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얘기하면 내가 니체철학을 이해했다는 거창한 말로 들릴 위험이 있지만 철학이 아닌 인간니체(1844-1900)가 내게로 왔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읽어본 적이 없는 나같은 애는 그저 서양철학사 몇 장을 장식하는 신이 죽었다고 외친 니체로만 기억하는데
내가 신은 없을거라고 고민하던 시절
신이 죽었다는 니체는 그래도 신이 있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는 데에 나보다 신앙적이라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이런 얘기했다가 내가 니체를 좋아한다고 오해한(!) 독일친구에게 니체책을 한 권 선물받았었는데 미하엘 엔데나 읽던 시절의 내가 니체책을 들춰봤을리 만무하다..-_-;;
이번에 시어머님께 빌려온 소설 ‚그리고 니체는 울었다’(원제 When Nietzsche wept. by I.Yalom)를 읽었다.
여담이지만 울 시어머님 책 빌려주는 것도 안 좋아하시고 빌려준 책은 꼭 받으셔야하는데 책만 없어졌다하면 나랑 시누이가 용의자다
하긴 뭐 시누이는 모르겠지만 난 의심받을만하다.
많이 돌려드리긴 했어도 아직도 몇 권은 내 책장에 꼿혀있으니 말이다..ㅎㅎ
늘 그렇듯이 너무 마음에 드는 책을 읽고 났을때의 그 충만감과 나누고 싶은 마음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어 찾아보니 안타깝게도 없는데 정신분석이나 니체철학에 관심있는 사람이 많은 우리나라에 왜 이 책이 번역되어 있지 않은지 의문이다.
이 책의 무대는 1882년 빈이다.
세기말의 또 하나의 유명한 팜파탈인 루 살로메(1861-1937)가 나오고 젊은 프로이드(1856-1939)도 등장하지만 거의 모든 부분은 니체와 브로이어(1842-1925)의 대화로만 이루어져있다.
당시 의대생이던 아르투어 슈니츨러(1862-1931)도 바람둥이로 잠시 언급이 된다..ㅎㅎ
브로이어는 내게 낯선 인물인데 당시 빈의 유명한 의사로서 프로이드와 함께 히스테리 연구를 출판했단다.
(1890년 Breuer)
이 책의 장점은 우선 재밌다는 거다 마흔정도의 두 남자의 고통과 집착을 끊임없는 대화로 풀어가는 과정이 심각하면서도 유머스럽다.
모르는 단어 정말 많고 내가 이걸 제대로 이해하는 건가 짜증스러운 순간, 불쑥 불쑥 튀어나오는 유머스러움으로 모든게 용서가 된다..ㅎㅎ
거기다 누구나 이름 한 번은 들어본 적이 있는 역사속의 유명한 사람들이 니체의 책 제목처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으로 묘사되어있다.
24살에 벌써 대학교수가 된 대 철학자 38살의 니체가 스물한 살의 루 살로메에게 빠져 허우적대고 명망과 재산을 모두 가진 마흔 살의 브로이어는 그의 히스테리환자였던 23살 여인 Anna O.와 새 삶을 시작하고 싶은 욕망에 시달린다.
우리에겐 자연스런 정신분석학이 아직 학문이 아니던 시기, 나이들어감에 대한 공포와 절망을 해결하려는 그들의 자기성찰과 고뇌가 꼭 옆집 아저씨들같은 느낌을 주는 것도 장점이겠다.
실제로 니체와 브로이어는 생전 만난적이 없다는데 얄롬은 꼼꼼한 자료를 바탕으로 있을 법한 일들로 만들어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부딪히는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내고, 처한 환경안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기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기성찰이 아닐까.
책을 읽으며 나 역시 내가 분노하는 것 나를 잠 못 이루게까지 하는 그 근원들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결국 내가 겪는 괴로움의 대부분은 외부로부터가 아닌 내가 가진 사고의 경직성에서 유래한다.
어차피 한 번 살다가는 인생.
그 많고 많은 생명체중 사고능력이 있는 인간으로 살다가는 생
썪은 물고기에 머리디밀며 싸우지 않고 비상하던 조나단 리빙스턴을 생각한다.
얼마의 시간이 더 지나야, 얼마나 더 고통스러워야 그의 은빛날개를 소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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