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묻은 이야기

어머니와 아들

史野 2004. 3. 29.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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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zanne Valadon . The Blue Room,1923


어머니와 아들이라는 세계에 수십억이 존재할 그런 평범한 상황설정으로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 어머니를 얘기할려면 꼭 언급해야할 화가  Toulouse-Lautrec(1964-1901).

로트렉이라는 화가를 혹 모르시는 분이라도 니콜키드맨이 주연했던 영화 ‘물랑루즈’에 나오는 난쟁이 화가를 기억하실거다.(영화도 안보셨다면? ㅎㅎ)

 

귀족이었으나 윗몸에 맞게 다리가 자라지 않은  로트렉은 그의 어두웠던 상황처럼 물랑루즈를 중심으로한 파리의 밤공기를 호흡했으며 밤에도 자신의 모습을 숨길수 없어 술로 37세의 젊은 나이에  인생을 마감하는 불운한 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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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Toulouse-Lautrec, Hangover,(Suzanne Valadon), 1887-88 ,The Fogg Art Museum, Camb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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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얘기엔 그런 그에게 늘 마음의 고향이었고 헌신적이었던 그의 어머니와  그에게 가장 중요했던 모델이며 연인이었던 수잔 발라동Suzanne Valadon (1865 -1938)의 이름이 따라다닌다.(프랑스식으론 정확한 발음인지 모르겠지만 밑의 이름도 그렇고 그냥 쓰겠다..어차피 피에르 가르댕이나 제라르 드 뻬라디유 이런식으로 말해도 아무도 못 알아먹는건 마찬가지니까..ㅎㅎ)

 

 

로트렉뿐아니라 드가 르느와르의 모델이기도 했던 수잔 발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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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oir, Portrait de Suzanne Valadon, 1885 c

 

몽마르뜨를 중심으로 불운한 예술가들이 득실거리던 뒷골목 다수의 남성들 틈에서 자신의 길을 가던 여인.

 

그녀는 사람들에게 영감의 대상이었을뿐 아니라 그 스스로 뛰어난 화가이자 무엇보다 어머니로서 미술사에 흔적을 남긴  뮤즈이다.

혼자 시작한 그림을 모델생활 중 어깨너머로 발전시키던 그녀는 드가와 로트렉에게 인정받고 본격적인 화가의 길로 들어섰다고 한다.


여성혐오증이었단 드가는 지난 번 올린 메어리 캐사트도 이끌어주고 끝까지 좋은 친구로 지냈다고 하는데 수잔얘기도 그렇고 아마 남자로서 여자를 좋아하지 않았을뿐 인간대 인간으로 여성을 인정한 앞선 포스트모더니즘적 인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 물론 내 아주 개인적 생각이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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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에 사생아를 낳은 그녀도 물론 바라지 않던 아이라 힘들어했지만 21세기에 대한민국에 사는 누구보다 훨씬 어린나이였음에도 창문밖으로 핏덩이를 내 던지지 않고 키운다.
역시 18살에 벌써 알콜중독으로 병원신세를 져야했던 미래가 보이지 않던 젊은이 위트릴로Maurice Utrillo (1883-1955)가 그녀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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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년 어린 모리스와함께 찍은 사진을 그림을 배운후 위트릴로가 보고 그린 듯 하다. 

 

자신의 삶을 감당하기에도 힘들었을 나이에 수잔은 정신병에 알콜중독인 아들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하게되는데 그녀의 주변사람들 특히 그녀를 맴돌던 남자들이 지겨워할 정도로 아들에게 희생적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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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is Street (1914),Helen Birch Bartlett Memorial Collection,Art Institute of Chicago

 


정신병원에서 잊혀지거나 알콜중독으로 일찍 세상을 떠나 우리에겐 발라동에게 사생아가 하나 있었다는 한 줄짜리 사연으로 읽혀졌을 수도 있던 모리스가 아들의 종교심을 키우고 그림을 가르치던 어머니의 노력으로 독특한 파리풍경화가가 되어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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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이 다된 나이에 역시 중년이 된 그림그리는 아들의 초상화를 그리며 수잔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렇다고 수잔이 애만 돌보고 그림만 그린건 아니다.
매력적인 그녀는 여러 염문을 뿌리며 44살의 나이에 자기 아들보다 어린 23살의 화가 위터와 결혼한다…^^

 

 

bild거기다 프랑스의 반항아 에릭 사티(1866-1925) 의 얘기에도 빠지지 않는 수잔..
작곡에서 뿐 아니라 괴상한 옷차림으로도 유명했던 사티는 몽마르뜨르의  싸구려 술집에서 피아노를 치다가 수잔을 알게되어 사랑에 빠졌단다.bild

 

 

 

평생독신으로 지낸 그에겐  유일하게 염문을 뿌렸던 상대였으며 그의 나이 26살에  수잔이 그렸던 이 초상화와 그가 그렸던 수잔의 초상화가 죽는 순간까지 그의 방에 나란히 붙어있었다고 하니 한 번 붙이면 떼어내기 싫어하는 게으른 사람이었거나 평생을  수잔의 매력에 빠져 산 사람이거나 둘 중의 하나가 아닐까 ?.

 


 

 

2004. 03.28 東京에서...사야

 

Eric Satie Gymnoped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