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부터 오늘 오전까지 인터넷이 불통이었다.
인터넷이 안되면 티비도 안 나온다는 사실이 어제처럼 절절히 와닿은 적은 없다.
고맙게도 요즘 갑자기 튼튼해진 신경줄 탓에 불안하지까진 않았지만 인터넷과 티비가 동시에 안된다는 사실은 뭐랄까 좀 충격적이었다.
거기다 보지 않는 자발적 선택과 보지 못한다는 강요된 결과는 전혀 다른 문제이니 말이다.
오늘 결국 인터넷이 없어도 볼 수 있는 티비를 하나 신청했다
정신과샘도 인정한, 사야가 특히 못 견뎌하는 상황이 사야의 의지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는 거다.
그래서 사야에게 가장 공포스러운 곳은 군대와 감옥이다.
군대야 다행히 여자로 태어나 면제받았고 감옥은 절대 갈 생각이 없다. 설사 국가를 위해서 정의를 위해서라도 결코 감옥에 가는 선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 사야는 국가나 민족보다 본인이 더 중요한 자유주의자니까. 그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국적을 지켰던 건 나라사랑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나는 한국인라는 정체성을 지키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어린 시절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를 날이면 날마다 외우고 살았던 사람이니 교육의 실패다..ㅎㅎ
나라를 위해서도 싫은 데 민족을 위해서 어쩌고 할 생각은 더구나 없다.
어쨌든 덕분에 사야가 요즘 얼마나 인터넷에 의존해 살고 있는 지를 절절히 깨달았다.
뉴스도 인터넷으로 접하고 궁금한 것도 사전이나 책을 찾아보기보단 인터넷에서 검색하고 심지어 음악도 한달 무제한 듣기 뭐 이런 쿠폰으로 듣고 요리법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말이다.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앉아서 밖을 바라보고 있는 시간이 많은데도 티비와 인터넷이 없으니 갑자기 뭘할까 생각하게 되더라는 것.
사야가 원하건 원치 않건 인터넷없는 세상에서 살게 되진 않겠지만 조금은 자유로와 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를 고민하게 되었다.
사실 사야에게 인터넷만큼 고마운 것도 없다.
편지를 보내면 아무리 빨라야 이주만에 답장을 받아보던 곳에서 살던 그 때 메일처럼 감동적인 건 없었다.
메일을 보내고 나면 컴앞에 앉아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ㅎㅎ
메일뿐아니라 구천킬로 가까이 떨어진 사람들과의 실시간 한국어 교류는 사야의 외국생활을 지켜준 일등공신이다.
오죽하면 전남편이 인도네시아 오지 비슷한 곳을 여행하다가 ' 어때? 넌 이런 곳에서도 인터넷이 되면 살 수 있지 않겠니?' 란 말을 했을까..^^;;
각설하고 사야는 오늘 월 만천원에 언제 있을 지도 모를 자그마한 선택에 대한 자유를 샀다..ㅎㅎ
물론 약정어쩌고 저 금액에 따른 온전한 자유는 아니다만 어쨌든 자유는, 돈을 주고 사는 거다
특히 대한민국을 비롯해 부정부패가 난무하는 나라들이나, 역사속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국민이 오십프로 이상이 되는 이 나라에선
자유도 인권도 아니 최소한 인간이 누려야할 기본적인 권리도 다 매매가 가능하다.
아직 오십년 도 살지 않은 주제에 인생에 대해 논한다는 게 우습긴 하다만
그 대단한 돈에서 대충은 자유로운 인간인 관계로, 몇 달째 미용실을 안가 마구 길어진 머리를 직접 가위로 숭덩숭덩 잘라내놓고도 두 달 가까이 멀쩡히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관계로..ㅎㅎ
불혹이나 지천명 무슨 공자시대가 아니긴 하다만 그래도 살아온 날들이 살 날보다는 많은 나이이긴 하다
그게 어찌 사야뿐이겠는가 그 온갖 추악한 짓을 저리르면서도 난리를 치는 인간들도 마찬가지 아니 나이로만 따진다면 그들이 더 빨리 이 세상을 하직할텐데..
매일 앉아 생각만 죽어라 하다보니 그건 자식때문이더라.
물론 본인의 생이 얼마나 유한한 지 못느끼는 멍청이들은 빼고도, 삶에의 집착이 자식에게 전이되어 어차피 자손들은 살아갈테니 대대손손 잘먹고 잘 살고 싶어서 그렇게들 난리더라.
잘난 사야는 또 한 획을 긋는다.
하다하다 젠장 이젠 그들까지 이해하게 되었다니까..ㅎㅎ
물론 동시에 사야가 죽었다 깨어나도 그 시스템을 바꿀 수도 없고 사야가 살아있는 한 이 세상이 바뀔 수 있을 거라고 절대 믿지 않는다
그들이 미워서? 아니다.
사야랑 비슷한 합리적인 인간마저도 사야에게 위장취업을 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회가 그걸 못하면 바보로 만드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사야가 전남편을 존경하는 건 우리 사회보다도 훨씬 나은 시스템속에서도 그 남자는 늘 가진 자의 횡포와 맞서 싸웠기 때문이다.
그 횡포가 이 사회와 비교되진 않지만 그래도 그 남자는 '난 이건 못해' 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꼭 노무현이 그랬던 것처럼...
말은 또 길어지고 사야는 역시나 술이 취했다
사야보다 세 살이 많은 남자가 사야에게 물었다
왜 그대처럼 자유롭게 살지 못하고 속물이 되어 미래를 걱정하며 자긴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거냐고..
그래서 사야는 그랬다
당신은 자신을 책임지고 있는 거라고..
누군가 묻던데 사야는 아직은 일이년간을 살 돈은 가지고 있다.
그 다음엔 어쩔거냐고 묻지는 마라, 하루 인생도 모르는데 그 다음까지 뭘 따지냐고..ㅎㅎ
사야의 내일을 네가 대신 살아줄래? ^^
오늘도 사야는 그냥 이 하루를 산다
의자를 옮기고 불후의 명곡이란 음악프로를 보며 역시 이 집은 동그래서 사운드는 죽인다고 감탄하면서 말이다.
또 각설하고 사야가 요즘 역시나 요즘말로 구십프로는 본방사수하고 있는 드라마다.
근데 중요한 건 저기 나타난 저 여자
드라마속이 아니라 저 여자가 참 흥미롭다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마야'라는 가수라네
드라마에서도 맘에 들었지만 찾아보니 노래는 더 좋더라
드라마긴 하다만 사야는 저런 꼴통(?)들이 세상에 있어 너무 좋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다양성이니까..
사야가 늘 이야기하는 십오년의 부재는 이런 곳에서도 일어난다.
꼭지점 댄스라던가
2002년을 상해에서 열렬히 응원했지만 내가 살던 곳에선 죽었다 깨어나도 그대들이 느낀 것들을 공유할 수는 없다는 아픈 이야기.
인터넷이 불통다는 이유로 이렇게까지 떠드는 걸 보면 사야는 여전히 외로운 가 보다만
왜 세상은 그래도 안 바뀔까
예전 독일어서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티비가 생기면 누구나 괴테 (이건 전적으로 독일 상황이다) 가 누군 지 알지 않겠냐, 그랬다던데
막상 티비가 생기니 아무도 괴테가 누군지 관심같지 않더라네
사야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
시간이 없어서 편지가 길어졌어요.
그래 사야도 술이 취해서 중언부언 말이 많다.
띄어쓰기도 쓸 때마다 몰라 스트레스인 주제에, 이렇게 자판을 두드린다니
2013.07.27.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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