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도는 흔적

생각해보니..

史野 2005. 5. 20. 14:41

 


 

 

 

 

2003년 11월 중순에 동경에 왔으니 우리가 여기 온지 벌써 일년반이나 되었다.

 

상해에는 2년도 못 있었고 홍콩은 일년도 못 있었던걸 생각하면 엄청 긴 시간인데 하도 일이 많았어서 그런가 아님 거꾸로 내가 너무 아무것도 안하고 단조롭게 살아서 그런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생각을 못해봤다.

 

거기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앞으로 일년정도는 더 있을거 같으니 한 곳에서 이리 오래사는 구나 싶고 또 일년이라는 시간을 계획할 수 있으니 감동이 밀려온다 ( 별게 다 감동이다 싶겠지만 불확실성으로 떠도는 내겐 엄청난 행운이다..ㅎㅎ)

 

 

벌써 주재원생활 8년째.

 

사실 이렇게 긴 시간 연달아 주재원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기때문에 남편이 안짤린다는 전제하에 계속 아시아에 남아있길 원한다면 현지직원으로 새로 계약을 맺어야한다.

 

그건 지금과 달리 쉽게 독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의미라 심사숙고해야할 문제이기도 하다.

 

독일로 돌아가면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월세집에서 벗어나 집도 사야하고 차도 사야하고 집살때 받는 대출금을 매달 십년상환으로 갚아나갈려면 월급도 꽤 많이 받아야하기에 역시 쉬운 문제도 아니다 (이 대출금에 충격받은게 우리나이다. 예전에는 늘 이십년상환 이렇게 생각했었는데..ㅜㅜ)

 

어쨋거나 그건 내년 3월이 다시 연봉협상이니 그때 생각하기로 하고 지금은 좋은 생각만 하기로한다..^^

 

어제 역시나 지치고 엄청 열받아 들어온 남편 하소연을 들어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나.

 

 


 

이 황금같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기대감도 생기고 여태 뭐하고 살았나 싶기고 하고 말이다..

 

일본내 여행을 못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건(?) 내가 가본 바가 별로 없다는 거다.

 

사람은 다 생긴대로 살아야하는데 이거야말로 너무 나답지 않은 일이 아닌가? ㅎㅎ

 

거기다 언제 떠날지 모르고 물가는 비싸고 해서 못사고 있었던 것들도 장만해야겠다.

 

싸구려를 샀더니 잘 빨리지도 않아 열받게 만드는 청소기도 새로 하나 구입하고 홍콩떠날때 시누이가 선물해주고 간 에스프레소머신도 변압기가 넘 비싸서 못쓰고 있었는데 변압기도 하나 사야겠다.

(헉 이거 쓰다생각해보니 에스프레소 머신 변압기는 워낙 큰 용량이라 우리 청소기를 써도 되긴 되겠다. 이런 바보가 있나 그럴 줄 알았으면 진작 하나 장만하는건데..흑흑)

 

원래는 일본에 남게되면 일본어를 학원에서 정식으로 다시 시작할려고 했는데 그건 지금 생각중이다.

 

언어는 잘할려면 시간 공을 들여야하는데 과연 앞으로의 내 인생에서 어떤 언어가 가장 필요하고 도움이 될지를 역시 심각하게 고민해봐야한다.

 

중국어 그렇게 죽어라 공부했지만 투자한 시간에 비해 겨우 유치한 드라마나 이해하는 수준이고 지금 내게 남은 게 없지 않은가.

 

사실 일본어를 포기한다고 해도 독일어냐 영어냐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둘 다 잘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고 하나만 열심히 한다면 내 사정상 독일어여야겠지만 내가 지금 독일에 살고 있는것도 아닌데다가 솔직히 허영심과 남들에게 잘난척이라도 할려면 영어를 더 공부하는게 백번 이롭기때문이다.
(이건 나보다 선견지명이 있으신 분들 충고해주신다고 하면 절대 안말린다..ㅎㅎ)

 

또 하나는 한국가기전 남편의 교묘한(!) 술수에 빠져 시작한 헬스.

 

생각보다 재밌으니 일년간 열심히 하면 나도 혹 몸짱의 대열에 들어서게 되지 않을까...흐흐

 

남편은 그지 같은 회사때문에 다 죽어가는데 기죽어있지는 않고 뭐가 그렇게 혼자 신났냐구?

 

원래 이럴때는 마누라가 행복해서 신경안쓰이게 하는게 내조의 기본이다...하하
 

 

 


 

2005.05.20 東京에서...사야

 

 




 

간단한거나마 디지털카메라를 드디어 구입했습니다..ㅎㅎ

 

아직 손에 익지를 않아 좀 그렇긴 하지만 앞으로는 사진을 올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맨위 사진은 제가 사는 아파트인데 얼마나 높은지 열심히 세봤더니 저희 아파트는 딱 저 나무뒤에 가려져있네요..-_-;;

 

나머지 사진들은 다 산토리홀이라는 콘서트장앞이구요

 

제 사진은 가장 최근의 모습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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