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기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단 것보다 전남편이 사야에게 그걸 전하지 않았다는 게 사실은 더 충격이었다
슬퍼라서이기엔 그럼 시누이는 안 슬퍼서 세 번이나 장문의 메일을 보냈겠냐고
그래서 항의성 메일을 보냈더니 이 남자는 변명이 아니라 사과를 하네
사야가 바랬던 건 사과가 아니라 변명이었는데 위로를 할 새도 없이 모든 게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정말 사야에게는 다 끝이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독일과의 그 인연이
물론 여전히 네가 가까운 곳에 살았으면 얼마나 좋겠냐는 시누이와의 인연은 남아있다만 그게 어머님 살아계실 때랑 사야에게 같은 의미일 수는 없다
우짜든둥 사야가 전남편에게 여전히 섭섭한 건 사야의 책이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고 옷과 책만 보내라고 했었는데 그 책을 독일어라고 안 보낸 남자
그때는 정말 남편도 버리면서 책엔 그리 집착하냐는 말이 슬퍼서 아무말 못했는데 그걸 지금 너무나 후회하고 있다
이게 지금 왜 이리 중요해졌냐면 이번에 인터넷 안되어 책장을 뒤적이는 데 그 책들이 너무나 아쉬운 거다
한국에 갈 때뿐 아니라 독일갈 때도 정말 다른 거 다 포기하고 싸들고 온 책들인데 그리고 반은 누군가 준 선물인데
거기다 예전엔 간혹 아마존으로 사기도 했지만 지금 사야는 그 배송비까지 물며 책을 살 형편이 아니다 ㅜㅜ
이번에 진지하게 그 책들을 좀 돌려주면 안 되겠냐고 말하고 싶어 엄청 고민했는데 결국 못했고 이젠 기회도 사라져 버렸다
앞으로는 난데없이 너 내 책 내놔할 수는 없잖아
아 진짜 이젠 독일에도 돌아갔으면서 그 책들 좀 돌려주면 안 되겠니
그 남자가 책을 안 보낸 이유는 단지 책장이 너무 비어서였는데 진짜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