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묻은 이야기

내 맘대로 그리면 안되는 거야?

史野 2003. 6. 23. 17:23

이탈리아 반항화가 카라밧지오 Caravaggio (1571/3-1610)에 대해 한 번 올리겠다고 약속을 한 뒤로 시간이 마구 가다가 드디어 얘기를 시작한다


사실 카라밧지오에 대해 레포트를 낸적이 있었는데 그때 복사해놓은 관련물이 수백장이다



당연 처음이야 공부겸 그걸 다 읽은 후 쓸 생각이었지만 안봐도 비디오지 내가 어느 세월에 그걸 다 읽겠는가? ㅎㅎ



난 그의 그림들을 참 좋아하는데 늘 그렇듯이 미술적으로가 아니라 그의 성격과 관련된 내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가 담긴 그림중 몇 장을 가지고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카라밧지오는 성당의 성 마태 제단화를 주문받고는 이 그림을 완성한다



기독교인이 아닌 분들을 위해 잠시 설명을 하자면 성마태는 예수의 열두 제자중 하나로 세리로 일하다가 예수님에게 스카웃이 되어 성인의 반열까지 오르고 또 영원한 베스트셀러인 성경의 공동저자이다..^^ (성경이 저자이냐 기자이냐 이런 토론은 여기서 빼기로 하자..ㅎㅎ)



흑백이라 좀 느낌이 안오긴 하지만 그래도 그림을 잘 보면 늙은이의 주름과 엉성한 옷차림 그리고 천사의 도움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책을 붙들고선 쩔쩔매는 듯한 인상을 준다



지금 내눈에는 너무 사랑스러워보이고 정겹지만 성인이라고 부르고 성당의 제단화에 걸어 사람들이 그 앞에서 기도를 하기엔 한마디로 성스럽지 못한 것이다 그러니 이 그림은 거절 당한다



카라밧지오는 아니 내 그림을 내마음대로 그리지 못한단말이야? 라고 분통을 터트렸을 것이다



그는 안그래도 길지 않은 인생에서 불같은 성격으로 두 번이나 살인사건에 연루되고 도망자 생활로 생을 마감하는 인물이다



어쨋든 주문받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면 돈도 못받을 것이고 중요한건 그가 그렇게 그릴 수 없는 사람이 아니라 다르게 그리고 싶었다는 걸 보이고 싶었던 지라 다음 그림이 나타나게 된다



근데 두 번째 그림에서 재미있는 건 마태가 아주 성스럽게 옷을 입고 천사에게 우아하게 텔레파시를 받는 장면이라 모든게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그는 또 이번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다..하하하



저렇게 초등학생처럼 의자위에 한 무릎을 꿇고 어정쩡하게 서있는 성인은 또 없었다



저 그림이 받아들여져서 세 번째 그림은 없지만 난 저 그림도 퇴짜맞았다면 어떤 그림이 나왔을까가 사못 궁금하다..ㅎㅎ



첫째 그림은 성당에서 퇴짜맞은 후 개인소장자에게 팔리는데 그의 독특한 그림들은 자주 퇴자를 맞았고 그런 그림들을 좋아하는 개인소장자의 층이 벌써 그의 곁에는 형성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그림은 독일까지 오게되고 독일에서 화재로 안타깝게도 수명을 다해서 우리에게 남은 건 저 흑백슬라이드가 전부라 안타깝다



근데 2차대전때 화재로 소실된줄 알았던 당시 베를린에 보관중이던 많은 그림들이 러시아와 미국에 분산되어 있다는 얘기가 자꾸 나오고 있어서 혹 저 그림도 다시 부활(이건 내 표현이 아니라 어느 독일인의 표현이다..ㅎㅎ)할지도 모른다



개론을 너무 훌륭하게 다룬 서양미술사의 저자 곰브리치는 그의 책에서 가난하고 늙은 노동자인 마태를 제대로 그리려고 카라밧지오가 노력했다고 하면서 그가 신앙심깊고 성경을 열심히 읽으며 정말 어떤 장면이었을까를 고민했을 거라고 말한다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 한 말에 반기를 드는 건 좀 문제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난 절대로 카라밧지오가 성경을 열심히 읽고 깊은 신앙심을 가진 사람이라고 믿지 않는다. 아니 곰브리치도 성경을 읽었나 의심스럽기까지 하다...ㅎㅎ



마태는 세리 그러니까 지금식으로 말하면 세무공무원이다 예수의 제자중 고기를 잡던 베드로라면 모를까 예전에나 지금이나 세무공무원을 하려면 그래도 어느정도는 교육을 받아야하고 또 세금문제하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짜고 치는 고스톱인데 가난하다는 건 말도 안된다.



아무리 마태가 예수를 만나 가진 것을 버리고 십자가 사건이후 복음을 전하며 고생고생을 했다고 백번 양보해도 저 처절한 모습은 비성경적이다..ㅎㅎ



또 마태야말로 성경을 한 번 읽으려고 시도하셨던 분들은 다 짜증났을 누가 누구를 낳고 낳고로 시작하는 구약의 얘기를 여러번 거론하며 예수야말로 구약시대에 예언된 메시야임을 강조하고 있는 석학(?)중 하나인데 (이건 좀 기독교적으로 깊이 들어가는 경향이 있으니 또 그만..ㅎㅎ)깊은 신앙심을 가지고 성경대로 그릴려고 애썼다면 마태가 어디 저 그림에서 처럼 저렇게 보일 수가 있냐 말이다



그는 단지 교회가 원하는 내용의 그림을 그리면서 내가 주장하듯 형식은 내맘대로 그린다!!였을 거라는 거다



실제로 카라밧지오는 로마에 도착했을때 부랑자생활을 좀 했다고 전해지는데 저 마태의 모델은 그 부랑자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가 그린 마리아 그림의 모델이 한 창녀였다는 주장이 그 시대에도 있었다고 하니 내 상상이 맞지 싶다
그런데 카톨릭에서는 신의 어머니로까지 숭상되는 마리아의 얼굴에 창녀를 그려넣다니..
중세였다면 화형감 아닌가?
정말 재밌는 남자다..ㅎㅎ



지난 번 도마의 의심 그림도 지금 우리 눈으로 보기에도 그 선정성(?)이 사실 무슨 호러물을 봐라보는 듯 충격적이지 않은가?



이 남자가 더 재밌는 그림을 한 장 그렸는데 이 그림은 (이 얘긴 기독교인이 아니라도 어린 시절 과자받아먹으러 교회에 나간 사람이면 다 아는 )다윗이 골리앗을 죽인 그림이다



여기서 카라밧지오는 머리가 댕강 하고 잘려버린 그 얼굴의 모델로 자기 얼굴을 그려넣었다



아무리 맘대로 그린다고 해도 심리적으로 자기 얼굴을 저기다 그리고 싶었을까?



그는 이렇게 기상천외한 그림을 그리며 정말 자기맘대로 살다가 결국 비참하게 죽는다.



중요한건 그가 어느 그림을 그리던 그가 속했던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이다



그의 삶만큼이나 그가 그리고자 하는 장면을 극적으로 표현하고자 애쓰고 그래서 후세에 많은 영향을 미친 화가 카라밧지오 아니 정식이름 미켈란젤로 메리시Michelangelo Merisi...



그는 달리나 요셉보이즈 앤디워홀..등등 삶전체로 예술가이고 싶어하는 이들의 아버지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2003.06.22 香港에서...사야





서양미술에서 성경얘기 빼면 불가능(?)하기에 올리면서도 기독교인아니신 분들에게 거부감이 들까하여 조금 유머스럽게 올렸는데 또 기독교인이신분들이 읽으면 약간 불경스럽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ㅎㅎ


카라밧지오보다 100년 늦게 태어나긴했지만 같은 바로크시대 이태리 예술가인 알비노니의 음악입니다 ^^


새로 가입하신 분들 반갑구요 그냥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데 기분좋게 들렸다 가시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바람돌이님 앞으로는 바람돌이님 독자란에 글 남기시기전엔 절대 새 글 안올라갑니다..하하하





Albinoni Obo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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