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따뜻한 은신처

삶에의 노력..ㅎㅎ

史野 2016. 11. 30. 04:52

사야는 요즘 정말 죽을 맛이다

남들은 촛불집회도 나가고 뭔가 거창한 삶의 의미를 부여잡고 시간을 보내는 데 사야는 그냥 하루하루가 죽을 맛이다

근데 결론적으로는 뭐 이것도 살아있다는 징표니까, 이러며 감동하고 살고 있다..ㅎㅎ


근데 사야가 웃는다고 웃지마라 살아있다는 건 어쨌든 아직 안죽은 사람에게는 그냥 숭고한거니까

이것도 일종의 학습된 거겠다만 살아있다는 것 아니 살려고 애쓴다는 것도 그런 기분을 마구 갖게 한다고..




아시다시피 사야는 수도를 쓸 수 있는 데도 지하수를 고집하고 있는 데 그건 뭐 여러 이유가 있다만 물의 질에 대한 건 아니었다

소독약 냄새가 싫고 어쩌고 까탈스럽게 구는 것 같지만 별 생각이 없는 아니 복잡한 게 싫은 사야는 이 집의 지하수도 맘놓고 마시고 있었는 데..


얼마전부터 저리 천연 정수기를 쓰고 있다

오래전 누군가에게 선물을 받아 전등 받침대로 쓰고 있었던 항아리를 잘 씻어서 그 안에 저리 숯을 넣고는 숯이 가라앉을 때쯤 부터 그 물을 쓰고 있다

저 숯도 사야네 난로에서 나오는 데 완전연소가 되는 지라 숯은 상상도 못하다가 저 물때문에 중간에 꺼내는 데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활활탈 때 무슨 용광로속에서 꺼내야하고 어느 정도 크기도 있어야하고 식히기도 해야하고..ㅎㅎ


우짜든둥 숯을 꺼내 저리 항아리 안에 넣고 물을 붓고 아침마다 그것도 국자로 떠서 그 물로 커피를 끓여 마시는 데 뭔가 엄청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기분이 참 좋다.'

과장하자면 소설속에 나오는 이슬을 모아 술을 담갔다는 뭐 그런 기분이랄까

아님 삼백년 전쯤에 사는 기분이랄까


때론 정말 미칠 것 같은 날들인데 또 이렇게 위로받는다

국자로 옮기다보면 혹여 떨어지는 물한방울이 다 보석같다

그리고 물론 그 물로 끓여진 커피는 왠지 세상을 다 구원할 뭔가 특별한 의미같기도 하고..


쉬운 작업은 아니고 사야의 특성상 오래 할 일도 아닌 것 같다만

그래도 요즘은 숯을 꺼내고 항아리안에서 거르고 기다렸다 그 물을 마시는 그 긴 과정을 통해 뭔지 모를 위로를 받는 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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