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묻은 이야기

내가 천사를 닮았다구?

史野 2004. 2. 8. 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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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phael.  Sistine Madonna. c.1513-1514. Oil on panel. Dresden Gallery, Dresden, Germany

남편이 나를 부르는 호칭은 수도 없는데 그 중 하나가 천사다
난 외모도 마음도 천사란다..ㅎㅎ
마음이야 그렇다치더라도 외모까지? 가느다란 몸매의 천사모습을 상상한 나는 너무 감동해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게 되는데..
자기야 한 번 그림으로 표현해봐 내가  어느 천사랑 닮았어?

응 바로크천사..(그림 아래 부분에 있는 초코렛 선전에 자주 등장하는 아기천사들을 가르키는 말이다)

더이상 묻지 말았어야했다..ㅜㅜ

 

그럼 왜 천사라는 건 가지각색으로 생겨서 나를 착각하게 했느냐는 처절한(?) 문제의식에서 이 칼럼은 출발을 한다
(아 출발만 그렇게 했다는거다 천사에 대해 읽다보니 천사가 싫어질정도로 어렵기만 하다..흑흑)

 

천사하면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빔벰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다. 흑백화면속의 외로운 천사인 브루노 간즈의 연기 정말 일품이다...^^*

 

어쨋건 신의 심부름꾼인 천사는 바빌론.그리스 로마, 불교에도 있고 우리나라엔 천사비슷한 선녀도 있지만 내 칼럼의 성격상 서양화속의 천사 몇을 살펴보기로 하자

태고에 하나님이 아담과 이브를 창조하기전부터 있었던 천사는 인간은 아니지만 타락하기도 하는 미스테리한 집단이다

천사집단의 계급도 무지 복잡한데 자세한건 며느리도 모른다..ㅎㅎ

 

미스테리한 존재들이다 보니 형상화하는데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물론 종교화의 형상은 성경이나 외경등의 문헌에 의존하게 되지만 묘사되는 천사가 늘 같은 건 아니기때문이다.

천사의 성이 또 문제가 되는데 성경 창세기엔 하나님의 아들들이 세상의 딸들과 합해 타락한다는 내용이 나오니 천사들은 남성이다

초기 기독교에서는 그래서 젊은 남성을 표현하는데 그 당시 그림들은 사실 애매모호하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날개달린 천사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날개는 보통 초인간적인 형상에 붙는데 처음 이교도적인 모든 걸 배제하려던 초기 기독교의 천사들은 날개가 없다. 그러다 또 모든 초인간적인 것에 날개가 달려야한다고 해서 달리기도 하고 왔다리 갔다리 표현된다

 

지난 번 카라밧지오의 그림에서도 같은 화가가 같은 주제를 가지고 그렸는데도 천사의 모습은 천차만별이 아니던가?( 안보신 분들 ‚내 마음대로 그리면 안되는 거야’ 참조)

 

중세를 지나 르네상스부터 회화가 활기를 띄게되며 천사의 모습도 다양해지는데 저 위 나 닮은 천사는 르네상스시대에 신화의 영향으로(큐비드) 나타나 바로크시대부터 로코코까지  여기저기 즐거움을 상징하는 요소로 사랑받게 되어 보통 바로크천사라고 부른다...^^*

 

서양화에서 가장 유명한 천사는 당연히 마리아에게 임신사실을 알리는 가브리엘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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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gier van der Weyden. St. Columba Altarpiece. Annunciation. The left panel. c.1455. Oil on panel. Alte Pinakothek, Munich, Germany

 

지난 번 시에나 칼럼에서 본 마르티니의 그림보다 100년 후 그려진 그림으로 그동안 회화가 공간달성에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알 수 있다

여기서 가브리엘은 날개 달린 하얀 옷을 입은 가장 전형적인 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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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nnunciation. 1570-1575. Oil on canvas. Thyssen-Bornemisza Collection, Lugano-Castagnola, Switzerland.

 

가장 주목받는 매너리즘 화가인 엘 그레코가 그린 수태고지다
여기서 가브리엘은 로마시대의 남성조각이나 아폴로 신을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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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te Gabriel Rossetti. Ecce Ancilla Domini ("The Annunciation"). 1850. Oil on canvas. Tate Gallery, London, UK

 

이  그림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는지? 내 개인적으론 수태고지 그림 중 가장 깨는(?) 그림이다.
수태사실을 듣는 마리아는 병상에 누운 아가씨같기도 하고 잔뜩 겁에 질려있는 모습이 구세주를 잉태하게 된 성모의 모습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아님 성령으로 신을 잉태하는 여인의 고뇌가 너무나 절절히 드러난 그림이던지..^^
어쨋든 이 그림에서 가브리엘천사는 날개를 달지 않은 보통 인간의 모습이다.


 

남편에게 이 천사칼럼에 대해 얘기하는데 남편이 갑자기 심각하게 그런다

야 넌 아무래도 진짜 천사가 아닌가봐 날개가 없잖아.
어 몰랐어 ? 여차하면 나를려고 떼어서 숨겨놨지..흐흐 이번엔 내가 이겼다..^^*

 

 

2004.02.07. 東京에서 사야

 

 

부정기적이나마 앞으로 애타는 독일어에 내용이 올라갑니다
독일어랑 상관없으신 분들이 많은 관계로 전면에 오래 떠있게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러니 독일어하시는 분들은 애타는 독일어에 가끔 들려주시구요
아니신 분들은 아예 그 쪽을 무시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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