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 동안 Kreutzersonate에 빠져 살았다.
네덜란드 여류작가 Margriet de Moor의 소설 Kreutzersonate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라고 볼 수는 없지만 우연히 그녀의 소설을 읽게 된 후에 서점에 갔다 눈에 띄면 한 권씩 집어오는 작가다.
(자꾸 한국에 번역되어지지 않은 소설을 다루어 죄송한 마음이다 특히 이런 글 읽으면 무지 궁금해할 모모님께..^^)
현악사중주단의 제일 바이올리니스트와 사랑에 빠진 앞을 볼 수 없는 음악비평가의 암흑속 사랑이야기
소설속에 끊임없이 흐르는 동명의 체코작곡가 야나첵의 현악사중주곡.
서양고전음악을 자주 듣지 않는 분들에겐 조금 낯선 이름일테지만 아마 그의 음악을 들어보신 분들은 많으실 거다.
영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프라하의 봄)에 깔리는 음악이 거의 그의 작품이니 말이다..^^
이 소설을 읽다가 알게된 크로이처소나타의 사연은 이렇다.
1802년 작곡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9번은 프랑스 바이올리니스트 Rudolf Kreutzer에게 헌정되어 Kreutzer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톨스토이가 이 음악을 듣고 영감을 받아 동명의 소설을 1891년에 발표했단다.
한국에 출판되었다가 지금은 절판으로 나오던데 혹 읽으시분들 있으실 지 모르겠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는 한 여인이 바이올리니스트와 이 곡 크로이쩌소나타를 함께 연주하며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 여인은 남편손에 죽는다는 뭐 그런 내용인데 톨스토이는 음악의 마력적인 힘에 대해 표현하려 했다나?
소설을 읽어보지 못했기에 대충 윗 얘기만을 생각하며 베토벤의 소나타를 듣고 또 들으며 읽지도 않은 소설분위기 파악하려 노력했다..^^ (신기하게도 오래된 테이프인데 아직도 음질이 괜찮다..ㅎㅎ)
톨스토이의 이 소설을 읽고 여주인공을 안타깝게 여긴 야나체크가 1923년 현악사중주를 작곡했단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음악이라 어찌나 궁금하던지 인터넷을 마구 뒤졌고 소설을 끝내고 CD를 사려고 정신없이 돌아다녔는데도 못 구해서 기운이 빠졌었는데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결국 어제 밤 인터넷에서 찾았다..^^
이 음악을 듣고 드무어는 또 아 나도 소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단다..ㅎㅎ
문학작품에 영감을 얻어 작곡된 작품들이야 꽤 되지만 이 음악만큼 긴 연결고리를 가진 작품은 과문한 내가 알기엔 유일하다..^^
200년동안 한 음악으로 연결되는 이 예술의 고리..
소설을 영상화했을때 보통 소설이 우리에게 더 다가오는건 정형화된 영상보다 문자의 묘사가 남기는 상상력의 폭일거다.
그런데 또 문자를 소리와 비교해보면, 이미지와 연관되어 우리를 가두는 단어보다 음이 더 해석의 여지가 많지 않을까
소리는 암시할뿐이지 구체적 형상을 제시하진 않으니 말이다.
구체적 형상을 표현하지 않음으로 감상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남기는 추상화의 미덕과 비슷하다고 할까
문자는 그 언어를 쓰는 사람들에게만 어필하는 반면 음악이야말로 세계 공통어가 아닌가 싶을만큼 누구에게나 호소력이 있다.
어쨋든 음악을 듣고 소설을 쓰는 사람들이나 소설을 읽고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아니 심지어 누군가를 죽도록 사랑해서 질투에 괴로와하는 모든 이들이 부럽다.
나같은 날라리가 넘 오랫동안 참신하게 살아서일까 삶의 열정이 녹아난 모든 것들이 부러운 요즘이다.
이제 좋은 마누라 좋은 인간 컴플렉스에서 좀 벗어나서 나 답게 살아야하지 않을까하는 위기의식이 드는건?
뭔가 일을 벌려야할 것같은 이 기분도 몇 일간 죽도록 들은 크로이처 소나타탓인지도 모르겠다..ㅎㅎ
2004.11.01 東京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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