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도저히 못 참겠다
어제 새벽 어찌 깨서 사고 소식을 접하고는 다시 잠을 못 잤다
이태원에서 자랐기도 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가본 바로 그 거리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거기서 압사사고가 그것도 상상초월의 사람들이 죽었다니 너무 안타까워 안 보던 뉴스를 하루 종일 틀어놓고 있었다
처음엔 금요일이라고 축제라고 좋아라 그곳에 갔다가 사고를 당한 그 젊음들이 슬펐다
그리곤 반식민지고 어쩌고 할로윈 축제를 폄하하는 일침병들어 떠드는 인간들에게 분노했다
다음에는 반정부 인사들의 정부 책임론 하며 애도보다 이용하기에 바쁜 행태에 기가 찼고
행정부 장관의 면피성 발언에도 넘 화가 났다
그런데 지금 가장 화가 나는 건 국가 애도다
군인 휴가 검은 리본 술집 업무 중단 협조공문 등등 일일이 열거도 힘든 상상이 안 가는 행태들
아니 이게 지금 이 난리를 칠 일이냐
슬프다가 반감이 일어서 슬퍼하기도 싫어진다
이보세요들
이태원 사고가 나서 자식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걱정하는 부모만큼 내 자식이 저런 곳에라도 갈 수 있어 걱정이라도 해봤으면 할 부모도 많은 나라입니다
아무리 말도 안 되는 사고가 일어나 엄청난 젊은 이들이 죽었다지만 그리고 죽음조차도 공평하진 않다는 걸 인정한다고 해도 역시 젊은 이가 반죽기에 끼어 죽은 게 도대체 백만 년이 지났냐고???
지금 해야 할 일은 이딴 말도 안 되는 전시행정이 아니라 정확한 사고 규명 그리고 국가가 개인에게 어디까지 간섭해야 하는 지를 냉정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자꾸 불꽃축제랑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거긴 최소한 불꽃을 쏘는 주체라도 있잖냐
자발적으로 모이는 것에 그리고 상권이 있는 곳에 어디까지 관여해야 하는 건지 그게 결코 간단한 문제일 수는 없다
그리고 이번 일로 다 취소하는 축제며 가게 영업 같은 손실은 누가 보존해줄 건데?
제발 슬픔을 강요하지 마라
안 그래도 인간이면 다 안타깝고 슬프다
슬픔은 결코 전시가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도대체 왜 이 비극적인 사고를 온전히 가슴 아파 할 수도 없게 만드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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