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진화하는 사야

史野 2013. 8. 13. 15:18

우하하하 사야가 또 한 건 했습니다.

우연히 한밤중에 별똥별이 떨어질 거란 정보를 접하곤 잠시 고민을 했죠.

잠을 안 자고 지켜볼 건 아니었지만 마당있는 집의 특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 밤 열두시 후레쉬들고 창고에 가서 저리 모기장 가져다 셋팅을 해놓고 마당에서 잤습니다..ㅎㅎ

별을 봐야하니까 평소엔 밤새 켜놓는 저 등도 끄고 가만히 누워있으려니 세상에 딱 저만 존재하는 것 같은 특별한 기분이더라구요.

빛은 하늘의 별빛이 전부고 소리라고는 풀벌레소리가 전부구요.

저렇게 누우면 옆집도 전혀 안보입니다.

거창하게 이야기하면 절대고독 비슷한 경험이었달까요.

 

 

 

극적효과를 위해 모기장안에서 찍은 사진 한 장 추가요..^^

 

까무룩 잠이 들었다 눈을 떴는데 하늘 가득하던 유성이라고 하나요? 비몽사몽에도 어찌나 아름답던지요.

이게 꿈인가 생신가 다시 잠들었다 깼다를 반복했지요.

쌀쌀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해 벌떡 일어난 시간은 네시 반경. 네 시간 넘는 야외취침이었네요.

들어와 다시 잠을 청하려니 벌써 천창은 밝아오고 있더라구요.

 

 

 

여전히 마당에 남아있는 흔적입니다.

예전에 인도네시아 무인도에 잠시 들렸을 때나 타클라마칸 사막에 갔을 때나 아무도 없는 그 곳 모래위에 그냥 누워 별을 바라보며 잠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었죠.

아 물론 그땐 남편이랑 함께요..ㅎㅎ

무인도도 아니고 사막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사야 혼자 저 마당에서 저렇게 밤을 보냈다는 건 사야에게 기적과도 같은 일입니다.

밤이면 집 오른쪽으로 좀 으스스한 분위기라 혼자서는 마당에 잘 나가지도 않거든요.

 

혼자 이 외딴 곳에서 구개월을 산 것도 모자라 마당에서 잠도 자는군요.

거기다 저 마당엔 뱀도 쥐도 심지어 어디선가 불쑥 고양이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야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걸까요..ㅎㅎ

 

 

 

담양에 다녀와보니 안타깝게도 참나리가 모두 져버렸습니다. 하도 비가와서 꽃도 제대로 안피는 마당에서 한달 넘게 톡톡한 효자노릇을 했었는데 무지 섭섭하더라구요.

또 일년을 기다려야 그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는 거겠죠?  저 대를 잘라야하는 데 아쉬워서 그냥 보고만 있습니다.

 

 

 

 

저 벽에 매달린 능소화꽃이 피었다면 좋았으련만 벌써 사년차인데 올해도 꽃없이 그냥 지나가네요.

 

이 집의 장점은 말할 수 없이 많지만 겨울에는 마당에 바람이 잘 안부는 데 여름엔 바람이 분다는 겁니다.

저 부서질듯한 햇살을 바라보며 참 덥다라고 생각하다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온 몸을 흟고 지나갈 때의 그 기분이란..

 

우짜든둥 사야는 또 하나의 강을 건넜습니다.

아직도 그 깜깜했던 밤의 그 묘한 기분에 취해있는 느낌입니다..ㅎㅎ

 

 

 

2013. 08. 13.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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