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들리던 한 블로그를 오랫만에 찾아갔더니 소통 그리고 혁명에 대해 이야기한다.
원대한 꿈을 꾸는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진짜 혁명까지 꿈꾸고 있는 줄은 몰랐다.
과연 짧게는 친일파부터 길게는 수백년을 이어져온 기득권세력들의 저 견고한 성을 무너뜨리고 공정한 사람사는 세상이 올 수 있는 걸까.
아니 그것까진 아니어도 소통의 부재인 이 나라에서 소통하는 세상으로 바뀔 수 있는 걸까.
노통도 지켜내지 못한 우리가 과연 해낼 수 있는 걸까.
역사와 문화는 다르지만 우리도 독일 비스무리 합리적인 사회로 갈 수 있는 걸까
얼마전에 모님께서도 말씀하셨는데 우리나라 소통의 문제중 하나는 언어에 있다.
사야가 하는 몇가지 언어중 한국어처럼 언어가 권력인 말은 없다.
그러니 당연히 동등하게 소통하기가 어렵다.
그런의미에서 이 인터넷이 참 좋은게 나이나 성별 학력과 상관없이 님이라 부 르고 존댓말을 쓰니 외국어와 비슷한 언어의 권력에서 많이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거다.
인터넷이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생각을 접하고 그들과 소통을 하다보면 그게 희망이기도 하고 절망이기도 하고 그렇지만 말이다.
이번 불미스러운 일로 누구에게나 쉽게 댓글을 달 수 있게 하고 싶어 전체공개로 열어놓았던 걸 로그인으로 바꾸었다.
로그인을 하면 한번만 차단하면 될 것을 일일히 삭제하고 신고하고 캡쳐해놓고 하는 일도 피곤한 일이더라.
다시 소통의 문제로 돌아가서 소통한다는 건 꼭 상대와 내 생각이 같아야한다는 걸 의미하는 게 아니라 상대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는 일일거다. 그리고 상대가 내는 다른 의견이 나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아는 일일거다. 자신의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는 태도도 포함될거고 말이다.
그게 노통이 꿈꾸던 사람사는 세상이 아닐까.
국정원문제에 열성적이던 표창원박사의 논문표절문제로 시끄럽다.
여기서 사야가 그의 논문표절을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고 그걸 그가 일부인정하는 과정에서 의혹을 제기한 변희재 측의 꼼꼼함과 철저함을 칭찬했다는 게 사야는 놀랍더라.
사야야 독일대학에서 중간시험은 구두시험으로 치렀고 중퇴를 하는 바람에 석사논문도 쓸 기회는 없었다만 만약 논문을 썼다면 아마 십년 쯤 걸렸거나 반정도가 표절이 아니었을까..ㅎㅎ 레포트도 엄청 짜집기를 했었는데..^^;;
몇 일전 비오는 마당을 내다보고 있는데 바로 눈앞에 저리 손님이 와계시더라는거다.
순간 입에서' 어머 얘 너 거기서 뭐하니? 밥은 먹었니?' 소리가 절로 나와 피식 웃음이 나더라.
그러고났더니 정말 저 놈은 뭘 먹고 사는 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 지 궁금해 지더라니까.
더이상 말은 시키지 않았지만 저리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저 놈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러니 옛생각이 나더라.
예전에 남편과 해운대수족관에 갔을 때 아메바앞에 한참을 서있던 적이 있다. 거의 몰입해서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등뒤에 나타난 남편
'에구 우리 마누라, 또 인생은 뭔지 생명이란 무엇인 지 고민하고 있구나' ㅎㅎ
아무말을 하지 않아도 생각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기쁘고 행복하던 지.
강쥐들이랑 소통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왠지 모든 만물과 소통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이다.
어차피 소통이란 건 상대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하는 거니까.
오늘도 국정원관련 대통령의 발언을 읽었더니 소통의 부재를 느끼며 답답한 가슴을 어쩌지를 못하겠다.
하루종일 비오는 밖을 내다보면서 이젠 저 초록에도 지쳐가는 느낌.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사람들도 이보다는 덜 답답했을 것 같다. 그땐 그래도 그 분노의 대상이 왜놈(?)들이었을테니까
아시아나사고는 안타깝다만( 아니 그나마 더 큰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게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보도해야할 게 넘치는 이 상황에서 오십분 뉴스에 이십분을 넘게 할애하는 나라.
우리가 처한 정확한 현실이 무엇인 지를 찾아봐도 잘 모르겠는 나라.
키워보는 게 소원이었던 저 접시꽃은 이제 부담스럽게도 이미터가 넘어 버렸다.
넘치는 것이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고 했던가. 비에 쓰러진 것을 세우고 어쩌고 골치덩어리로 전락했다만 여전히 꽃을 피우고 있으니 잘라버릴 수도 없네.
사야야 자식도 없고 또 가진게 없으므로 잃을 것도 없고, 잃을 게 없는 인간이야말로 두려울 것도 없다만 과연 앞으로 이 나라는 어떻게 흘러갈까.
단 한번의 인생이므로 소중한 게 아니라 역설적으로 단한번이므로 하찮은 인생이기도 하다.
의미를 부여하건 아니건 살아지고 살아내고...
누군가가 이야기했던 인간의 고유권한인 자살만 선택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결론은 늘 버킹검이라고 사야는 또 심각해진다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걸까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걸까
대충만 봐도 조선시대와 다를 게 하나도 없는 이 치욕스런 시대를 살면서, 거기다 철저히 유린되기까지 하면서
이 땅을 살아가는 나름 깨인 영혼이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
그게 진짜 혁명일까.
21세기에 이 땅에서 이 땅의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게 치욕적인데
사야의 선택은 그 치욕을 감내하는 일 뿐인가
2013.07.08.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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