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안녕 Hanna

史野 2022. 10. 28. 10:50

시누이가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아서 혼자 애달아하고 있었다
시어머니가 계시던 요양원은 함부르크 근처였는데 장례식은 어디에서 하고 어디에 모실 건지 뮌스터가 아니라 상상도 안되고 그럼 또 뮌스터에 계신 아버님은 그리로 모실 건지

오늘 드디어 기다리던 메일과 사진이 도착했는데 아버님과 합장을 했단다

목사님만 새로 오셨고 네가 아는 그 교회, 사람들 그리고 그때랑 같은 식당에 모여 어머님 얘기를 나누었다고
햇살 가득한 아름다운 장례식이었고 엄마가 얼마나 근사하고 또 사랑받는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고
이젠 아빠도 혼자가 아니라고

시누이는 썼다

아버님 돌아가셨을 때는 원래 사람은 태어나고 죽고 하는 거라고 해서 사야랑 시어머니를 기함시켰던 시누이는 이번엔 많이 힘든가 보더라

뮌스터에 모실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는데 왠지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다가 또 그럼 묘지는 누가 돌보나 하는 생각
마지막으로 독일에 갔을 때 똑같은 꽃다발 두 개를 만들어 아버님 묘지와 어머니 방에 놓아드렸었다
마틴과 같은 꽃을 보는 거라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셨는데 이젠 늘 같은 꽃과 풍경을 보시겠구나

실감이 나지 않아 제대로 울지도 못했는데 관을 운반하는 사진을 보니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올해로 딱 삼십 년
사야에게 무조건적인 사랑도 있다는 걸 가르쳐준 사람
며느리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남친이랑 먹으라고 슈톨렌도 직접 만들어 보내시던 따뜻한 사람
너를 보고만 있어도 행복하다고
호들갑 좀 그만 떨라고 하면 네가 모든 걸 잘하는데 그럼 어떡하냐고 진지하게 되묻던 바보같은 사람
네가 싫다고 해도 난 네 근처에 살 거라고
왜 아예 같이 살자고 하지 그러냐니까 그건 당신 아들이 싫어할 거라고 말하던 여린 사람

너무너무 고마웠다
당신을 만나서 많이 행복했다
그리고 가장 외로울 때 당신을 두고 떠나온 게 많이 미안하고 괴로웠다
당신이 전화로 울 때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서 그만 놓아줬으면 잊어줬으면 바란 적도 있었는데 당신은 정말 나를 잊고 떠나버렸네
짜증 낸 적도 많지만 당신이 정말 엄마같아서 그랬다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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