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사야는 노통도 그립고 전남편도 그립고 마유미도 그립고 요즘은 시아버지도 너무 생각나고 이젠 하다하다 정신과샘까지 그립다..ㅎㅎ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두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사람이다만 정신과샘은 맘만 먹으면 내일이라도 당장 가서 만날 수 있는 데 그냥 이렇게 그리워만 하고 있다.
사야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 선생님이라면 어떤 말씀을 해주실까.
물론 사야가 만났던 정신과샘중 가장 오랜 시간을 봤으니 대충 뭐라 말씀해주실 지는 감히 잡힌다만 감만으로 다 해결될 일이라면 전문가가 필요하진 않겠지.
한국에 돌아와 사야에게 생긴 가장 근사한 일은 그 정신과샘을 만난 일이다.
사야처럼 조금은 독특한 사고의 소유자가 정확히 이해받는 다는 느낌을 받았던 건 정말 소중한 경험이다.
선생님이 안계셨다면 사야가 겪었던 그 일련의 사건들을 이렇게 잘 극복해내지도 못했을 거고 지금처럼 이렇게 혼자 앉아 진정한 내면바라보기도 불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사야는 개인적으로 안철수를 싫어한다. 그의 이명박과의 관계 뭐 이런 걸 떠나서도 티비에서 간혹 보게되는 그의 표정이나 말하는 태도가 사야에게 전혀 신뢰를 주지 못했다. 대선출마선언을 질질 끄는 것도 그랬고 어쨌든 행보자체도 전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작년의 그 대단했던 안철수현상이 사야로선 신기했다만 관심대상이 아니었기에 무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야가 나름 신뢰하는 분인 최장집교수가 얼마전 안철수캠프에 참가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너무나 놀랬고 당황스러웠다.
사야가 최장집교수를 잘못 알고 있는 걸까 아님 사야가 모르는 안철수의 뭔가 대단한 장점이 있는 걸까.
그때도 너무 혼란스러워 정신과샘이 간절히 만나고 싶었더랬다.
창밖을 바라보며 몇 시간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사퇴소식을 들었다. 사야에겐 계속 명쾌해지지 않는 문제였는 데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다행이다.
사실 사야는 최장집교수를 잘 모른다. 오래 전에 그의 책을 한권 읽었을 뿐인데 그때 굉장히 단단한(?) 지성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좌나 우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잘 단련된 지성인을 만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물론 애초에 왜 그 캠프에 참가했을까는 여전히 의문이고 정치인의 캠프에 참가한다는 건 대단히 중요한 결정이었을텐데 이리 짧은 시간에 결별이 가능한 지도 의문이지만 말이다.
사야는 가끔 사야의 직관력이 무섭다.
물론 이건 그 사람을 평가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내(我)과인지 아닌 지를 나누는 말그대로 동물적이랄 수 있는 직감이다만 가치관의 문제가 배제될 수는 없다.
그게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그 직관력에 배반당해 본 적이 거의 없으므로 그 자체에 매몰될까 사야가 가장 경계하는, 말하자면 사야에겐 뜨거운 감자이기도 하다.
인간은 늘 어떤 경계에 서서 망설인다. 이 선을 넘어가야하는 건 지 아닌 건 지를 잘 알 수가 없다.
주변에도 그걸 한 번은 부딪혀보라고 말해야하는 경계인 지 아님 물러서라고 해야하는 건 지를 모를 때가 많다.
그리고 죽을 힘을 다해 그 선을 넘었다고 생각했는 데 또 죽을 힘을 다해 넘어야하는 뭔가가 기다리고 있어 당황스럽기도 하고 말이다.
남친이 내일 비닐하우스를 계약할 예정이다.
일하기 편한 대형하우스는 아니지만 남친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게 될 지인이 가까이 있어서 놓치기엔 아까운 기회이기도 하다.
원래는 딸기를 한 동만 시험삼아 해보기로 했던건데 가격도 무척 저렴한데다 한 동만은 안 빌려줄 것 같다고도 하고 막상 방문해보니 괜찮아 세 동을 다 하기로 했다.
일단 시작이라도 해보라고 구박한 건 사야인데 막상 계약을 한다고 하니 머리가 복잡하다.
계약하는 걸 보고 가라고 만류하는 데도 굳이 무리해서 올라온 건 더웠기도 했지만 그 복잡한 속을 어쩔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년 전 장성으로 내려가기로 했을 때부터 벌키우고 약초심으며 살려했으니 농사를 지어보려는 생각이 새삼스러울 건 없다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니 말이다.
결론은 사야도 그 농사에 참여해 볼 생각인 데 아니 사야가 꼭 참여해야 할 상황이랄 수 있는 데 여전히 여주에 앉아 담양에서 농사지을 걱정을 하고 있으니 한심하달 밖에..
아직 담양으로 내려갈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으면서 왜 사야는 늘 이렇게 무모한 지 모르겠다만 또 이건 사야가 현재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남친과 사야는 두 사람은 차치하고라도 우리가 겁없이 책임지기 시작한 네 마리의 생명, 울 새깽이들의 밥값과 병원비는 벌어야 하니까.
최소한 십 년 아니 그게 이십 년이면 더 좋겠다만 이건 사야 인생에서 처음으로 느끼는 절절한 책임감이기도 하다.
갑자기 주인 마음이 바뀌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별 변동이 없는 한 내일부터 사야인생의 새 장이 시작된다.
고기공놈이랑 동갑인 남친의 지인, ' 누님 정말 농사지을 수 있으시겠어요?' 심각한 얼굴로 묻던 데 사실 남극에 가서 펭귄언어라도 배우며 살 수 있겠다던 사야가 못 할 게 뭐가 있겠냐.
물론 비지땀을 흘리고 허리가 끊어지는 거야 참을 수 있겠다만 그 외적인 요소들이 문제가 되겠지.
모르겠다 솔직하게는 머리가 터질 것 같다
그래서 정신과샘이 간절히 만나고 싶은 지도 모르겠다
사야처럼 과감하다못해 무모하기도 하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것 같지만 또 물불을 안가리는 면이 있는 인간이
다른 무엇보다 그 자신의 성향을 지키는 가장 안전한 선택이란 건 뭔지 말이다.
늘 위험한 선택을 했어도 다행히 살아남았다만 여전히 아슬아슬한 선택앞에서 많이 힘들다.
위에서 잘난척 했던 사야의 직관력을 거의 유일하게 비껴간 사람이 남친이다. 상해에 세 번 봤을 때도 잘 못 봤지만 삼년 반을 함께 살았어도 사야가 그 속을 잘 모르겠는 사람이다.
그런데 참 웃기게도 사야에겐 엄마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사야는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칼처럼 꽂아주는 울 샘의 말이 듣고 싶다니까
문제는 그 샘이 사야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건 아니다만 그 한마디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그건 전 남편이 늘 사야에게 했던 말이니 어찌보면 그 남자가 사야에게 가장 좋은 정신과 의사였는 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이야기는 남친도 하고 있으니 결국 재미없고 당연하게도 자신을 인정하고 극복해 내는 것도 자신이란 이야긴 거지
뭔가 좋은 해결책이 생기면 참 좋겠다...
2013.08. 12.여주에서...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