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그지같은 세상에서 그래도 스트레스 적게 받는 길은 이렇게 시골에 쳐박혀 사는 일이 최고인 거 같다.
이지님 말씀처럼 또 소소한 일상과 즐거움 뭐 그런 건 누려야 하는 거니까
드디어 참나리가 물들기 시작했다.
참나리는 꽃이 핀 이후보다 이리 첫꽃이 피기 전 작은 꽃망울이 조그씩 커지며 붉게 익어가는 이 시간이 참 좋다. 곧 꽃이 벌어지겠구나하는 그 설레임의 시간.. 올해는 울타리 안으로 밖으로 꽃대가 꽤 많이 올라와서 눈호사 좀 하겠다.
나무에 가득달린 오디로 뭘할까 고민하다 처음으로 효소라는 거에 도전을 해보고 있다.
그러다보니 솔방울 달린 것도 따서 담고 잡초 뽑다보니 질경이가 하도 많길래 또 따로 뽑고 중요한 건 저 세가지를 다 울타리안에서 얻었다는 것..^^
이상한 성격의 사야는 뭘 잘 못 버린다. 그래서 재활용의 대가란 말을 듣기도 한다만 좀 문제가 있다.
몇일 전 냉장고에 있던 오래된 총각김치를 잘 씻어서 들기름에 저리 멸치 가득넣어 푹 끓였더니 아주 깔끔하고 환상적인 맛이 되었다. 문제는 딱 한번 덜어먹고는 냉장고에 넣는 걸 까먹어 저리 상하게 만들었다는 것. 여름이다보니 부패속도가 장난이 아니더라.
요점은 저걸 사실 냉장고에 넣었더라도 결국은 다 먹지 못하고 버렸을거다. 근데 왜 그냥 버리지 저렇게 양념과 노력을 기울여 버리냔 말이다.
저 멸치 손질하는 데도 엄청 힘들었는데 아까비..
묵나물도 힘들게 만들어놓고 버리고 힘들게 뭘 해서 버리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냥 과정만 즐기는 걸까?
지금도 다 먹지도 못할 거면서 옆집에서 주신 상추로 김치를 담가볼까 고민중..^^;;
물론 버리기만 하는 건 아니다..ㅎㅎ 지난 번에 잔뜩 구입했던 토마토를 다행히 상하기 전에 얼려놓고 저리 활용하고 있다.
그냥 평범한 육수보다 붉은 색이 보기도 좋고 감칠맛이 도는 게 그만이다. 토마토는 익혀먹는 게 더 영양에도 좋다니 한번 해보시면 후회 안하실듯.
어제 썼듯이 땀을 흘리고나서 역시나 술에 취해 안씻고 그냥 잠들었다 일어났는데 사야의 피부는 꼭 막 샤워를 한것처럼 뽀송뽀송하며 불쾌감도 전혀 없다.
이게 황토집이랑 연관이 있는 걸까 정말 신기한 일이다.
문을 열어놓고 지내도 그리 더웠던 유월에도 실내온도 27도 요즘처럼 비가와 밖은 서늘한데도 27도. 낮에도 27도 밤에도 27도.ㅎㅎ
신기한 일은 또 있는 데 사진속의 저 나무자리가 전기장판이다. 겨울엔 접는 쇼파겸 침상밑에 깔아놓고 손님용으로나 쓰다 봄추위가 더 무서운 지라 봄부터 저리 침대에 올려놓고 사용하고 있다.
평소엔 저 위에 뭔가를 까는데 얼마전부터는 나무느낌도 괜찮아 그냥 잔다.
담양에 왔다갔다하기도 했고 요즘 게으른 탓도 있어서 이불보를 안 바꾸고 있었는데다 날씨 탓으로 이불도 못 말리고 있는데 이불에서 땀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다른 건 몰라도 냄새에 예민한 사야라 침구쪽엔 특별히 신경을 쓰는 편인데 저 나무영향일까 진짜 신기하다.
저 전기장판은 영광의 어떤 분이 허리아픈 동생을 위해 고안하신 거라는데 남친이 갖고 있던거라 가격은 모른다.
황당한 일이 있다. 사야가 좋아라하는 칠레산 G7 포도주. 정말 가격대비 대만족이라 어쩌다 사치도 못부리고 요즘은 주구장창 이것만 마시는데 심심해서 뜯어보니 라벨이 그냥 떨어지더라는거다. 다른 포도주병들은 달랐기에 상상도 못했다.
세상에 울타리에 꽂은 저 많은 병의 라벨을 물에 담가놓고 칼로 일일히 떼느라 남친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저리 간단히 떨어지는 걸 몰랐다니..ㅜㅜ 요즘은 마신 다음날 깔끔히 벗겨놓고 있다..^^
저 뒤에 보이는 스프레이는 목초액을 섞은 것. 요즘 벌레퇴치용으로 쓰고있는데 효과가 아주 좋다. 방충망없는 문을 열어놓고 앞쪽으로 마구 뿌려놓으면 벌레들이 잘 안들어온다..^^
아 그리고 또 신기한건 추웠다 갑자기 더워져서인 가 요즘은 모기가 별로 없다. 시골살면서 이렇게 모기없는 여름은 처음인듯.
저 오디나무를 보고 있으면 생명의 위대함에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다. 잎을 내기 시작해 삼개월도 안되어 벌써 오디수확까지 끝나버렸으니 말이다.
그런걸 생각하면 농사짓는 것도 해볼만 하다 싶기도 하고 마당하나가지고도 이 고생인 걸 보면 겁도 나고..ㅎㅎ
계속 사야를 행복하게 해주는 분홍장미다. 잎도 다 떨어지고 저리 아파보이는데 어찌 꽃은 끊임없이 보여주는 지 역시 신기할 뿐.
분홍색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접시꽃도 그렇고 저 분홍색을 볼때마다 설렌다.
신기한 일은 또 있다. 기억하시는 분 계실 줄 모르겠지만 초반에 오묘한 색의 장미를 올린 적이 있는 데 거기서 지금 노란 장미가 다시 피고있다. 땅은 거짓말을 안한다는데 그것도 아닌가 아니면 사기공화국이라 장미마저? ^^;;
보시다시피 눈에 보이는 곳만 대충 잡초들을 제거했다. 대충 했는데도 정원용 구루마로 두 대 분량이나 나오더라. 잔디가 다 덮히면 좀 나아질까.
너무 힘들어서 사람불러 뽑아볼까했더니 데리러올때 예초기가져와 한번 또 싹 밀어주겠다고 남친이 참으라네.
어쨌든 올해는 그래도 꾸준히 뽑고 쑥을 꽤 제거해서인지 울타리쪽이 작년보다는 깔끔한 것 같다.
울타리밖을 나가지 않은 지 또 열흘이 넘었다. 우유가 마시고 싶고 달걀이 먹고 싶은 걸 빼고는 아직은 괜찮다.
남친은 언제올거냐고 매일 묻는데 엄두가 나질 않는다. 금방 내려갈 생각에 커피가는 기계도 놓고와서 매일 손으로 갈아 마시고 있는데 그것도 익숙해지니 괜찮다.
담양집이 좋은 건 자다 목이 마르면 언제고 남친이 컵에 빨대를 꽂아 사야가 누워서도 우유를 마실 수 있게 해준다는 것..ㅎㅎ
우유를 얻어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야의 정신건강을 위해 내려가긴 해야할텐데 위태위태하긴 해도 이 일상은 또 일상대로 사야를 위로하는 것 같다.
2013. 07. 12.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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