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사람들은 우리처럼 설날에 나이를 먹는게 아니라 생일이 되어야 한 살을 더 먹으니 생일을 미리 축하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심지어 불행을 불러온다고도 믿는다.
그래서 생일이 되는 자정부터 축하를 할 수 있고 그걸 독일어로 생일로 들어가며 파티를 한다고 얘기한다.
지난 번에 썼듯이 6월6일이 그 프랑스애생일 4일날 모여 야구보며 난리를 쳤지만 어쨋든 6일날 저녁 바쁜 내 남자만 빼고 또 모여 축하하며 놀았다. 6월 16일은 그 여자애 생일인데 아무말이 없길래 그냥 꽃이라도 사서 프론트에 맡겨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남편왈 18일 자기네 집에서 크레페를 먹자고 했단다. 보통 이메일은 내게도 오는데 왜 내겐 안보냈는지.
물론 이유가 있었다!!
문제는 19일은 내 생일..^^ 그럼 걔네들이랑 밥을 먹다가 12시 땡치면 같이 샴페인이라도 터뜨려야겠다싶어 그 애 선물로 꽃이랑 포도주랑 또 나를 위해 스파클링와인이랑을 챙겨 올라갔다(그렇다 이래서 술을 많이 구입한거다..ㅎㅎ)
그랬더니 여자애왈 벌써 냉장고에 준비해놓았다며 그래 뭐 이것도 마시고 저것도 마시고 기분 좀 내보자고 웃는데 아 이 애도 생각하고 있었구나 싶어 고마웠는데...
이렇게 후라이팬에 반죽을 올리고 이것 저것 각자 원하는 걸 올려서 먹는 식사를 하고 그 애 부모님들이 동경다녀가신후 보내셨다는 디브이로 편집한 사진들도 보며 12시가 되길 기다렸다.
나는 그냥 샴페인이나 마시고 내려올 생각이었는데 세상에 케익까지 사놓은 거다.
남편에게도 말하고 깜짝파티를 계획했다는데 이 웃기는 내 남자 내가 샴페인사가야겠다 이러는데도 어쩜 그렇게 태연하게 그러든지라니..
거기다 그애 생일이라 여러명이 올 줄 알았더니 내가 다른 커플을 안좋아해서 우리 넷만 모였다는데 그 마음씀에도 감동.
케익만 사놓은게 아니라 선물까지 준비해놓았는데 남자애 생일에도 만들었다는 매실주.
그것도 내가 직접 자기들앞에서 부어야한다나.
더 감동적이었던건 저 병에 내 이름이며 생일이며 알파벳 스티커를 사다 붙여놓았다는 거다.
거기서만 끝났어도 너무나 감동적이었을텐데 준비된 깜짝쇼가 더 있었으니..
몇 달전에 여자애 부모님이 한달 동안 다녀가셔서 또 독일인들이 모여 두 번 정도 함께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 부모님도 국제커플이신데 아버님이 독일인 어머님이 네덜란드인이시다. 어쨋든 참 좋으시기도 하고 재밌는 분들이라 쉽게 친해졌는데 여자애가 얘기했더니 당신들도 축하를 하시겠다고 했다는 거다.
그래서 컴앞에 여기시간으로 12시가 넘으면 대기하고 계시기로 하고 웹컴으로 저렇게 만나게 되었다.
사진을 클릭하면 우리가 얼마나 즐거워하고 있는지 절절히 보인다..ㅎㅎ
거기다 당신들도 샴페인을 따라놓고 계시다가 함께 건배를 하자고 하시는데 정말 감동이 물밀듯이.
꽃도 사놓으셨다면서 화면에 보여주시고..^^
정말 이렇게 한 살 더 먹으면 나이 먹는게 멋진 일이라고 좋아했더니 준비한 애들도 함께 기뻐하고..
독일도 아니고 한국도 아니고 오래된 친구도 아니고 낯선 땅 우연히 만나 살아가는 이들로부터여서일까 행복이 두 배인 느낌이었다.
안그래도 늘 이것 저것 이벤트로 우리부부를 챙겨주어 고마운데..
어쨋든 그렇게 멋지게 나는 드디어 만 서른 여덟이 되었다.
멋진 출발이었듯이 이 새로운 한 해 역시 행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05.6.19 東京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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