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프라하다녀온지가 언제인데 여행기를 올리는게 영 쑥쓰럽긴하지만 그래도 더까먹기전에 정리를 해야겠단 생각으로 올린다..^^;;
드레스덴을 떠난 기차는 차츰 프라하에 가까와지는데 기차에 있던 정보를 살펴보다보니 내표에 있는 역이 프라하종점이랑 다른거다. 라이프찌히에서 그 아줌마가 알아서 잘 끊어준건지 아님 실수를 한건지 누구에게 물어보고 싶어도 육인용칸에는 아무도 없고 지나다니는 사람도 없다. 잠시 고민을 하다 에라 모르겠다 일단 종점까지 가보기로 결정.
역에 내리니 어찌나 스산하고 또 낡았는지..통로를 빠져나와보니 벌써 삐끼다 달려든다. 나 여행객아니라고(사실 가방이 하도 적어서 여행객으로 보이지도 않는다..ㅎㅎ) 일단 가게에 들어가서 프라하여행책자를 하나 샀다. 자꾸 말시키는 사람들을 따돌려가며 대충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할지 감을 잡은 후에 역을 출발한 시간은 이미 아홉시가 넘어있었다. 결국 뮌스터에서 프라하로 직접 왔어도 이 시간이었을 걸 생각하니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아 물론 라이프찌히에 들렸던 걸 후회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역밖은 깜깜하고 날씨는 춥고 사람들 흔적도 보이지 않는 길을 걷고 있자니 갑자기 조금 무섭기도하고 쓸쓸하단 생각이.. 하긴 혼자 돌아다니는 겨울여행이 안 쓸쓸하면 그것도 문제지..^^ 빨리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맥주 한 잔 마시고 싶은 생각이 간절.
깜깜하긴 해도 웅장한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니 길을 잘못든건 아니란 생각이 들어 일단 다행. 꽤 걸어나왔더니 역시나 번화가고 호텔이 줄줄히 보인다. 춥기도 하고 일단 오늘은 좋은 곳에서 자야겠단 생각으로 한 호텔로 성큼 들어서서 방이 얼마냐고 물었더니 이백유로가 넘어가는거다. 에고 얘야 이건 내게 좀 비싸다고 했더니 친절하게도 아래로 내려가다보면 더 싼 호텔이 있다고 알려준다. 일단 가보긴 하겠는데 방이 있으란 보장은 없으니 잠깐이나마 방하나를 맡아달라고(?) 하곤 다시 내려가다 좀 고풍스러워보이는 호텔로 들어갔다.
정말 왕느끼하게 생긴 프론트아저씨 둘이 욕실 딸린 방이랑 아닌 방을 묻기에(벌써 수상하다..ㅎㅎ) 당근 욕실 딸린 방이라고 하고 가격도 팔십유로정도..^^ 돈을 낼라고 하는데 유로는 오프로를 깎아준다는 말에 냉큼 유로로 지불. 문제는 이 바보가 어차피 체코돈을 충분을 바꿔갔다는 거. 평소에도 알뜰한 편도 아니면서 왜 그 말에 그렇게 냉큼 돈을 내버리다니 한심 그 자체에 속도 상하고..ㅜㅜ
체크인을 하다가 주소를 독일로 썼더니 독일어를 유창하게 하는 이 아저씨들. 그냥 잘거냐는둥 바에도 술이 있다는둥. 결국 또 데려다까지 주겠다고하는데 하도 오래된 호텔이라 에레베이터도 작구만. 그 끈적이 아저씨의 친절로 찾아 들어간 방. 오 이런 호텔이 다 있다니..
현관문은 이중인데다가 천장은 무진장 높고 벽난로도 있고 커다란 창문은 열리며 욕실에는 끈으로 잡아댕겨 물을 내리는 양변기가 놓여있는 거다. 딱 프랑스영화를 보면 나오는 그런 아파트같이 낭만적인 방이었던 거다.
바람은 무진장 부는데 창문을 열어보니 덜컹거리긴 어찌나 또 덜컹거리는지 드라큘라라도 나올것 같은 스산한 분위기..
당근(?) 맥주라도 꺼내먹을 수 있는 미니냉장고도 없고 이 낯선도시에 와서 술한잔 안하고 그냥 잘 수는 없는 일. 짐이랄 것도 없는 걸 내려놓고 현금을 잘 챙기고 여기도 술이 있는데 이 추운 겨울 어디를 나가냐는 그 끈적이 아저씨들의 투덜거림을 뒤로 한채 길을 나섰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여기저기 불들이 반짝이고 가게마다 세일표지판. 그렇게 낯선 프라하 신시가지를 걷다보니 눈에 띄는 아가씨들. 모두 이상한 잠바를 걸치고 있어서 처음엔 뭐하는 아가씨들인지 몰랐는데 여기저기서 부딪히니 아마 전문적으로(?) 헌팅을 하는 아가씨들인듯..-_- 유니폼에 가까운 옷을 입고 있는 거 보니 여기도 세금을 내는가보다.
한참을 걷다가 뒷골목의 한 카페를 찾아 들어갔다. 여행지에서 최고의 바는 그 나라 사람들이 갈만한 뒷골목의 바들. 선택은 탁월해서 분위기를 보아하니 예술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그런 카페분위기. 특히 쉐타를 뒤로 걸치고 파이프를 입에문 아저씨가 동료로 보이는 듯한 사람들과 열심히 토론을 하는 모습이 제일 눈에 띈다.
라이프찌히에서 점심을 먹은 후 겨우 포도주 조금 마신지라 뭔가 간절히 먹고 싶었으나 먹을 만한거라곤 케잌쪼가리가 전부.. 껌값보다 싼듯 보이는 맥주로 배를 채우며 들려오는 낯선 언어에 귀를 기울인다.
아 정말 프라하구나..
거리로 나와 소세지를 사먹고는 어슬렁 거리며 호텔로 돌아와 키를 달라고 했더니 이 끈적한 아저씨들은 왜 영어를 쓰냐고 독일어를 쓰라고 구박이다..ㅎㅎ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푹 자려고 했더니 이런 수도꼭지가 돌아가지를 않는다. 욕조때문에 돈을 더 냈는데 물이 안나오다니 당장 뛰러내려갈려다 생각을 해보니 그 끈적한 아저씨들이 방으로 들어오는게 싫은거다. 에라 억울하지만 그냥 자자
아침에 눈을 떠 창문을 열었더니 시가지 건물들이 정답다. 내려가서 생각보다 괜찮은 아침식사를 하고는 짐을 챙겨 호텔을 나섰다.
드디어 영화속의 프라하를 걸어다니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