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
친일파 청산문제가 어제 오늘 얘기된건 아니고 지금은 과거사 청산으로 찬반 양론이 무엇보다 뜨거운 때다.
이 책에서 언급된 사람들 대다수가 뭐 그리 새롭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자세히 자료를 바탕으로 그들의 친일 행적을 언급하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었다.
근데 저렇게 많은 인간들이 특히나 당시 말하자면 지도계층이었던 인간들이 그렇게 친일을 했다면 일제강점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역사를 써야하지 않을까.
무조건 반일로만 해결될 문제는 확실히 아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역사의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것도 너무 부끄러운 일이고 도대체 한국사회에서 정의란 걸 얘기할 수 있는건지.
어찌 알면 알수록 더 암담하고 끝이 없단 말인가
답답하기 이를때없다
2005.04.09
한국자유주의자의 기원
이 책속에 인용된 독립신문을 읽다보면 윤치호가 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일본서 두 해전에 청국과 싸워 이긴 후에 조선이 분명한 독립국이 되었으니 그것 조선 인민이 일본을 대하여 감사한 마음이 있을터이나..
독립신문 1896년 4월 18일자, 논설.
지금이 4월 17일 밤이니 뭐 거의 정확이 109년전 사설이다.
물론 나 그 109년전에 살지 않았기에 모른다.
그럼 윤치호같이(그가 친일파고 아니고를 떠나서) 당시의 지식인이 이런 글을 그것도 독립신문에 사설에 실었다는건 정말 우리나가 청국에 속국이었다는 걸 말해주는 건 아닐까.
요즘 보고 있는 대장금에도 세자책봉문제때문에 대국(!)사신이 와서 어쩌고 왕이 힘들어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런 문제가 언급된 적이야 많았을 수 있음에도 내가 지금 더 예민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어쨋든 속국 이라는 단어를 어떻게 정의해야할 것인가?
과연 일본의 교과서 왜곡문제등에 대해 역사적으로 문헌적으로 우리가 당당히 내어놓을 확실한 이론이라는게 있는건가.
사실 고구려사문제도 그렇지 않은가?
누가 광개토대왕이아 을지문덕장군이 한국말 쓰는거 들어봤나?
결국 당시엔 한국어(문자)라는 건 없었고 결국 모든건 문헌에 의존하는 거 아니던가.
이런 역사적인 문제들에 대해 과연 우리가 그냥 학교다닐때 역사시간에 배운건만으로 뭐가 옳고 그르다를 판단하기엔 절대적으로 부족한 문제들 아닌가?
무식한 나는 그런게 갑자기 무진장 궁금하다.
그럼 이 무식한 나는 어디서 진실을, 내가 가진 판단력의 정당성을 찾아야한단 말인가.
2005.4.17
전쟁과 인간 5월 19일
정신분석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다가 운좋게 찾은 책이다
군국주의 일본의 정신분석이라는 부제아래 저자는 당시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사례를 들어 일본인들의 죄의식결여에 대한 분석과 비판을 가한다
김동춘교수가 전에 인터뷰에서 일본인들은 전쟁끝나고 돌아와서 참회록같은 것도 남긴 사람들이 있는데 왜 우리나라에는 그런 글이 하나도 없냐고 한 말이 기억나는데 아마 이 책에 나오는 그런 사람들을 말한거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든 의문중 하나는 그들이 포로로 잡혀 중국인들의 관대한 대우를 받지 않았더라도 반성을 하고 죄의식을 느꼈을까하는 것이다.
예외의 사람도 있긴했지만 이 책에는 사실 그 부분이 지나치도록 강조되어있기때문이다.
내가 몰랐던 사실이기도해서 과연 주은래를 포함 당시 중국인들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대우를 한걸까하는 궁금증도 생기고말이다.
그리고 징병당해갔다가 일본군으로 싸운 조선인중에는 과연 그런 사람들이 없었을까.
읽기쉽게 서술된 책이긴 하지만 나처럼 전쟁을 공포스러워하고 국가권력에 치를 떠는 사람에겐 절대 쉬이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우리가 베트남전쟁에서 행했던 것들과 지금 이라크전쟁등 현재상황이 겹쳐지며 더 머리가 복잡했다.
책에서 묘사되는 그들이 사실은 우리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기때문이다
십년전인가 폐암에 걸린 독일언론인과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죽음의 공포를 느끼느냐는 질문에 그 언론인은 지금은 아니지만 딱 한 번 베트남 종군기자로 가있을때 느꼈던 적이 있었노라며 잔인했던 한국군얘기를 했다.
그 언론인이 얘기했던 그 사람들도 지금 한국어딘가에 살고 있을 텐데..
지난 전쟁에서 일본인들이 지금 자유롭지 못하듯이 나 역시 내가 어린시절 어렴풋이 기억하던 그 전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디 베트남전쟁뿐이겠는가
우리가 가진 수없는 억압된 분열을 우리도 이제 내어놓고 치유해가야하지 않을까.
이런 저런 거창한 문제들말고 일단 이 책은 개인적으로 내게 위로가 되는 책이다.
공산당이 싫다고 죽어간 이승복어린이가 왜 숭상받아야하는 지를 이해못했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생각은 꿈에도 해본 적이 없고
전쟁이 나면 아마 미쳐버리지 않을까 연약하기 이를데없는 정신상태.
조직에 적응하지 못해 주변의 염려를 사는
그런 강요된 겁쟁이인 내게.
저자는 그게 인간적인거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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