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는 아무래도 전생에 조선 선비는 아니었던 게 분명하다
청나라 드라마는 재미있는데 그 오매불망 명나라 드라마는 보기가 힘들다
이건 물론 사야가 지금 중태기(중국드라마 보는 사람들이 드라마 권태기를 이리 부르더라)인 이유도 있는데 그걸 떠나도 내용이 별로 안 땡긴다
진시황 조조 사마의 당송 다 재밌는데 왜 명나라만 재미없냐고
몇 달째 주원장과 영락제에 관한 드라마가 방영 중인데 늦은 시간에 하기도 하고 별 흥미가 없어 보는 둥 마는 둥 했더랬다
그러다 인터넷 연결이 되며 프라임 슈퍼팩 첫 달 천 원 서비스가 있길래 그동안 영화 못 본 한을 풀려고 신청해서 이것저것 보다가 결국 산하월명 이라는 그 드라마를 정주행 하기 시작했다
오늘 지금까지의 방영분은 모두 끝냈는데 역시 막 재밌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짚고 싶은 부분들
예전에도 썼지만 중국 드라마 속의 중국인들은 너무도 구체적이고 또 민주적이다
여기서도 태자가 주원장을 부를 때 폐하이다가 아바마마이다가 아버지이다가 상황에 따라 다르다
그리고 주원장은 그 태자에게 알았다고 그래 내가 실수했다고 애원도 한다
그 마누라는 그러니까 황후는 화가 나면 황제를 때리기도 하고 주중팔(이름) 너 이리 안나와 하면서 마구 소리를 지른다
이건 현대극에서도 그런데 화가 난 안사돈이 바깥사돈에게 김개똥 너 빨리 나와 이러고 소리친다지
전체적인 느낌으로는 이름이 엄청 중요하다
이건 유럽도 그런데 사야의 이름을 부르려고 종이에 써서 연습하는 사람을 여러 명 봤다
뭐 친척들까진 그러려니 하는데 어머님 친구분들이나 신랑친구마누라의 엄마가 그러는 데는 좀 충격 먹었다
근데 중국도 그 정도 중요함이 있는 거 같다
중요한 사이가 되면 이름을 부르라고 하고 불러주면 엄청 좋아한다
예전에 후진타오가 아무 저항 없이 권력을 승계할 때 중국어 선생님 두 명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성별도 나이도 성향도 다른 둘이었는데 중국은 원래 천자가 다스리던 나라라 크게 신경을 안 쓴다는 같은 대답을 했었다
그러니까 지금 시진핑이 집권을 하건 말건 그게 몽골족의 원나라 건 만주족의 청나라 건 크게 신경 안 쓰는 한족들의 오랜 유전자 인지도 모르겠다
대신 자기들은 자기들대로 나름의 삶을 사는 게 중국인들 인지도
2001년부터 중국 드라마를 보았으니까 중간에 오래 쉬었다고 해도 어쨌든 이십 년이 넘었다
늘 궁금했고 여전히 궁금하다만 그 넓은 땅덩어리가 유지되는 비결 그 애국심이나 자부심들이 그들의 그 민주성에서 나오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공산당인 나라에서 민주성이라니 뭔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겠지만 사야가 느끼는 게 그렇다고
한국어처럼 복잡한 경어 체계가 없는 이유가 크겠지만 그것만으로 설명이 되지는 않는다
한국에서 막장드라마의 시청률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걸 보면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사극이건 현대극이건 저런 설정이 먹히는 걸 보면 대충 짐작이 간다고 할까
선생님 두 명의 반응은 말했어도 중국에서 이년이나 살면서 중국어로 말 섞은 사람들이 백 명정도 밖에 안 되는 주제다만 뭐 천 명 만 명을 알았더라도 그 넓은 중국을 어찌 알겠냐
우짜든둥 이왕 시작한 거 앞으로의 방영분은 당연히 챙겨보고 영락제와 그 손자인 선덕제가 주인공인, 역시 보다 말다 했던 대명풍화 라는 드라마도 봐야겠다
사야가 인터넷이 안되어 죽을 거(?) 같았던 중요한 이유가 다음 중국어 사전과 위키백과 때문이다
사야가 가진 네다섯 개의 중국어 사전보다 다음 중국어 사전이 백배 낫고 위키백과인지에는 드라마에 나오는 거의 모든 인물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그래서 이게 드라마를 보는 건 지 역사 인물 소개를 보는 건 지 구별이 안 갈 정도다만 새삼스레 인터넷 만세 만세 만세
황제는 만세고 태자는 천세던데 그럼 조선왕도 천세였나
이건 그 대단한 인터넷 안 찾아보고 든 의문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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