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감 묻은 이야기

마유미 그리고 Japonism

史野 2003. 7. 2. 09:49


Claude Monet. Madame Monet in Japanese Costume (La Japonaise). 1875. Oil on canvas. Museum of Fine Arts, Boston, MA, USA.





마유미하면 모두 칼기 폭파범이 먼저 생각나겠지만 마유미는 내가 상해에서 친하게 지내던 일본친구이다



‚난 그래서 내 이름때문에 속상해’ 하던 그녀때문에 얼마나 웃었는지...^^



오랫만에 그녀와 이메일을 교환하고 났더니 정말 사무치도록 그녀가 그립다



그래서 오늘은 마유미의 결혼식사진과 닮은 이 그림과 함께 얘기를 해보려고 한다



내 상해생활에 그녀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원 계약기간이던 삼년을 못채우고 상해를 떠나게 되었을때 안타까운 점이 참 많았지만 그 중 너무 속상했던게 마유미와 같은 도시에 살 수 없다는 것이었을 정도로 난 그녀를 좋아한다



사람이 사람을 만날때 어찌 늘 좋기만하랴 짜증나고 화도나고 그럴 수 있는데 마유미와의 만남은 어떤 만남을 떠올려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만남이다



어학원에서 같은 반이었던 그녀는 60년생의 외모로 보나 성격으로 보나 전형적으로 우아한 일본여자다



늘 조용조용 얘기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남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여자...



상상외로 농담은 또 얼마나 잘하는지 그녀와 있으면 늘 즐겁고 다른 문화에 대한 열린 생각등으로 얘기를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둘다 애가 없는 우리는 학교끝나자마자 달아나던(?) 다른 아줌마들과는 달리 가끔 같이 밥을 먹었다

술을 한 잔도 안하는 그녀는 내가 혼자 맥주를 몇 병이나 비우며 긴 긴 수다를 떨어도 (혹은 술주정..ㅎㅎ) 눈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늘 진지하게 얘기를 들어주곤 했었다



眞由美 이름과 이렇게 잘 어울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일본에 대한 생각에선 나도여러가지 피해의식도 많고 분노도 숨어있는 보통 한국사람이다.

한 번은 남편이 중국직원하고 일본얘기를 하고 집에 와선 그 애가 어찌나 일본에 대해 열을 내던지 나랑 만나면 얘기가 잘 통할 거라고 해서 무안했던 적이 있다.



지금도 가끔씩 뭐 일본때문에 흥분을 하기도 하지만 지금은 가능한한 감정적 편견에서 벗어나 일본을 객관적으로 보려고 나름대로 노력하는 편이다.



그리고 해외생활을 하면서 난 일본 덕(?)을 많이 보았다

일본의 국력과 재력때문에 서양에서의 동양인의 위치가 그나마 산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리나라였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어쨌든 세계정상8개국회담에 동양인이 끼어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다



나와사니까 가끔은 민족이 아니라 인종차원으로까지 가서 동양인하면 무조건 팔이 안으로 굽을때도 있다..ㅎㅎ



예전에 독일에서 오래살다가 귀국하신 어떤 분이 술자리에서 독일에 두고 온 당신자식들이 일본인 중국인 다 괜찮은데 서양사람하고만 결혼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신 적이있다


그땐 그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어럼풋이 그 분 기분이 이해가 간다..^^*




서양미술사조중 일본미술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건 인상주의이다. 일본채색 목판화는 인상주의화가들과 그 후까지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어떤 서양미술사가는 일본의 목판화없이는 인상주의도 없었다라고 까지 얘기하니 그 진실성 여부를 떠나서도 대단한 얘기다



화가들의 방을 훔쳐보면(?) 상상하기가 훨 쉽다..ㅎㅎ







Vincent van Gogh. Portrait of Père Tanguy. 1887. Oil on canvas. Private collection


반고흐도 일본에 심취해서 자기 방에 일본 판화를 여기 저기 걸어놓고는 일본을 자신의 이상향으로 까지 생각했다고 한다. 이 그림배경을 보면 고흐가 얼마나 일본화에 심취했었는지 알 수 있다



Edouard Manet. Portrait of Emile Zola. 1867-1868. Oil on canvas. Musée d'Orsay, Paris, France



에밀졸라의 초상화가 그려진 곳은 마네의 방인데 여기도 마찬가지로 일본 그림들이 여기 저기 걸려있다



그 외 피사로 드가 로트렉 등등 일본목판화의 간결성이나 구성에 영향을 받은 화가들이 무지 많다



1867년 파리 세계엑스포에서 일본 정자가 전시되면서 일본에 대한 유행이 시작되어 여자들은 실크기모노를 입거나 부채를 들고 다니곤 했단다



모네가 그린 기모노입은 까미도 그 유행에 첨단을 걸었던 건 아니었는지..



부채가 배경으로 넘 멋지게 장식되고 빨간 기모노를 입고 요염한 표정을 하고 있는 카미..



근데 뭐든지 그렇지만 최신유행하는 것은 비싸기 마련이다 모네가 저 그림을 그릴 당시는 그렇게 경제적으로 여유있는때가 아니었는데 어떻게 그 비싼 실크기모노를 구입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혹 지금 여러가지 복장을 빌려주고 사진을 찍어주는 것처럼 그 당시에도 그런 가게가 있어서 옷을 빌려입고 그림을 그린건 아니었을까? 하하하








2003.06.29 香港에서...사야





유가다를 입은 사야입니다. 칼럼을 위해 사진을 급조하다보니 영 아니올시다여서 아니 사실은 까미보다 안이뻐서 수정이 불가피했습니다..하하하..아일랜드에서 친하게 지내던 귀여운 일본남자애가 집에 다녀오며 선물했던 겁니다 ..ㅎㅎ


그리고 작년에 여기 저기 올려서 읽으신 분들도 계시지만 독자란에 마유미와 함께 했던 북경여행기 올려놓겠습니다 거기 출현하는 일본아지매가 마유미입니다…^^ 벌써 일년도 넘은 일이 되었네요


Japonism은 서양미술에 끼친 일본의 영향을 나타내는 용어입니다.

Bizet-Haban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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