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들렸다가 또 장을 보러갔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게 사실은 장보는 건데 서글프긴해도 하는 일도 없는 백수가 그나마 일하는 남편 먹을 것도 제대로 못 챙겨주면 뭐에다 쓰겠냐
수요일 피곤한 내가 잠이 들어버린후에야 퇴근한 남편은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두어 숨이 다 죽어버렸을 샐러드를 그래도 맛있었다며 근데 맥주 한 캔을 찾았는데 없었다나.
내가 장을 보는 곳은 대충 세 네 곳인데 그래서 한 번가면 배달하는 사람이 불평할 정도로 잔뜩 물건을 사는 곳으로 향했다. 그 곳만 배달을 해주기때문이기도 한데 그리 먼 곳도 아니지만 가격도 그렇고 자주 안가게되는 대신 한꺼번에 필요한 것을 왕창 사는 곳이기도 하다.
저 슈퍼는 동경에 사는 서양인들(특히 미국인들)이 애용하는 슈퍼다. 얼마전에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까지 캘리아포니아산 포도주 광고차 들렸다가서 지금도 여기저기 그의 사진이 붙어있다.
그가 온다고 광고도 냈었는데 나야 그가 일부러 시간을 내서 우리집에 온다고해도 반갑지 않은 마당이니 얼굴 볼 생각은 애초 없었고 사실 갈때마다 사진을 보는 것도 지겹다.
3시까지 물건을 구입하면 당일 배달을 해주는데 우리 집은 가까운 편이라 배달이 시작되는 4시 어떨때는 4시도 안되어 가져다준다.
꾸물럭대다가 3시 간신히 맞추기가 보통인데 어제는 오전에 치과에 들렸다가 장을 보러가는 길이었던지라 우울하기도 하고 시간도 넉넉하길래 비오는 도시를 또 헤집고 돌아다녔다.
스케일링을 한 2년간 못해서 스케일링을 하겠다니 한시간에 팔만원. 엇 왠일이냐 이 비싼 곳에서 수박값밖에 안되네 좋아했더니 한시간동안 대충 세 네 개 청소한다.-_-;;
거기다 치료해야할 어마어마한 견적서를 내민 의사의 소견서에 울며겨자먹기로 사인을하면서 정말 욕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절망스러웠다..ㅜㅜ
보험회사에서 최소한 육십퍼센트는 대주겠지만 그래도 아마 한국의 비용을 얘기하면 비행기값도 대주고 체류비도 줄테니 한국가서 치료하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일본 전쟁용사들 무슨 기념관인지 영령어쩌고 하는 곳이다. 예전에 안에도 들어갔었는데 엄청 위압감과 거부감이 동시에 느껴지던 그런 장소.
아주 전통적인 규모가 꽤나 큰 일본주택.
산비탈에 매달려있던 일본다락방식의 집.
건물사이에 있던 일본 드라마보면 많이 나오는 일반적인 주택.
주변상가소개를 해놓은 깜찍한 팻말.
.
점심이라도 먹을려고 지나다니면서 한 번은 들어가야지 했던 곳이라 가보니 셔터가 내려져있다.
역시 물망에 오른 곳인데 저 길가에 세워진 메뉴판을 보니 간단한 샌드위치 종류만 판매한다. 안먹으면 안먹었지 대충 떼울 수는 없지..ㅎㅎ
그렇게 기웃거리다 발견한 카페. 일단 겉모습이 맘에 들고 저 안의 탁자에 앉아 밖을 내다보면 좋을거 같아 들어가려는 순간. 마실것만 판다는 문구..-_-;;
결국 슈퍼도 지나치고 롯본기 쪽으로 걸어가다 발견해서 들어간 이태리레스토랑.
저 아래 보이는 녹색테이블보가 깔린 그 자리에서 비오는 창밖을 내다보며 맥주도 마시고 스파게티도 먹고 혼자 기분은 다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남편회사랑도 가까왔는데 혹 점심먹었냐고 전화라도 해볼걸 어쩜 아무 생각이 안났던건지..
배달을 온 인상좋은 할아버지가 현관에 물건을 줄줄이 들여놓으시다가 이렇게사면 돈 엄청 많이 들죠? 심각하게 물으신다..-_-;; (가끔 일본할아버지들 순수하고 엄청 귀엽기도 하고 그렇단 생각이다..^^)
식구가 많은가보다고 해서 아니라고 둘이라고 했더니 그럼 술이 엄청 센가보다고..
하하하 그제서야 이해를 한 나.
맥주를 박스로 산데다가 내일 또 불독커플집에도 가야하고 이래저래 필요해서 술을 좀 많이 배달시켰더니 그러신거였는데 파티라도 한다고 할걸..
하긴 뭐 술이 센거는 틀린 말도 아니지만...^^
2005.06.17. 東京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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