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했던 상해손님들이 왔습니다.
지금 잠깐 나간사이 잽싸게 보고드립니다..ㅎㅎ
아무리 낯선 사람에게 열린 사야라도 모르는 사람들이 그것도 나이도 있고 가족이 온다니 조금 부담이 되더라구요.
그런데 세상에나 짜잔하고 나타난 저 가족들은 어찌나 유쾌하고 즐거운 사람들이던지요.
남편이 나이가 많다그래서 당연히 저보다도 언니일 줄 알았던 와이프는 딸내미랑 자매같아 보일 정도로 어린데다 재잘재잘 신났습니다.
저희 집이 너무 좋다고 벌써 사진찍어 친구에게 전송하고 친구가 보낸 답장을 읽어주고 있는 중입니다..ㅎㅎ
둘이 구석구석 한 백장은 찍은 거 같습니다..^^;;
바베큐를 하기로 했는데 비가 워낙 쏟아져 처마밑에서 굽기로 하고 실내에 차렸습니다. 저 초기 오피스텔에서 쓰던 화로가 다시 등장한 사연은..
사건사고가 그칠 줄 모르는 사야가 또 이렇게 말벌에게 두 방이나 쏘이는 일이 생겼기때문입니다..ㅜㅜ
올해 바베큐를 한번도 안했는데 세상에 저리 말벌집이 숨어있을 줄은 누가 알았겠습니까. 천막을 걷어내고 잡아끌려는 순간 따끔한 느낌과 함께 수십마리의 말벌이 달려드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흑흑
근데 벌에 쏘여서 병원가야하는 거 아니냐니까 남친은 봉침 한방에 삼십만원이니 육십만원 벌었다고 생각하라네요..^^
어쨌든 나이차이가 엄청난데도 참 잘 어울리고 재밌는 저 부부. 언니가 나타날 줄 알았더니 사야보다 여덟살이나 어리더군요.
사야가 상해에 이년이나 살았는데 어떻게 한번을 못 볼 수 있었냐며 자기들에게 소개시켜주지 않은 친구놈이 나쁜 놈이랍니다..ㅎㅎ
음식이 다 맛있다며 자기 와이프에게 가르쳐주라더군요. 그런데 상해에서는 원래 남자들이 요리합니다..^^
예전 남편회사 직원, 요리는 보통 일하는 분 아니면 자기 남편이 한다길래 넌 뭐하는데? 물었더니 나는 먹지..ㅎㅎ
집이 다 좋지만 특히 저 복층이랑 계단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저기서 잘 거라니 다 신났습니다. 특히 저 꼬마아가씨는 오르락 내리락..ㅎㅎ
어쨌든 가만있을 사야가 아니죠. 어디 구석에 쳐박아뒀던 한복까지 꺼내 밤중에 쇼를 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어른들은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죠. 제가 친구놈이 중국갈 때 뭘 부탁하면 그걸 대신 사준 사람이 저 분이랍니다..ㅎㅎ
오랫만에 중국어를 쓰며 중국이야기도 하고 그러니 새삼 상해거리며 여행갔던 곳이며 다 그리웠습니다.
사야의 저 사전도 십일년만에 다시 빛을 봤습니다.
지난 번의 대만손님은 말도 별로 없었던데다 혼자였지만 이번엔 세 명이나 말도 많이하니 슬슬 기억이 되살아나더라구요.
육개월만에 중국어로 꿈을 꾸고 티비가 들릴만큼 죽어라 했던 언어인데, 심지어 전남편은 드라마보고 우는 저를 제정신인가 쳐다봤더랬죠..ㅎㅎ
어쨌든 문장들도 기억나고 아직 살아있더라구요. 오히려 떠난 지 십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그렇게 중국어를 잘하냐고 칭찬들었습니다..^^
남친이 그렇게 신신당부를 했건만 사야가 어디가겠습니까? 결국 못 일어나 친구놈이 아침멕이러 데리고 나갔습니다..ㅎㅎ
평소행적이 있으니 변명같지만 왠만하면 일어나려고 했는데 저 손이 가려워서 잠을 거의 못 잤습니다
나와보니 세상에 어제 저 난리굿을 한 자리를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를 해놨더라구요. 부엌에 가니 설겆이도 깔끔하게 다해놓고요.
어제도 선물을 바리바리 싸온 것도 모자라 자기들이 신을 슬리퍼에 수건까지 다 챙겨왔더라니까요..^^
오늘 저 네 사람들은 다 담양 남친에게로 가는데 저 여인네들이 사야도 꼭 같이 가야한다네요.
문제는 남친집이 엉망이라 손님들은 남친어머님이 계신 절에서 묵기로 했는데 저도 가서 인사를 드려야하는 건가 고민입니다.
어제도 남친이랑 통화하는데 옆에계시던 남친숙모님이 '얼굴 잊어먹겠다 함 와라' 전화통에대고 소리를 지르시더라구요..-_-;;
숙모님 식구들은 작년에 볼일이 있어 강원도에 오셨다 잠깐 들리셨었는데 스님과 남친어머님을 뵌 지는 벌써 또 이년이 다 되어갑니다.
숙모님은 고맙게도 남친과 저랑 잘 안된 게 다 스님과 어머님이 괴팍하기 때문이라고 믿고 계십니다. 당신이보기엔 남친이나 사야나 너무 착하대요..ㅎㅎ
가야하나 고민중이었는데 엄마아빠가 이모네 집 간다고 엄청 부러워했다는 작은언니 딸내미가 좀 전에 다음 주 말경 큰언니 딸내미랑 같이 와도 되겠냐고 묻네요.
그 전에 새깽이들도 볼겸 차편있을 때 다녀 와야겠습니다.
에구 고민은 내려가면서 해야겠습니다. 사야가 막무가내형은 아니니까 뭔가 현명한 결정을 할 수 있겠죠.
그건그렇고 천둥치며 전기가 끊겼다 이어졌다를 반복하는 이 시간 세종대왕릉에 간 이 사람들은 왜 안오는 걸까요..ㅎㅎ
2013.08.06. 여주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