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에게 이란은 호메이니 전쟁 그리고 테헤란로
그저 낯설고 이상한 나라
그러다 독일 어학원에서 zahra라는 사야보다 두 살 위인 이란친구를 만났는데 도저히 그 이상한 나라 출신이라는 걸 믿을 수 없도록 예쁘고 맑은 애였다
숙제가 너무 많아 엄마랑 같이 해야 간신히 끝낼 수 있었다던지 창문을 커튼으로 가리고 파티를 했다던지 그 애가 환하게 웃으며 전해주는 그 나라 이야기는 평범하기도 재밌기도 했다
사야는 대학을 가고 그 애는 임신을 하면서 자연스레 멀어졌는데 삼십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저 이름도 그 애의 깊은 눈도 생각난다
이사다니며 잃어버렸는데 그 애가 선물했던 이란전통 목걸이도
학교를 다니면서도 어학이 필요했던 사야는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어학원에 계속 다녔는데 거기서 만났던 이란 여자애들도 참 똑똑하고 당찼다
거기다 토론은 얼마나들 잘하던지 아시아인들이 주로 입을 꾹 닫고 앉아있던 것과 비교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 이란 사람들이 또 사야를 놀래켰는데 지지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였다
울산현대가 결승에 올라가 이란팀과 붙게 되었는데 그 이란팀의 라이벌팀 팬들이 우르르 울산 sns에 몰려와 꼭 이겨달라며 울산을 응원하는 거다
사야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팬들은 서로 미워해도 저런 국제 대항에서는 보통 다 자국팀을 응원하는데 참 신기하더라
페르시아
아랍어가 아닌 언어를 쓰는 것도 그렇고 이슬람 소수파인 시아파라는 것도 그렇고 궁금한 나라다
지난번 고기공놈 부부랑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사야가 이란에 가보고 싶다니까 무지 놀라던데 진짜 가볼 수는 없겠지만 문화유적 가득한 도시의 시장통을 마구 돌아 다니는 상상만으로도 설렌다
그 이란이 지금 요동치고 있다
부모와 놀러 왔다가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문사를 당한 스물두 살의 젊은 여성
이슬람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고 그 종교가 규정하는 것에 사야가 왈가왈부할 입장은 아니다만 그런 이유로 목숨을 잃어야 한다는 건 너무도 슬픈 일이다
다행히 그 이란의 당찬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고 있단다
시위는 길어지고 희생자도 자꾸 생기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고 많은 나라에서 지원 시위도 하고 있다
종교는 구원이기도 억압이기도 하다
그 중간 어디에 타협점이 있는지 사야는 모른다
다만 태어날 때부터 믿는 종교가 그들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기를
생명을 담보로 하지 않아도 신과 조화로울 수 있기를
무엇보다 이왕 시작된 이 저항이 되도록 빨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기를
그들의 신께 사야도 간절히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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