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物語

짚으로된 미망인생활.

史野 2005. 7. 15. 01:06


 

독일어로 남편이 출장을 갔거나 한 경우 아내를 짚미망인 물론 거꾸로는 짚홀아비라고 한다..^^

 

나도 이번엔 진짜 폼잡고 여행을 한 번 다녀올 생각이어서 호텔까지 예약했는데 결국 또 집에서 꼬박 꼬박 잠들고 있다...ㅜㅜ

 

지난 번 술마시며 계획한 남편생일 새로운 프로젝트를 원래는 주말에 끝낼 생각이었는데 이번 월요일부터 새 사무실로 이사하는 문제로 이틀내내 출근을 하겠다던 남자가 회사에 갔더니 이삿짐을 벌써 다 싸버렸다고 그냥 온거다.

 

정말 남편이 주말에 출근 안해서 그렇게 속상해보긴 또 처음이다..-_-;;

 


 

 

내가 계획한 프로젝트란 이런겐데 어쨋든 저 빠진 글자는 미리 디카가없어 돌아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시댁으로 보낸 글자고 전부 합하면 너 40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뭐 이런거다.

 

어떻게든 월요일에는 한 단계 마칠려고 했는데  독일에 있는 친구가 휴가중인지 어떤지도 잘 모르고(아시다시피 독일인들 휴가가면 삼사주 사라지니까) 멜보내 확인하고 어쩌고 시댁에 전화해서 부탁하고 어쩌고.

 

거기다 내가 뭣 때문에 바쁜지 잘 모르는 내 남자는 우리 휴가에 넘 신경을 안쓴다고 섭섭해하니 그 시늉이라도 내느라 여기저기 알아본다고 더 정신이 없었다.

 

하루종일 이리뛰고 저리 뛰고 힘들어죽겠는데 월요일 밤 늦게 들어와서는 12시넘어 출장준비한다고 왔다리 갔다리하는 남편 대충 챙겨주고는 화요일 남편은 일찌감치 홍콩으로..

 

나는 운동하고 내려와서 (아무리 새로운 프로젝트가 중요하다고 해도 섹쉬프로젝트를 소홀히 여길 순 없는 거 아닌가..ㅎㅎ) 월요일 못한 것들 마무리해 EMS로 보내고 바닷가로 나를 생각이었다.

 

문제는 EMS는 가서 주소를 다시 써야한다는거..

 

한 두개도 아니고 거기서 또 시간소비. 월요일에 그 바쁜 와중에 음악회표를 사러갔더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티켓오피스가 문을 닫아서 화요일 떠나기전 또 거기까지 뛰어갔는데 매진인거다.

 

사실 표를 한 장도 못 구할거라고는 상상도 못해서 어찌나 황당하던지 이 놈의 동경인들은 음악회만 가나..ㅜㅜ

 

그 황당함을 이기지 못하고 일단은 카페에 앉아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를 고민하며 맥주한 잔

 


 

 

안그래도 열받고 있는데 잘 안보이지만 내 앞의 저 등을 드러낸 여자 앞에 폼잡고 앉아있는게 개다.

 

한국도 요즘 애완견문제가 난리도 아니라지만 어쨋든 식사하는 접시에 개의 입이 왔다갔다 하는 건 내겐 아주 낯선 일.

 

그래 낯선일이다 자주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기분은 별로 였다.

 

각설하고 사실 홋가이도쯤으로 갈까 하다가 그 음악회때문에 짧은 여행을 계획한건데..ㅜㅜ

그래도 음악회표 돈도 굳으니 그냥 가서 하루 더 묵어야겠다 마음을 정하고 동경역가는 택시를 탔다.

 

 

멀지도 않은 곳을 이 총각 자꾸 지도를 꺼내보며 정신사납게 난리다. 날더러 동경에서 일하냐길래 머리도 복잡하고 해 그냥 아니라고 가만히 있었는데 갑자기 너무 미안하다는 거다.

 

뭐가 미안하나보니 말하자면 견습생.(심지어 완장까지 차고 있더라..ㅎㅎ)

 

내가 또 오지랖은 오죽 넓냐 그래 너 긴장하고 있냐 괜찮다 여기서 멀지도 않은데  도쿄역을 못가겠냐..-_-;;

 

재밌었던건 겨우 9일 택시를 몰았다는 이 총각이 시골출신인데 무슨 60년대 얘기도 아니고 꿈에 부풀어 동경에 왔다는거다. 진짜 생긴 것도 어찌나 순진하게 보이던지 새삼 참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그래 꿈은 이루어진다고 너 그렇게 친절하니 꼭 좋은 택시기사가 될거라고 마구 마구 칭찬을 한후에 평소보다 800엔은 더 지불하고..ㅜㅜ 돌고 돌아 결국 동경역에 도착했다.

 

난 정말 택시를 그리 자주타는 것도 아닌데 지난 번 에코택시도 그렇고 왜그렇게 신기한 사람들을 만나는지..심지어 김일성대학나왔다는데 사업하다 망해서 택시를 몬다는 조총련계 아저씨도 만나봤다.^^;;

 

 

역에서 역시나 친절한 아가씨의 도움으로 표를 알아보는데 넘 정신이 없다보니 교통편 체크를 못해서 난 호텔웹사이트에 있는데로 그냥 직통으로 가는 줄 알았다.

 

내가 도착한 시간이 4시 가까이인데 중간에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한다는거다.

 

그래 공중전화로 호텔에 전화를 해보니 이 아저씨 아 손님 역에 도착하셨냐고..ㅜㅜ

 

다음 날은 만실이라고 하고 늦게 가서 아침에 일찍 나와야하면 못 가겠다고 미안하다하고 돌아서는데 어찌나 속이 상하고 내 스스로가 한심하던지.

 

 

 

그렇다고 또 내가 그냥 집에 올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ㅎㅎ

 


 

몇 일전에 티비에서 일본 클래식 호텔을 보여주는데 동경역에 있는 호텔을 보여주는 거다.

 


 

이렇게 역안에서 보이는 저 높은 창문이 사실 호텔방이란다.

 

내가 동경에 사니 호텔자체보다 더 궁금한건 그 호텔바에 있다는 도쿄스테이션이라는 칵테일..^^

 

아 그럼 여기 온김에 그거라도 한 잔 마시고 가야겠다고 들어갔다.

 


 

확실히 영상발이라는게 있는지 티비보다 훨씬 오래되고 조금은 후진 바에 들어가서 그 칵테일을 시켰더니 바텐더 할아버지 티비에서 봤냐고 묻는거보니 나같은 애가 몇 명 있었나보다..ㅎㅎ

 


 

이 할아버지 바텐더의 칵테일을 섞는 폼이 예사롭지가 않은거다. 사진은 저렇게 나왔지만 어쨋든 뭔가가 느껴졌다.

 

그래서 얼마나 바텐더로 일하셨냐니까 쪽지를 꺼내 마구(!) 계산을 해보시더니 46년이란다..^^

 

당신이 65세인데 19살때부터 일하셨다는거다. 그래 그럼 여기다 (그 계산하신 종이) 당신 이름을 적어주겠냐고 기념으로 간직하겠다고 했더니 이 할아버지가 종이를 마구 찢으신다.

 

아 내가 뭐 실수라도 했나?

 


 

근데 사실은 그게 아니라 그냥 그 46년을 기념하고 싶은 나를 이해못하시고 저렇게 이쁘게 적어주실라고..^^

 

 


 

잘 안보이지만 불투명한 창밖으로 동경역열차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곳..

 






붉은 색은 90년 역사라는 진이 들어간 그 도쿄스테이션 칵테일이고 다른 건 위스키가 섞인 get off a train이라는 낭만적 이름의 칵테일이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그렇게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당신들이 사실 내 떠도는 삶을 풍요롭게한다..

 

물론 46년이나 칵테일을 만들고 있는 당신은 모르겠지... 

 

 

 

 

 

 

 

 

 

2005. 東京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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