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떠나기 바로전 몽님이 남기신 글이다. 리스본에 갈 생각인데 리스본의 밤이라니 궁금해서 독일에 가 당장 구입을 해서 조카애의 방해를 무릅쓰고 읽었다.
창피하게도 나는 레마르크가 프랑스인인줄 알았다. 그의 이름 스펠링도 그랬고 개선문인가 소설도 있지 않은가 말이다.
그가 독일인이고 또 시댁에서 멀지 않은 오스나부르크출신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 짧은 소설은 독일나치를 피해 막다른 골목에 몰린 망명자들이 자신들을 구원할 미국행 배에 오르기 위해 리스본에 온 이야기다.
리스본을 흐르는 강인 테조(Tejo)라는 이름의 구원의 배. 그 배의 티켓도 미국비자도 구하지 못한 화자인 '나'는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도박에 거나 그나마 남은 돈마저도 잃고는 하염없이 구원의 배를 바라만 본다.
그가 바라보았음직한 리스본항의 여객선.
저 곳으로 끝없이 항해를 하다보면 언젠가 미국에 닿을거다.
그때 한 남자가 나타나서 밤새 이야기를 들어주는 조건으로 테조배의 티켓을 공짜로 주겠다고 이야기하는 걸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리고 끝도없이 시작되는 슈바르츠씨의 이야기. 사실 내게는 이야기가 너무 극적이라 백프로 공감이 되는 소설은 아니었지만 인간으로서 막다른 골목에 몰렸을때 나로선 당연하기 그지없는 거주권, 생존권도 보장을 받지 못하는 그 절박한 상황은 가슴이 시리고도 남았다
그게 바로 나였나면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리스본에 도착해 밤길을 걸으며 그들이 생각났던 건 어쩌면 너무 당연했을거다.
아니 그들이 아니라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이란게 맞는 이야기겠지.
내가 묵은 호텔은 아니지만 테조라는 이름을 보고는 반가와 몽님을 위한 한 컷.. (그러다 몇 컷..^^)
그리고 슈바르츠씨가 아내를 찾아 국경을 넘어 고향인 오스나부르크에 갔다 누가 알아볼까 겁이나 묵었던 곳이 바로 시댁이 있는 이 옆 도시 뮌스터다.
그가 불안한 심정에 걸었을 뮌스터 거리. 그때는 아직 폭격전이라 저 뒷모습보다는 훨씬 아름다왔겠지만 말이다. 물론 그 순간에 그 아름다움이 그에게 무슨 소용이었겠냐만..
이번에 찍은 건 아니지만 오른쪽 건물 지하가 소설에 언급되는 곳일 가능성이 높은 레스토랑이다. 지난 수요일 잠깐 시내에 나갔다가 신랑이랑 일부러 그 곳에서 처음으로 식사를 했다. 그들만큼은 아니었어도 우리도 상황이 충분히 슬프기도 했고..
그리고 그들이 이야기를 계속하기 위해 열린 술집을 찾아 오르고 내리고 했을 리스본의 어느 골목.
그리고 언덕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확신할 수는 없지만 비행기에서 내려다본 테조강일 가능성이 높은 강.
어쨌든 내가 본 밤의 리스본은 관광객들로 넘쳐흐르는 가벼운 도시, 더이상 소설속의 슬픈 모습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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