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에 만나는 맑은 날인 지.
우선 이불 가져다 널고 그동안 못한 빨래 돌리고 침대보 다 걷고 비가 너무와 챙기지 못한 우편물을 가지러 다녀왔다
여기 썼는 지 기억나지 않는데 새로운 도로명이 잘못되어 군청에 이의제기를 하고 그래도 일이 잘 안풀려 담당자랑 싸우기도 했다.
그 때도 너무 화가났었는데 어쨌든 일처리를 끝냈다고 하고 열내봤자 나만 손해란 생각에 잊었다.
그런데 오늘보니 재산세 용지에 여전히 옛 주소가 기재되어 있는거다. 아니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다 이렇게 한심한 걸까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지적도도 안보고 주소명을 부여했다는 것도 기가막힐 노릇인데 전산처리까지 끝나 행안부에도 버젓이 고쳐져있는 주소가 왜 공식문서인 재산세 용지에는 또 도로아미타불인거냐구???
군행정도 이따위인데 시로 승격해 시행정을 또 얼마나 주먹구구식으로 하려고 이러는 건지
세금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면 일 하는데 얼마나 더 집중해야하는 지 무슨 경종을 울릴 방법이 없을까.
놀라운 이야길 들었다
새로 이사오신 분들이 집을 내놓으셨다는거다. 봤다는 곳을 확인해보니 없길래 다시 물어보니 열흘전에 분명히 올라와 있었단다.
그새 마음이 바뀌신 건지 아님 누가 산다고 한 건지는 모르겠다만 이사온 지 반년만에 집을 팔고 싶어하신다니 신기하다.
뭐 불편한 점이 없는 거야 아니지만 아시다시피 사야는 흙과 나무로 지어진 이 집이 너무 좋은데 사야에게만 그런가
전에 있던 애도 우리 이사오자마자 집을 내놨다하도 안나가 이년만에 손해보고 나간건데 저 집은 터가 이상한건가?
하긴 얼마전에 사야가 고기공놈에게 여긴 터가 이상한가보다고 하긴했다. 사야를 비롯 다 특이한 사람들만 산다고..ㅎㅎ
어찌보면 그리 놀랄 일이 아닐 수도 있다. 막상 이사와보니 옆옆집엔 이상한 여자가(그게 사야다..^^) 혼자살고 옆집은 주말주택이라지만 역시 이상한 사람들이 살고, 뒷집하고는 싸우셔서 말도 안하신다더라..ㅎㅎ
어쨌든 사야삶에도 변수가 될 수 있는 일이다. 입구가 같기 때문에 누가 이사를 오냐하는 건 중요한 문제다.
거기다 사야까지 이 집을 팔기로 결정한다면 세 집 중 두 집이 나와있는 건 서로에게 득이 될 것도 없고 말이다.
사야가 이상한 거야 여기 워낙 떠들었으니 되었고 이상한 옆집은 얼마전에도 사고를 쳐서 이사오신 분들이 사야에게 흉을 보시던데 오늘 우편물 가져오다보니 사야가 심어놓은 산수유나무를 잘라버리셨더라!!!
당장 전화해서 뭐라고 하려다가 얼굴보고 이야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참고있다.
남의 집앞에 심겨진 나무를 왜 자기맘대로 잘랐을까 사야가 이상한 건 지 이 나라 사람들이 이상한 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자주 일어나는 것 같다.
어제는 글을 올려놓고 여러가지로 생각할 게 많아서 오랫만에 두시넘게 까지 술을 마시다 보니 또 만땅 취했다
취하면 전화를 하는 못된 버릇이 있는 사야는 그 시간에 안자는 확실한 사람은 시어머니밖에 없는 관계로 오랫만에 전화를 했다.
충격적이게도 울 시어머니 사야가 당신아들의 전부인이였다는 사실밖에 기억을 못하시더라.
지난 번 시누이랑 통화할때 시누이가 경고(?)하긴 했었는데 그래도 혼자 잘 계신다고 해서 그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다.
여기도 올렸었지만 올초까지만 해도 너무 보고싶다고 지금의 며느리를 설득할테니 다녀가라고 난리시더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
우리가 어떤 관계였는데 무서운 병인 줄은 알았지만 치매가 사람을 이렇게 망연자실하게 할 줄은 정말 몰랐다.
맨정신이라면 끊었겠지만 너무 기가막혀서 화도내고 어쩌고 사십분 가까이 노력하다 결국 포기했다.
아버님 돌아가신 지도 얼마안되어 사야까지 떠나온 게 그녀를 더 아프게 만든 건 아닌 지 물밀듯이 죄책감이 밀려온다.
어제까지만 해도 이젠 죄책감같은 건 없이 살겠다고 결심했었는데 사람일은 단 하루를 알 수가 없구나.
딸에게도 여동생들에게도 못하는 이야길 하며 그녀가 보였던 눈물이 얼마고 또 사야가 그녀앞에서 흘렸던 눈물은 얼마인데
우리가 서로를 보듬으며 살았던 그 긴 세월이 이렇게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다니.
진짜 엄마와 딸처럼 소리소리 지르며 싸우기도 하고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 같이 잠도 자고 니 남편이나 내 남편이나 하며 서로 남편 흉도보고
우리엄마는 너보다 좋은 며느리를 만날 수는 없었을거라고 완벽하다고 남편이 늘 흐믓해 했더랬는데..
환하게 웃던 그녀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노라고 몸까지 떨아가며 울던 그녀가 내 오버랩된다.
가족들을 부탁한다고 너만 믿는다던 아버님의 유언.
남편도 잘 살고 있고 올해 드디어 시누이까지 결혼을 해서 그동안의 부채감에서 좀 해방되는 가 했는데,
이제 그녀가 나아간다고 아니 이젠 다 나았다고 믿고 있는 폐부를 다시 깊숙히 찌른다.
2013.07.16.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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