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독일어 책에 집착하는 이유
이번에 시어머니 돌아가시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독일어다
15년을 사야를 괴롭혔던 언어
20년을 태국어에 고통(?) 받고 있는 고기공놈이 들으면 웃겠지만 그래도 그놈은 여전히 관련 일이라도 하고 있지
사야는 죽어라 고생만 하고 이젠 별 의미 없는 언어가 되어버렸다
독일에 겨우 사 년 살았지만 생활어였던 독일어
더블린 시절부터 도쿄까지 나가서 쓰던 언어는 주로 영어
스트레스야 받았지만 영어는 틀려도 외국어니까 별로 창피하지 않았는데 독일어는 달랐다
독일어 환경이 아니니까 늘지도 않는데 정말 사야를 너무 힘들게 했다
외국인들이 나와 한국어를 하는 프로를 거의 안 보는데 잘한다는 생각보다 사야가 독일어를 할 때도 저런 모습이었겠지 마구 감정이입이 되어 힘들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청춘을 바쳤던 언어
오십넘는 인생에서 돌아보면 잘하고 싶고 잘해야 했고 포기 못해 전전긍긍했던 대상은 독일어가 유일하다
공부도 그림도 그렇게 열심히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사야에게 독일어는 특별한 존재고 독일과의 인연은 끝났어도 독일어는 포기를 못하겠다
그럼 사야인생이 너무 억울할 것 같다
몇 년 전 시누이랑 통화를 하다가 십 년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독일어를 잘하냐는 말에 상처받았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인데 그 말이 상처가 되더라
작년부터 유튜브로 독일 뉴스를 듣긴 하는데 설거지하며 대충 듣는 거고 페북으로 축구 관련 댓글들 읽는 게 전부
이번에 진지하게 사야인생을 돌아보다가 독일 뉴스 뉘앙스까지 다 이해하고 파파 할머니가 되어도 독일어로 된 소설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게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사야인생에 대한 그나마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싶더라지
정말 영어 중국어 일본어 배우기도 벅찼는데 놓을 수 없어 괴로왔던 그 불면의 밤들
이 왠수땡이 남자가 소설책은 안 보낸 대신 전공책들은 다 챙겨 보냈었는데 그 책들을 다시 읽게되는 날도 오면 좋겠다
근데 독일남자랑 살 때도 늘지 않았던 독일어가 지금 다시 시작한다고 될까
완벽한 독일어를 하고 싶은 이 욕망
더 잊지 않는 거에 만족해야 하는 건지도 모르는데 뭔가 보상을 받고 싶은 이 심리
이게 바로 집착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