 볼까나..ㅎㅎ)

 

시누이가 친구랑 상해 놀러왔을때 시누이 친구가 여행 도서목록으로 들고 왔다면 내게 책을 한 권 주고 갔는데 그 책을 읽다보니 그 책은 그의 첫번째 마누라의 이야기인거다!!

이 서지모와 나와의 인연이 (우연히 드라마 본것도 인연은 인연 아닌가? ㅎㅎ) 두 번째 부딪히는 순간이었는데 이 소설에서 세 번째가 되었다. 나랑 그는 운명이다..하하

드라마를 보고 그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싶었는데 그냥 중국을 떠나게 된게 진짜 안타까왔다.

그리고 이 소설의 주인공인 줄리안 벨의 배경 불름스버리그룹!

여기 저기 지나가다 이름은 들어왔지만 소설 속에 잠시 묘사된 그들의 자유로운 사고며 연애행각등이 갑자기 어찌나 또 궁금하던지 소설을 읽다 말고 웹사이트를 헤매고 다녔다..ㅎㅎ

그러니 또 영화 디 아워즈가 너무 보고 싶더라.(이 페이퍼를 마치고 다시 볼 계획..^^)

 

영화 보신 분들 알겠지만 버지니아 울프를 애들 데리고 찾아왔던 사실 지금 얼굴이 잘 기억 안나는 그녀가 소설속 주인공의 어머니라니..^^

또 옆으로 새자면 저 영화에서 아무리 봐도 난 니콜키드맨을 알아 차릴 수가 없다..ㅜㅜ 영화보자마자 댈러웨이 부인 냉큼 사놓고 아직도 안 읽었다는 필요없는 고백도..ㅎㅎ

 

이 책으로 돌아가 소설을 읽다가 이렇게 반가운 이름이 등장하거나 웹사이트를 중간에 뒤져보고 난리를 친 건 또 처음이다.

그렇다고 뭐 이 책이 너무 멋지다 최고의 선택이었다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묘사된 사랑은 내겐 부럽고 아름답다. 특히나 성적으로 충분히 연습이 된 삼십대중반의 여인이 남편과는 그 걸 제대로 나누지 못하고, 여자를 유혹하지만 사랑이라는 걸 모르던 이십대 후반의 남자가 만나 섹스를 하고 서로를 나누는 과정

결국 자유로운 연애와 관계에 구속되고 싶지 않아 하던 남자 주인공이 사랑이 무엇인지를 알아 가는 그 과정은 내게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몇 일전에도 턴 레프트 턴 라이트(거꾸로일지도 모른다..ㅎㅎ)란 영화를 보았는데 영화 자체는 황당하긴 했지만 소울메이트란 것에 대해 오래 생각했더랬다.

나처럼 말그대로 연애중독, 그저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그 사랑이 끝나면 또 새로운 사랑을 하고 그러는 사람은 한 사람에 목숨걸고 그 사랑에 평생을 아파하는 사람들이 솔직히 부럽다.

난 내 남자를 사랑하고 그와 내가, 전에 만났던 그 누구보다도 많은 것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기는 하나 내 소울메이트는 확실히 아니다.

그러고보니 리뷰를 쓸 수 없었던게 참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안그랬으면 또 섹스페이퍼나 내 과거나 읊어대는 그런 리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으니..^^;;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그래서 당장 이 책을 나만 믿고 주문하시는 분이 없기를 바란다는거..

어제 책을 읽고 남편과 잠시 이 책에 대해 얘기했었다  물론 남편도 괜찮게 읽었고 서로 이해하는 바가 크게 벗어나진 않았지만서도..

사실 언어라는게 모국어가 아닌 이상 그 단어에서 연상되는 적나라한 느낌이 약하기 때문에 나는 더 이성적인 부분에 집중해 읽었는지도 모르겠으니 말이다.

독일인이랑 사는 한 필리핀지인이 내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자기네는 영어를 쓰는데 자기 남편이 무심히 던지는 말이 가끔 너무 아프다는 거다. 남편은 그 느낌이 그렇게 적나라하게 안와서 그런 표현을 쓰는 거란 건 알고 있지만 막상 내뱉어진 언어는 자기에겐 상처라고.

참 이 책의 독일어 제목은 중국연인이다. 신랑왈 독일인들에게는 영국연인보다는 중국여인이 더 어필하기 때문이 아닐까라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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