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비는 비고 일상은 또 일상이고..

史野 2013. 7. 23. 23:09

 

 

잔디반 잡초반인 마당. 비가 너무 내리기도 했지만 살짝 그치더라도 뽑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다.

누군가는 차라리 다 엎어버리고 새로 잔디를 깔라는데 돈도 없지만 저 잔디를 살리려고 작년 가을부터 쏟아부은 노력이 아까와서라도 그렇게 못하겠다.

 

 

 

 

잠시 소강상태였던 지난 주, 여섯시간을 쉬지않고 미친듯이 뽑아댔더니 대충 이런 모양이 잡히더라.

막상 또 일을 하고나면 뿌듯해져 이 집을 가꾸는 데 이 한몸 불사르겠다는 웃지못할 목표도 생겨나고 말이다..ㅎㅎ

 

 

 

주말에 담양에 갔었다.

안그래도 거긴 폭염이었는데 저 덩치들이 달려드니 미치고 팔짝 뛰겠더라.

싫은 소리 한마디 했더니 다들 바닥으로 내려가 온 거실을 채우고 있는 녀석들. 그러나 또 미치고 팔짝 뛸만큼 이쁜 녀석들...ㅎㅎ

 

 

 

지난 번에 구입했다는 이 침상은 생각보다 괜찮다. 우선은 침상이 워낙 좁다보니 호박이포함 두 마리이상은 못 올라온다는 장점..ㅎㅎ

처음엔 다 못들어오게 했는데 저 지독한(!) 호박이뇬은 밤새 어찌나 울고불고 난리인지, 안방문 바로 옆 쇼파에서 자는 남친이 잠을 못자겠으니 제발 들여놔주라고 애원을 할 정도.

 

남들은 다 쪄죽을 지경인데 한낮에도 저러고 계신 걸 보면 한여름에도 이불 뒤집어 쓰는 사야다.

낳지만 않았지 사야새끼가 맞다..^^;;

거기다 깔린 이불을 저렇게 파고드는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ㅎㅎ

 

 

 

이번엔 말로만이 아니라 직접 농사를 짓는 장소를 찾아가 보았다.

생각했던 것보다 비닐하우스가 어찌나 넓던 지

사야집이 총 백평인데 저 비닐하우스는 삼백평이라니 뭐 당연한 거겠지만 저리 잔뜩 자라있으니 더 숲속같더라.

 

 

 

저 끝도 보이지 않는 골을 바라보고 있자니 농사는 힘든 게 문제가 아니라 참 고독한 싸움이겠구나 하는 생각.

이것 저것 설명해주던 남친의 지인은 한동 알아봐 드릴테니 내려오세요, 하더만  힘든 건 참을 수 있겠어도 저 안에서 고독한 싸움을 벌이는 건 진짜 자신없다.

어쨌든 주종은 딸기고 딸기수확후 수박이랑 메론을 하고 수확후엔 딸기를 다시하는 시스템이고 현금은 조금 돈다나.

 

 

 

두번 째로 간 곳은 블랙초코베리 혹은 아로니아라는 밭. 처음 보는 건데 블루베리보다 뭐가 좋고 하는 역시 건강식품종류라더라.

올해 시작하신 거라던데 초기 투자비용이 수천만원이 넘고 수익은 현재로선 미지수.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듣기만 하다 막상 현장답사를 해보니 느낌이나 드는 생각은 확실히 다르더라.

결론은 뭐 농사는 아무나 짓는 게 아니란 절실한 깨달음이랄까..ㅎㅎ

 

쉬운 게 세상에 있겠냐만 그래도 농사만큼 힘든 게 또 있을까. 특히 요즘처럼 기상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는 더 말이다.

 

 

 

사야가 잡풀을 뽑은 후, 남친이와서 예초까지 한 덕에 지금 마당은 이렇다.

어쩌면 정말 내년에는 사야가 그리 꿈꾸던 근사한 마당으로 거듭나게 될 지도 모르겠다.

 

 

 

 

요즘 사야의 삶은 행불행이 없다.

자주 불행하고 자주 행복하던 사야의 삶을 생각해 보면 참 신기할 정도의 변화다.

 

행불행이 없다는 건 좋게 말해 삶을 아주 절절히 이해하게 되었다는 거고 나쁘게 이야기하면 삶에 더 기대하지 않는 다는 것

 

아 이런 결국 그 말이 그 말이구나..ㅎㅎ

 

행불행은 없으되 이 빗속에서도 저리 치자꽃이 피고 이름 모를 새가 놀러오는 날이면 ' 아 정말 좋다' 라고 느끼긴 한다.

 

 

 

 

너무 짧게 잘라서인 가 아님 비가 너무 내려서인 가 이젠 생생하던 잔디들도 시들시들, 그 와중에도 저리 꽃들이 피고 진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보라색 부레옥잠화와 피라고 옆에 심었던 원추리가 고맙게도 잘 피고 있다.

 

꽃이 아름다운 건 지기때문인 것 처럼 인간의 삶이 애닯은 것도 유한하기 때문이겠지.

그래 매순간, 그 시시각각 유한성을 인정하며 사는 사야에게도 이젠 어찌보면 평온한 날들이 가고 있다

꼭 금치산자처럼 누군가 데리러 오거나 데려다 주지 않으면, 아니 누군가 우유나 달걀을 사다주지 않으면 혼자는 이제 버스는 커녕 택시도 타지 않는 날들이 몇 달이 되었다만.

그래도 평범하고 조용한 날들은 가고 있다.

 

 

 

 

사야가 평화로운 이유는 많다만

세상은 너무 시끄러운 데 진실은 절대 밝혀지지 않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일단 알면 말고 식의 폭로전이 진행되면, 거기다 의도된 언론의 편파보도까지 진행된다면 지금의 박근혜 대통령각하를 뽑았던 그 사람들은 죽었다 깨나도 진실은 알 수도, 알고 싶지도 않을 거니까.

 

주어가 없다, 란 말이 통한 사회다.

거기서 하나도 발전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가끔 잊는 데 그때도 너무 황당한 일이었다만 그래도 통했다.

슬프게도 사야는 이제 더이상 이 사회에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

 

미안하다만

너희같은 공룡들하고 싸우기엔 힘이 너무 약하고 너희들을 신경쓰고 살기엔 삶이 너무 아깝다

이 짧은 인생에서 나 안할래.

그냥 너희들끼리 지지고 볶아....

 

 

 

 

 

2013. 07.23.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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