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묻은 이야기

별이 빛나는 밤

史野 2003. 6. 13. 09:42




굳이 윤동주의 시를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에게 별은 마음의 고향 외로운 자의 영혼 상징화된 이상..등등의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



고흐가 그린 별이 빛나는 밤에는 어떤 얘기들이 숨어있는 걸까?



올해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화가랄 수 있는 반고흐(1853-1890)가 태어난지 정확히 150년이 되는 해이다



반고흐는 너무나 유명해서 뭐 할 말이 특별히 없다고 생각했던 난 고흐의 별 그림과 천문학에 관계된 좀 멋진 글을 올리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관계 글을 읽다 보니 천문학에 무지한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거다



많은 글을 읽었는데 아직도 내가 뭘 읽었는지도 잘 모르겠다..ㅠㅠ



결국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포기하는게 최상이라는 남편의 충고 비슷한 구박을 뒤로하고..ㅎㅎ

사실 더 읽고 나중에 올릴까 하는 생각을 안한 건 아니지만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내 천문학지식이 갑자기 생기는 것도 아니니 그냥 읽은 걸 바탕으로 대충 고흐 얘기를 시작한다..^^



10년 정도 되는 화가의 생활 중에서 마지막 3년 정도에 왕성하게 그림을 그렸던 그



유감스럽게도 때론 멀쩡하고 때론 발작을 일으키는 질환에 시달리던 상황이었다



막상 고흐에 대해 읽다 보니 난 고흐를 넘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내게 고흐의 그림은 밝은 색상과 정열적인 붓질 그리고 그가 남긴 많은 자화상들을 보며 느껴던 연민등..



별 생각없이 그리고 또 너무나 많이 보아 온 그림들에 대한 익숙함 뭐 그런 복합체였던 거 같다



더 자극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주의나 상징주의 그림들에 이미 익숙한 우리들의 눈에는 그의 그림들은 사실 너무나 무난해 보인다



그래서 그의 그림들이 가지고 있는 상징성이나 표현주의 성향등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는지도..



위의 그림만 해도 반짝이는 별들과 파란 하늘 커다란 나무... 난 그냥 고흐가 그의 편지에 썼듯이 밤이 때론 낮보다 훨씬 풍부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으로 밤에 나가서 그림을 그렸나보다 생각했을 뿐이다



내겐 그냥 바라보고 멋진 그림이다 하고 말았을 이 그림을 천문학자들은 별자리를 종교학자들은 종교적 상징주의로 연구하고 또 연구하는 걸 보면 참 재미있다



물론 어느 하늘에서 바라봐도 저 별들이 저렇게 크게 빛날 수는 없다



어떤 천문학자는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은 새벽 3시의 하늘이라며 어떻게 저 시간에 사람이 나돌아다니느냐고 묻는다..-_-;;;



별이 빛나는 밤이 그려진건 그가 자살하기 13개월전 정신병원요양소에 있을 때이다



천문학자들이 별자리와 위도 등을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지금 이맘 때 그의 병실에서 본 새벽 4시경의 하늘이란다 



그런데 문제는 달이 절대 저런 모양일 수 없고 그 창문에서는 저 큰 사이프러스가 보이지도 않고 저런 뾰족한 탑을 가진 교회도 없다는 것이다



화면 중간을 회오리모양으로 가로지르는게 오로라인데 그 당시 그 하늘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인데다가 금성이 저기서 어떤 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단다



결국 고흐는 그 당시 유행하던 천문학 지식을 그림에 활용했다는 얘기다



그가 그린 요소들은 한 장소에서 본 것이 아니라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그림을 위해 합성되었다는 것이다



종교적으로 그의 그림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은 그의 편지 예를 들어 저 그림은 종교적 상징화라고 주장한다


파란 하늘은 예수그리스도이고 별들은 천사이며 불타는 듯한 모양의 사이프러스 나무는 인간의 고통 결국 고흐의 고통을 나타낸단다



난 물론 어느 말이 옳은지 아닌지 판단할 만큼 고흐에 대해 아는 게 없다.



그러나 고흐가 많은 사람들이 주장했듯이 정신적 발작상황에서 사물을 무조건 왜곡해서 그린게 아니라 정신적 고통속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화면을 통해 나타내려고 무진장 노력했다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그가 이 그림을 그린게 정신병 수용소에서 였으니 병에서 벗어나려고 제 발로 찾아간 그의 고통스런 싸움이 절절히 느껴지는 듯하다



이런 여러가지로 이유로 고흐를 독일표현주의를 연 시조로 본다



아시다시피 인상주의와 때를 같이 하는 사진기의 발명은 자연이나 인물을 그린 그림이 사실적이어야한다는 명분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온다



그래서 화가들은 뭔가 사진과는 다른 길을 찾아 나서게 되고 그게 지금 우리들이 현대미술이라고 부르는 쟝르를 규정하기도 힘든 상황까지 온게 된거다


살아 생전 딱 한장의 그림밖에는 팔지 못했다는 고흐



지금 우리는 고흐의 그림을 너무 좋아하고 왜 당시 인정받지 못했을까 이해할 수 없지만 고흐의 그림보다도 더 평범한(?) 인상파들의 그림도 초반에 비평가들에게 욕을 먹었던 걸 생각하면 그리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그런데 그가 과연 넘 불행한 화가였을까?



세상 누구보다도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테오..그에게 늘 자신이 생각하는 걸 표현할 수 있었던 그는 어쩜 많은 사람들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우리 보다 더 행복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에게는 무엇보다 그의 생각과 그걸 표현해낼 수 있는 그림이라는 도구가 있었으니까..


다른 별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희망을 가졌던 그는 건강한 모습으로 지금 저 별 중 어딘가에 살고 있을까?










2003.06.13 香港에서...사야





반 고흐의 영화중에 구로자와 아끼라 감독이 만든 '꿈'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그림 몇 개를 가지고 이야기를 이어가는데 본지 하도 오래되어서 자세한 건 기억이 안나지만 좋았던 느낌은 남아있네요 구하실 수 있으면 꼭 한 번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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