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날씨가 하도 특이해서 사야는 동남아 어디 외국에 와있는 기분이다.
비행기타는 걸 그리 싫어하는 사야가 자기 집에 앉아 그런 휴양지 기분을 느낀다는 건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긴 울작은언니네 부부도 사야네 집에 가만히 앉아있으니 꼭 발리 바닷가에 있던 그 기분이랑 비슷하다더라..ㅎㅎ
물론 한밤중 미친듯이 쏟아지는 소나기에 잠에서 깨기도 여러 번.. 뒤척이다 사위가 밝아진 후에야 어찌 까무룩 잠이 들어 한낮이 되어야 일어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만..^^;;
어제도 그랬던 날.
한밤의 쇼가 지나가고 햇살이 청명하길래 이불빨래를 해야겠다 생각하는데 갑자기 비가 미친듯이 쏟아지기 시작하더라.
그러다 하늘은 또 저 너머부터 밝아오기 시작하고..
요즘 사야를 감동시키는 저 꽃들. 무슨 대단히 귀한 꽃들도 아니고 그저 우리나라 산천 아무곳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인데도 저 흐드려져 피어있는 모습은 쳐다보고 또 쳐다보고 있어도 너무 좋다.
특히 이 삼색으로 핀 봉숭아가 왜이렇게 예쁜 지 모르겠다. 봉숭아가 참 아름다운 꽃이라는 건 장성시절부터 알았다만 이렇게 씨뿌리지 않아도 늘 피어나 매해 감동을 줄줄은..
변화무쌍한 하루를 온전히 즐기며 아름답다를 연발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오던 것. 세상에 얼마만에 보는 무지개냐. 너무 흥분해서 옆옆집에 무지개떴다고 전화해드려야하나 잠시 고민..ㅎㅎ
금방 사라질 줄 알았더만 변화무쌍한 모습까지 보여주더라.
이 아련한 분위기는 스콧틀랜드 광활한 풍경속에서 봤던 쌍무지개만큼이나 감동적이었다.
그 감동을 주체못해 포도주 한잔 따르고..ㅎㅎ
이번에 언니네가 선물로 가져온 포도주인데 백프로 사야입맛은 아니더라도 색다른 게 좋더라.
한달전인가 연양리시절 자주 마시던 걸 한병 샀는데 역시나 감동스러워 가끔씩 스스로에게 선물을 해야겠단 생각을 했다. 전에는 그것보다 훨씬 좋은 포도주를 마시고도 감동까진 못했는데 사야는 역시나 적응력 하나는 끝내주는 듯..^^
마침 요즘 또 사야가 열광하는 '불후의 명곡'을 하는 시간이라 볼륨 한껏 올려놓고 노래 들으며
여전히 걸려있는 무지개도 보다보니 그래 인생은 참 아름다운 거구나..ㅎㅎ
그런데 세상에 사라졌던 무지개가 다시 나타났다.
거기다 저쪽은 동남쪽 하늘인데 왠 노을?
이렇게 감동적인 날, 그렇게 분위기에 포도주에 또 만땅 취해서 어쩌면 마지막일 지도 모르겠다 생각했던 사야의 외로운 사랑을 과감히 포기했다!!!
사야의 성정상 눈물이 났어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충만한 기분이었다. 그래 또 하나의 사랑이 추억이 되는구나.
어제밤 몇 시간동안을 쓰다지우다를 반복해놓고는 결국 올리지 못한 글을 맑은 정신에 읽어보니 진심으로 사랑했더라지.
사랑을 포기했는데도 새 날은 여전히 아름답다.
사야는 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을까
하긴 사야에게 살아가는 일은 사랑하는 일이니까, 포기했다는 건 또다른 사랑을 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인 지도 모르겠다.
2013. 08. 04. 여주에서...사야
어제의 감동이 아직도 남아있기에 아침밥도 못 먹고 올린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