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또 손님..ㅎㅎ

史野 2013. 8. 1. 22:34

사야네 가족들이 좀 특이하단 이야긴 여러번 했을거다.

하긴 뭐 사야도 특이하니 그 유전자들이 어디가겠냐만..ㅎㅎ

 

작은언니네가 강원도로 휴가를 다녀오다 여주를 지나게 되었단다. 형부가 사야에게 들렸다 가자고 했더니 울 언니왈,

걔는 언제 일어날 지 몰라서 안돼..하하

결국 그래서 그냥 지나갔다가 어제 전화가 왔더라. 아직 휴가기간이라며 내일 가도 되겠냐고 그런데 몇시에 가야하는 거냐고..^^

 

지난 번 손님들에게 차려준 밥상이 반응이 괜찮았던 지라 비슷한 메뉴로 가기로 결정.

언니는 나가서 어디도 보고 뭐도 먹고 어쩌고 난리더만 차려놓은 밥을 먹고나더니 둘 다 무슨 맛집에 온거 같다나.

 

 

 

 

 

 

그리고 나선 저리들 한자리씩 차지하고 앉아 좋다를 연발, 어디 나갈거냐고는 묻지도 않더라. 특히 사운드에 민감한 울 형부, 티비도 보다 오디오 채널을 틀어놓고 클래식도 듣다 신났다.

참 형부는 늦게 시작한 골프에서 평생 한번도 해보기 힘들다는 홀인원을 세 번이나 하고 이글도 하는 골프 신동(?)이다.

 

이 동네에 형부도 가본 유명한 맛집이 있는데 저녁은 거기가서 먹자는 걸 콩국수해 줄 생각이라니 다들 또 오케이.

알고봤더니 형부가 콩국수를 무척 좋아한다나.

콩국수 국물까지 다 들이마신 울 형부왈 음식점 차려도 되겠다니 이만한 찬사가 없다..ㅎㅎ

 

우짜든둥 올해가 25년 그러니까 은혼식인 저 부부는 또 한 특이들한다.

이십오년을 아니 연애기간까지 대충 삼십년인가로 알고 있는데 어쩜 그리 한결같은 지

큰언니네 그러니까 민들레님부부도 재밌기는 하지만 남편앞에서 여전히 오도방정(!) 애교를 떨어대는 작은 언니를 따라갈 수는 없다. 

 

저대로 누워 등받이에 한다리까지 올려놓고 쉬고 있던 언니, 형부가 복숭아 먹을까 물었더니

'지금 이 자세가 복숭아 먹을 자세로 보여?' ' 응 먹은 걸로 할께'  하하하 혼자보기 아깝더라니까.

 

이십오주년 기념으로 얼마전에 발리에 다녀왔다던데 나이 오십인 마누라 비키니입은 모습을 어찌나 애정가득 담아놨던 지 감탄이 절로났다

사야야 전문가는 아니다만 피사체에 대한 애정없이는 어떤 좋은 사진도 나올 수가 없다.

딸내미는 취직했고 아들내미는 군대갔고 자식들 결혼이 남았다만 그래도 할 일은 대충 한 부부.

 

아까 막 점심준비를 할 때 전화했던 모님은 사야님이 특히나 좋아하는 가족들이 와서 좋겠다던데 유감스럽게도 그건 아니다

그토록 좋아하는 가족이면 그렇게 연락안하고 살겠냐고??? ㅎㅎ

 

그냥 사야는 가족이건 아니건을 떠나 저런 사람들이 살아있는 이 세상이 좋다.

세상이 이렇게 어수선한 건 저런 가족들이 많지 않기때문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란 그 옛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왜 저들이라고 그 오랜 세월을 살면서 힘들고 어렵던 일이 없었겠냐만 은혼식(실제로는 11월이다)이 코앞인 부부가 저리 행복하고 귀여울 수 있다는 건 참 보기 좋은 일이다.

사실 사야는 전남편과 사야를 최고의 부부로 꼽고 싶다만..^^ 오늘 오랫만에 저 부부를 보니 시댁문제, 자식까지 키워내며 저 오랜시간을 버텨온 저 부부를 사야가 본 가장 잘 어울리며 행복한 부부로 선정한다.

 

왕 오버쟁이 울 작은언니 또 엄청 좋아하겠다..ㅎㅎ

 

울 조카, 그러니까 작은 언니 딸내미왈 자기가 보기에 엄마는 아빠를 대할 때 참 현명한 것 같다고 했다던데 그건 시어머니가 늘 사야에게 했던 말이다.

그리고 사야는 예전부터 인정했듯이 그건 사야의 엄마에게서 온 현명함이다.

엄마를 용서했다는 말이 아니다. 내 엄마의 장단점을 그저 인정할 뿐이라는 이야기다.

아니 거꾸로 그 여자가 나를 용서하지 않는다. 거기다 그 여자는 사야의 단점은 너무 잘 알고 장점은 인정하지 않는다..ㅎㅎ

 

각설하고  참 아름다운 부부가 다녀갔다.

민들레님도 마찬가지였지만 작은 형부도 왜 사야가 한국에 있는 데 가족모임에 나타나지 않는 지 묻지 않아 너무 고마왔고 이러니 저러니해도 나이가 중요한 이 한국사회에서 가르칠려고 하지 않아 더 고마왔고 무엇보다 짧았지만 사야가 느끼게 해주고 싶은 그 분위기에 따라줘서 제일 고마왔다.

 

그래 당신들

오늘 정말 고마왔다.

사실 나야말로 당신들에게 진 빚이 있는 사람들인데

그때 형부 우리를 위해서 얼마나 애써줬는 지 나 모르는 사람 아니고

언니에게도 나 돌아와 언니에게 심하게 했던 거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맛있게 먹고 편안히 있다 가줘서 고맙다.

내겐 그게 당신들에게 갚을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

그리고 당신들

당신들 인생이니까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여전히 그렇게

보는 사람이 행복할 정도로 알콩달콩 이쁘게 살아서 고맙다.

짱먹어라

이 외딴곳에서 혼자사는 여자앞에서 그렇게까지 하고 싶든? ㅎㅎ

 

그리고 진심으로 아무 이야기도 안 물어봐줘서서 고맙다..

언니노릇을 못 한다고 난리지만 동생 노릇을 못해서 더 미안하다.

그래 와서 자라는 데, 정말 언니 말대로 잡아먹는 것도 아닌데

내 맘도 알아주라.

잘 곳이 없어서 들릴 수는 있다지만

이십대가 아니고 오십이 코앞인 애가 거길 가는 건 아니란 거지.

 

 

 

 

 

 

 

2013.8.1 여주에서....사야

 

 

 

'4. 아늑한 모래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해손님들  (0) 2013.08.06
선물같았던 날  (0) 2013.08.04
힘든 밤  (0) 2013.07.31
손님들  (0) 2013.07.30
사야와 인터넷  (0) 2013.0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