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사키 소지 지음, 이규수 옮김, 역사비평사 2006
이 책 '식민지조선의 일본인들'은 지난 번 '신여성'과 당시 소설을 읽다보니 궁금해져 집어들었다.
물론 올해는 일본관련 책은 그만 읽을 생각이었지만 책도 얇고 한일합방이후부터가 아닌 강화조약때부터라 정보성책으로는 그만이다.
저자는 꽤나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 간혹은 오바하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읽어내려가는 데 큰 무리는 없다.
식민지에 이주해 뭔가 새로운 삶을 찾아보려던 사람들의 부류는 여럿이긴 해도 가장 중심이 되는 건 '그래 내가 더 잃을게 뭐있냐 '식의 사람들이나 '한몫 잡으려는' 사람들. 질이 안좋아 총독부에 의해 일본으로 추방당하는 사람들도 나오니 그들이 일본인들을 대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건 유럽사람들이 터어키나 북아프리카사람들을 향해 범하는 오류중 하나이기도 한데 몰려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시골의 못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다행히 나는 어학원에서 아주 부자인 애들을 만났고 신랑도 친구마누라가 아버지는 터키 어머니는 독일인 (둘 다 갑부) 혼혈아도 있고 해서 다른 걸 볼 기회가 있긴 했지만 터어키로 여행을 가지 않는 이상 혹은 가도 현지인들과 접촉해볼 기회가 많지 않은 이상 그 편견을 고치기가 어렵다는 것 말이다.
내 주의를 끈 글은 정신대문제였는데 1944년 여름 그러니까 전쟁 일년전에 경성일보에 실렸다는 후방 oo부대를 위한 위안부모집 광고다. 황당한게 월급이 300원에 선금이 삼천원까지 가능하다고 나온다는 것.
아무래도 공하나가 더 실린게 아닌가 싶을 어마어마한 금액인데 당시 시골오두막이 270원정도였다니 0을 빼더라도 어마어마하긴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그 광고가 사실이라는 가정하에 가난한 사람들이 저 광고를 혹하지 않았을수 있을까 하는 것.
저자의 성향으로 보건데 잘못된 정보를 올려놨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내가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검색해도 안나온다.
여기서 또 중요한 건 군의 개입문제인데 군대옆의 위안소에서 무슨 이익을 그리 올릴 수 있겠다고 공이 빠졌건 어쨌건 저런 돈을 지급하겠는가?
그러니까 엄청난 자금이 흘러들어왔다는 거고 그게 당시 군이(일본정부) 아니었다면 어디였겠는가.
저런 광고가 사실이 아니라면 논의자체의 의미가 없지만 사실이라면 한 두개가 아니었을텐데 이런 연구들을 하고 발표하고 하지 않는다는 건 한국학자들의 직무유기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1939년 부터 징용이 강제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어느 보고서. 납득시킨 다음 응모하는 방법으로는 예정수를 달성할 수 없어 새벽이나 밭같은데서 강제로 잡아들였다는 거다. 언제까지 얼마를 하라고 한건 아니지만 '상사의 비위를 맞추려는 조선인 말단 관리들이 저지른 것'
이 보고서에 대해 저자는 '폭력행위를 고발한 것은 좋으나, 그 책임을 조선인에게 전가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선인에게 책임을 전가시켰다고 비판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역할이 일본지식인들에게 있다면 그 말단에서 활약한 조선인들의 책임을 묻는 건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
지금 친일명단이며 어쩌고 조금씩 일이 진행되고 있긴 하지만 큰 칼차고 싶어 혈서까지 쓰며 만주로 가셨다는 어느 분같은 그 행위에 대한 과거청산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건 참 슬픈 이야기.
어느 책에서 읽었나 지금 기억은 안난다만 반민특위로 잡혔던 사람중 아.무.도. 처벌을 받지 않았다니 나는 이승만과 미군정에 대해 좋게 봐줄래야 봐줄 수가 없다
당시 누가 알겠냐만 나는 친일을 안했다는 전제로 식민지하 열나게 나를 괴롭혔던 놈이 해방되어서도 나를 계속 괴롭혔다면 나는 화병으로 죽었을거다.
이 책이랑 큰 관련은 없지만 윗 생각을 하다보니 드는 생각은 조선의 청국속국문제인데 독립신문이 청국을 향한 독립을 외치는 것이었던 데다 (나는 오랫동안 독립신문이 일본을 향한 건줄 알았다) 고종황제가 미국에 보냈다는 을사조약 무효문서에 우리는 청국의 속국이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
이건 내가 이 글을 쓰려고 읽었던 책들을 아무리 뒤져도 어디서 읽었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한국인터넷에 영문구글까지 다 뒤졌는데도 역시 찾을 수가 없다..ㅜㅜ
어쨌던 내 관심은 누가 왕이건 아니건 먹고 사는 것에 관심이 있었던 당시의 지배층이나 식자가 아닌 민중이 조선과 일본을 어떤 식으로 바라봤을까 하는 것.
아무리 청나라가 일본처럼 식민지같은 형태를 유지하진 않았더라도 혹 큰 거부감없이 받아들였을 가능성같은 것도 있지 않았을까하는 의문말이다.
임진왜란이 일어났을때 도망간 양반(당시 양반이야 후기의 양반들하고는 다르긴 하다만) 대신 성문을 활짝 열고 환영했다는 글이 있으니 대다수였던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꼭 민중이라고 이야기하는 (내게는 민중 이러면 하층이 연상된다) 사람들말고 지금식의 중산층(우리나라 사람들은 하층도 자신들이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는 연구도 있더라만)들이 체념하며 받아들였을 그런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는 거다.
장쩌민이 후진타오에게 권력을 이양할때 아무 동요가 없는 중국사회가 이상해서 (물론 천안문사태의 여파도 있겠지만) 중국어선생님께 여쭤본 적이 있다
그때 이 선생님 중국은 너무나 오랫동안 황제가 있었기에 보통 사람들에게는 주석이 바뀌는 것이 황제가 바뀌는 의미이상이 아니기에 별 관심이 없다고 말씀을 하셨다는 것.
아 맞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나는 중국인을 내 기준으로 이해할려고 했었구나 하는 깨달음. 지금 이라크에 미국이 미국식 민주주의를 심겠다고 생난리를 치는 게 폭력이듯이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조선이나 대한제국사람들을 볼때도 우리 시각이 아닌 그들이 처한 상황이 어쨌는가를 이해할려고 하는게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면 박통을 찬양하는 어르신네들이나 우리 공주님을 외치는 사람들을 크게 이해못할것도 없는데 이건 참 어려우니..ㅜㅜ)
이러면 친일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조금은 여유있게, 혹은 좌우 나름 공감하는 선에서 바라볼 여지도 있고 말이다.
물론 진리라는 것에 타협이 있을 수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정운현의 '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를 읽었을 때 내 기분은 딱 '그럼 도대체 친일이 아니었단 사람이 누군인가?'란 절망감
여운형같은 사람도 학도군에 가라는 글을 신문에 실은 적이 있다는 기사를 몇 일전에 읽고 나름 충격받았다는 것도 언급해야겠다.
연결해서 읽고 싶은 책으로 우선 하시야 히로시의 '일본제국주의, 식민지 도시를 건설하다', 신경직의 '모던뽀이 경성을 거닐다', 박천홍의 '매혹의 질주, 근대의 횡단', 김상태편역의 '윤치호일기'까지 뽑아는 놓았는데 독일도 가야하고 저 책들은 아마 해를 넘겨야할 거 같다
내년엔 미학, 정신분석학 뭐 이런 방향의 책을 읽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가다간 한동안은 일본이랑 조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겠다.
하긴 벗어나는 게 뭐가 중요하냐 중요한건 제대로 아는 거겠지. 몇 권을 읽는게 중요한건 아니고 얼마나 제대로 읽었느냐가 관건이긴 하지만 그래도 연초의 목표를 올해는 달성할 수 있어서 흡족하다.
2006.12.14. Tokyo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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