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묻은 이야기

피아노에 대한 감정

史野 2003. 7. 10. 14:31


Lady at the Piano 1875 (40 Kb); Art Institute of Chicago








모두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라는 엄청!! 에로틱한 영화를 기억하실 것이다



오스트렐리아 해변에 놓여졌던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환상적인 장면이다..ㅎㅎ



난 여태 그게 영화에 나온 피아노장면 중에 가장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얼마전 로만폴란스키감독의 피아니스트에 나왔던 페허속의 피아노도 뭐 그만큼 인상적이다..^^



지금이야 아이들이 거의 다 피아노를 배우고 왠만한 집엔 다 피아노가 놓여있지만 피아노가 꽤나 고급스런 물건이었던 내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우러 다니는 친구나 놀러가면 떡 놓여있던 검은 피아노있는 집이 참 부러웠었다



내 악기에 대한 집착(?)은 아마 어린시절 그 부러움에서 출발한게 아닌가 한다



별 별 악기를 다 시도해봤지만 끈기가 없어서 포기하고 나중엔 제일 만만한 내 목악기(?)까지 시도를 했는데 담배를 피게 되는 바람에 도로아미타불이 되어서 특히 남편이 맘아파한다..ㅎㅎ



어쨋든 난 지금도 악기 잘 다루는 사람 특히 피아노 잘 치는 사람을 무지 좋아한다 ..^^



무지 냉소적인 그래서인지 무진장 잘나가는 무표정의 변호사친구가 있다. 내게 별 점수를 못따던 애였는데 작년에 놀러갔더니 피아노를 새로 구입했다며 멋지게 한 곡을 연주하는게 아닌가?


갑자기 사람이 왜그렇게 달라보이던지 냉소적인 남편땜에 힘들겠다 싶었던 그 마누라가 엄청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ㅎㅎ


내 노후계획중의 하나가 남편의 반주에 맞추어 감상적인 노래를 부르거나 남편은 피아노치고 난 포도주를 마시는 거다..하하하





피아노만큼 우리 생활에 깊이 파고들고 풍부한 악기가 또 있을까 싶다

그럼 피아노는 언제부터 생겨난 악기일까?

피아노의 최초의 전신은 2천년전 이란의 덜시머(Dulcimer)라고 한다


14세기경 유럽으로 전해져서 여러 모양을 거치다가 1709년 이탈리아의 크리스토포리가 말그대로 강약이 가능한 피아노 포르테(나중에 줄어서 피아노)라는 해머가 쳐서 소리가 나는 지금 피아노와 비슷한 악기를 만든다.



그 후 독일 영국등에서 차츰 보완을 해서 실제로 우리에게 익숙한 현대적 피아노는 아직 2백년도 안된 얘기라니 놀랍다

모짜르트가 치던 피아노도 보면 페달이 없다



그럼 그림에서는 피아노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내게 피아노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화가는 르느와르이다

그가 그린 그림들에서 평화로이 피아노를 치고 있는 나른한 여자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예전의 서양에서도 피아노는 있는 집, 혹은 배운집의 악기라고 볼 수 있다

우아한 모습으로 피아노앞에 앉아있는 여자들은 물론 가난한 사람들은 아니었을 것이다


건반악기의 대가인 바흐는 악기 모으기를 좋아했다고 하는데 비싸서 돈을 모으고 모아 하나씩 구입했다는 것이다



난 사실 이 칼럼을 생각하면서 예전의 피아노가격의 가치를 환산해보고 싶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안나온다..ㅠㅠ

그러다가 쓸데없는 걸 하나 발견했는데 지금 네덜란드에서 너무 유명하고 또 흔한 튤립의 구근 하나가 1636년경에 집한채의 가격이었단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정신나간 사람들이 많은 건 분명한거 같다.-_-;;;)


어쨋든 물려받은 쳄발로나 그랜드 피아노가 집에 있는 보통 (여기서 보통이라 함은 전문적 음악인들이 아닌..)서양사람들을 내 경험으로 대충보면 할아버지가 병원을 가지고 있었다던지 아님 어느 시의 시장이었다던지 그렇다



모짜르트나 베토벤 같은 음악가들의 집을 가보면 너무 부자는 아니지만 그냥 잘 사는 집들이었다라는 느낌이 온다 (음악가의 생가는 딱 이 두 집을 가보았으므로 다른 비교는 불가능하다..ㅎㅎ)



피아노그림은 풍속화가 유행하던 네델란드의 그림에서부터 심심찮게 나타나는데 이 그림은 지난 번에 소개한 화가 Jan Vermeer의 그림이다 클라비코드와 하프시코드(쳄발로)중간정도된다는 Virginal이다 (뭐는 테크닉상 어떻게 다르고 어쩌고 그런 얘기는 내가 이해를 못했으므로 빼기로 한다..ㅎㅎ)



그는 음악레슨같은 악기를 소재로 한 그림들을 좀 그렸다



그러다 가장 많이 그려지는건 인상주의때 와서이고 마티스, 팝아티스트등등을 거쳐 요셉보이즈와 백남준에 의해 부서지기까지 하는 수난 시대에 도달하게 된다





At The Piano
1858-59; Oil on canvas, 67 x 91.6 cm; The Taft Museum, Cincinnati, Ohio



내가 피아노있는 그림중에 아주 좋아하는 그림은 휘슬러Whistler, James Abbott McNeill (1834-1903)가 그런 이 그림이다. 엄마인지 가정교사인지는 모르겠지만 두 사람의 흑백대비가 선명하고 요정같은 소녀가 피아노에 걸쳐 연주를 듣고 있는 이 그림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다.( 아님 내 어린 시절에 대한 대리 만족일지도 모른다..ㅎㅎ) 이 재미있는 미국남자에 대해선 언제 한 번 소개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 그림은 클림트가 그린 피아노앞의 슈베르트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근데 클림트는 슈베르트가 세상을 떠난 후 태어났는데 어떤 이유로 이 그림이 그려졌는지 참 궁금하다


Henri Matisse. The Music Lesson. 1917. Oil on canvas. Barnes Foundation, Lincoln University, Merion, PA, USA.


이 그림은 마티스가 그린 음악레슨이다 르느와르나 휘슬러 그림속의 육중한 피아노가 갑자기 가벼워(?)졌다



Wolf Vostell, Fluxus-Piano-Lituania, Hommage à Maciunas, 1994


이 사진은 피아노부수는 장면을 찾아헤매다 발견한거라 예술가에 대해 아는 건 전혀 없지만 전위예술 실험예술의 대표적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렇게 긴 세월에 걸쳐 다양한 사조의 다양한 사람들이 피아노를 붙들고 늘어지니 정말 피아노는 악기를 떠나 미술에서도 무지 매력적인 오브제임에 분명하다..^^











2003.07.09 香港에서...사야








'물감 묻은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가의 연인-Gilot  (0) 2003.10.14
누가 더 멋쟁이지?  (0) 2003.07.24
마유미 그리고 Japonism  (0) 2003.07.02
내 맘대로 그리면 안되는 거야?  (0) 2003.06.23
별이 빛나는 밤  (0) 2003.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