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묻은 이야기

내 그림값이 비싼 이유는 말이지

史野 2004. 2. 19.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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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Nocturne in Black and Gold: The Falling Rocket. 1874-77. Oil on panel. The Detroit Institute of Arts, Detroit, USA.

 

 

요즘은 그림값이 얼마나 가는지 모르겠는데 15년전에는 유명하면 천문학적!! 이름 쬐금 있으면 1호당 삼사십만원 더 안유명하면 1호당 대충 십만원 뭐 이랬다

보통 집에 걸만한 크기로 10호나 15호를 생각할때 마음에 드는 그림은 대충 삼백만원 수준
그 당시 대졸 초봉이 50만원이었나? 뭐 그런 걸로 따지면 월급의 여섯배정도다..

 

어떤 여자가 당시 수백만원의 그림을 사면서 선물받은 걸로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기로 했었는데 남편이 수백만원짜리 옷을 사는 건 이해를 하지만 그림을 샀다고 하면 이해를 못하기때문이라나? ㅜㅜ

 

어쨋든 그림값만보면 사실 보통사람들과 가장 먼게 그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왜 갑자기 돈얘기를 하는걸까

오늘은 돈과 관련된 싸움(?)에 대해 할 말이 있어서다..ㅎㅎ

 

전에 언급한적이 있던 재밌는 화가 휘슬러가 오늘 주인공이다
휘슬러는 미국태생이긴 하지만 호퍼랑은 반대로 미국화가라고 하기는 힘들다.
그는 어린시절 러시아에서 오년정도 보내는데다가 21살에 미국을 떠나 마지막까지 유럽에서 활동을 했기때문이다.

 

어쨋든 4년간 파리에 머물렀던 화가는 영국으로 이주한다.
처음엔 화가로서보다 사교계에서 더 유명했다는 그는 여행도 많이 다니고 멋을 엄청 부리며 돈도 팍팍 썼다고 전해진다
마네와함께 낙선전에 출품하기도 한 그는 그림에 음악적 명칭이나 색의 배합등의 특이한 제목을 많이 붙였는데 위처럼 야상곡이라는 제목이 붙은 그림들때문에 1877년 러스킨과 그 유명한 소송을 하게 된다.

 

그가 저 그림을 전시했을때 러스킨은 별꼴을 다보고 살았지만 물감통을 관객의 얼굴에 던진 댓가로 200기니를 요구할거라는 건 상상도 못했다는 평을 쓰게 되고 휘슬러는 그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게 된다.

 

난 200기니가 도대체 얼마인지가 넘 궁금해서 인터넷을 마구 뒤지게 된다..ㅎㅎ

기니는 파운드와 비슷한 단위인데 그림을 사거나 할때 전통적으로 말하는 단위란다.

찾을 수가 없어서 거의 포기하다가 어느 영국인이 구매력 비교를 해놓은 사이트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당시 100파운드가 지금 팔천파운드정도의 구매력과 같단다. 그럼 2천원으로 환율을 계산한다고 하면 그림값이 삼천만원이 넘는 돈이라는 얘긴데 가능한 금액일까?

 

하긴 지난 번 올렸던17세기에 튤립구근하나가 집한채값과 같았다는 얘기를 생각하면 부자들이야  워낙 많으니까 뭐 그리 불가능해보이지도 않지만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 영국인의 구매력비교가 정확하다는 전제하엔 너무 엄청난 금액이다.
이래서 그림은 국가나 기업이 구입해서 전시장에 놓는게 가장 바람직하다..ㅎㅎ

 

어쨋든 그는 법정에서 2틀간의 작업으로 요구하기엔 너무 많은 금액이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이틀간의 작업이 아니라 내 평생 노력의 산물이라는 너무도 멋지지만 동시에  날도둑놈 같은 말을 남기게 된다..^^

 

그는 소송에서는 이기지만 손해배상을 많이 받지는 못해서 결국 파산을 하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소송을 걸때는 돈이냐 명예냐 잘 생각해봐야한다..ㅎㅎ)

 

여기 숨겨진 얘기가 하나 더 있는데 휘슬러보다 20년이나 어렸던 우리의 꽃미남 오스카와일드도 이 그림은 진짜 불꽃이 떨어지는 대충 15초정도는 바라봐줄 가치가 있다라는 그림평을 아일랜드잡지에 썼단다

앞날이 창창하던 와일드에겐 다행스럽게도 싸움닭 기질 다분한 휘슬러가 읽지는 못했다는데 후세대인 우리에겐 불행인지 다행인지..ㅎㅎ
 
그는 후에 예술의 다른 기능을 거부하는 예술자체로서의 예술에 대한 이론을 주장하기도 하는데 15년정도가 지난 1891년에  결국 그의 그림이 인정을 받아 아래 그림은 천기니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팔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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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rangement in Gray and Black No.2: Portrait of Thomas Carlyle. 1872. Oil on canvas. Glasgow Museums and Art Galleries, Glasgow, UK.

 

 

휘슬러의 유명한 어머니그림보다 조금 늦게 그려진 이 그림은 역시 옆모습이 전체를 가로지르는 구성으로 감상자에게 여유를 주고 있으며 경직된 어머니의 자세보다 훨 부드럽고 70이 훨넘은 노학자의 모습이 너무 잘 표현되어있어서 내가 참 좋아하는 그림이다.
모델이 스코트랜드태생의 학자라서 글라스고에 팔렸는데 글라스고까지 갔다가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서 안타깝게도 직접 보지는 못했다

근데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난 천기니주고는 절대 못산다..ㅎㅎ


 

 

2004.02.18. 東京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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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5월 스코트랜드 여행중 에딘버러에서..^^)
 

당신의 생일입니다

작년 당신생일을 함께 보내서인지 당신과 마시던 포도주가 당신과 바라보던 바다가 우리가 나누었던 그 끝도없던 얘기들이 모두 그립습니다
다시 당신을 위해 촛불을 밝히고 싶은 간절한 마음..
그리고 함께 있어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
무엇보다 내게 소중한 당신을 43년전에 이 땅에 보내주신 당신부모님께 감사하는 마음..
당신마음에 들기를 바라며 이 칼럼을 사랑하는 당신께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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