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늑한 모래실

사랑이 고프다

史野 2013. 7. 16. 00:38

울타리 밖을 나가지 않았어도 편안히 앉아 우유도 마시고 달걀도 먹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사랑이 고프다.

그래 미친듯이 보고 싶었던 네가 다녀갔다

 

 

 

애면글면 기다리던 치자가 결국 피어 그 황홀한 향기와 속살을 드러냈는 데도 여전히 사랑이 고프다.

 

 

 

이주만에 하늘이 파랗고 하늘에 별이 빛났어도 여전히 사랑이 고프다.

 

그런데 말이야

내가 고팠던 건 너와의 그 격렬한 섹스도, 너의 그 헌신적인 사랑도, 너의 그 끝없는 이해심이나 나를 향한 감탄도, 네가 주던 편안함이나 안락함도, 그 뭣도 아니었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것,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자신에 대한 사랑, 그거였다.

 

그래 내가 고팠던 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있는 너그러움, 그럴 수도 있었다란 이해, 남의 탓을 내 탓으로 돌리며 괴로와하던 그 오랜 시간 속에서 벗어나는 용기, 용서할 수 없는 사람들조차 용서하려고 몸부림치던 그 자만,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며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하던 그 처절함

 

그런 것에서 벗어날 수 없어서,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여줄 수 없어 늘 고팠다.

그래서 너와의 순간이 내겐 더 지속적일 수가 없었다

 

 

 

 

인간은 누구나 어울려 살아간다지만 그래 그렇게 어울려 이 삶을 견뎌낸다지만 결국 매순간을 버티는 건 혼자라는 것을

혼자왔다 혼자가는 게 인생이 아니라 그냥 옆에 누군가가 있는 이 매순간이 혼자이란 걸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네가 아닌 나.

자신과 화해하고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게 결국은 이 삶을 버텨내는 지름길이라는 걸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그래도 너와 백만번의 오르가즘을 느끼고, 너와 최상의 식사를 하고 또 너와 감동해 눈물 흘릴만큼의 연주를 듣고, 너와 가슴이 뻥뚫릴만큼의 시사토론을 한다고 해서 내 삶이 나아지는 건 아니란 걸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다.

 

아니 몰랐던 건 아니었는데 정확이 뭘 의미하는 지 까지를 온 몸으로 느끼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너를 왜 사랑하는 지 왜 네 사랑이 그리 간절히 필요했는 지 이젠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간절히 필요했던 건 바로 내가 나를 사랑해야 했다는 것을

어떤 누구보다도 그 간절히 필요했던 사랑은 바로 내 스스로에게 연유했다는 것을

누구도 나보다 나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인간은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게되었어도 여전히 사랑은 고프다

그리고 더 알게되더라도 그렇겠지

그래도 그땐 내 사랑이 왜 고픈지 아니까 최소한 네 사랑은 고프지 않을 수 있게 해줄 것 같다.

 

넌 오늘 내게 소중한 걸 깨달았다고 했고 그 전에 나는 그런 내가 삶과 자신에게 진솔하기때문이라고 우겼다

(아 혹시 오해할까봐 덧붙임 왜 하필 오늘 이런 글을 쓰고 싶었던 데 내게 문자를 보냈을까 신기했슴. 위에 있는 너는 내가 만난 수 많은 너임)

 

잘났다는 걸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을 걸

누군가에게 무시받을 까봐 방어적으로 잘난 척하는 습관이 들고 그걸 또 방어할려고 그리 힘들게 살았다니 우습다.

 

그런데 너랑 이렇게 간절히 자고 싶은 인간인 지도 진작에 좀 알았을 걸

 

 

 

오랫만에 좀 깔끔하고 멋진 글 남겨보고 싶어, 시작하는 마음은 거창했는 데 마무리가 안되어 술기운에 또 횡설수설..

요즘 사야는 술에 자꾸 무너진다.

아무리 술을 마셔도 마구 글을 올리던 예전 사야랑 달리 이러다 글 안 올린 전도 여러 번

 

그래 결론은 버킹검이라고

사야는 이런 과정을 통해 또 스스로를 점검하고 있는 중이다

 

 

사야가 뭘 생각하는 거란 아무 상관없이 비는 또 내린다.

 

 

 

2013.07. 15.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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