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묻은 삶

왔다 드디어 담양에..

史野 2013. 6. 23. 23:59

고기공놈이 다녀간 월요일부터 오려고 했던 담양에 그제서야 왔다.

여기 온다는 핑계로 생일이니 밥 한번 먹자는 언니들의 제의도 뿌리치고 다른 제안도 뿌리치고 아 뭐 그게 몇 개는 안되더라도 혼자서 나름은 버티고 있었는 데 결국은 왔다.

 

심지어 사야가 그 좋아라하는 무소카놈이, 그 바쁜 무소카놈이 이번 주말에 만나자는 데도 뿌리쳤다. 거기다 작년에 만나 여기 올리기도 했던 무소카놈의 친구가 나올 수도 있는 자리였는데도 거절했다.

이게 왜 중요하냐구? 사야처럼 요즘 대인기피증에, 또 까다롭기까지 한 인간에게 누군가를 또 만나고 싶다는 건 엄청 중요한 문제다.

 

어쨌든 담양에서 처음 올리는 글이므로 어디다 써야하는 지 고민하다 역시나 복잡한 삶을 주절거리던 여기 올린다만 조만간 카테고리 정리도 해야할 것 같다.

 

 

 

 

남친은 역시나 네시간 가까이 운전하고 와서 예초기를 시원하게 돌렸는데 사야가 몇일동안  수십시간 일한 효과가 나더라.

어차피 누군가가 해주길 기다리며 살 수는 없는 일. 여기저기 물어봤더니 예초기를 돌리는 건 불가능해 보이고 큰 돈 들이지 않고 뭔가 대체할 물건이 필요하다.

 

 

 

한시간 가량만에 저리 깔끔해질 수가 있다니 신기하다. 그리고 오년동안 사야가 늘 꿈꾸던 접시꽃이 저리 이쁘게도 피었다. 아니 예상보다 격하게 피었다.

이 미친듯한 생명력, 도대체 이 짧은 시간에 저 접시꽃은 매일 얼마씩 자란걸까.

 

 

 

 

참 재밌게도 그날 이런 저런 일을 마치고 이젠 떠나려고 짐을 싣고 있는 딱 그 시점에서 친구놈에게 전화가 왔다.

충주라나.

짐도 다 실어 가던 상황이지만 친구놈이 온다는 데 기다렸다 참 오랫만에 세 사람이 만났다. 울 새깽이들만 아니면 여주에서 부어라 마셔라 하며 오랫만에 회포를 풀었겠다만 그냥 이렇게 잠깐 마당에서 이야기만 하다 헤어졌다.

 

어쨌든 타이밍 한번 기가막히더라..ㅎㅎ

 

금요일 저녁이기도 했고 친구놈 때문에 좀 늦게 출발하기도 했고 어두워 나타나니 당근 울 새깽이들은 난리가 났다.

평소보다 훨씬 빨리 나타난 건데도 이십만년만에 만난 것 같더라.

늘 강조하듯이 자식을 안 낳아봐 모른다만 정말 자식은 울 새깽이들 같을까?

 

 

긴 하루를 보내고 담양에 와 넷북을 열어보니 어느 분께서 엄청난 댓글을 남기고 사라지셨더라.

몇일 전인가 험한 댓글을 남겨 놓으셨길래 사야가 삭제하고 차단했는데 이번엔 누군가 벌써 삭제했네

 

예전 칼럼 이젠 블로그 어찌보면 너무 오래 신변잡기를 늘어놓고 있다만, 그럴 수 있었던 건 이상한 댓글이 달리지 않아서다.

솔직히 사야처럼 중구난방 나름 하고 싶은 말을 쓰는 사람에게 안티 댓글이 안 달리는 건 무지 신기했는데 결국 사야 블에도 달리는 구나.

아 이 문제는 또 따로 이야기하자

 

그래 사야는 다시 담양에 왔다

여기서 얼마를 머물지를 기약하지 않고 내려왔고 어젠 여주에서 가져온 몇 꽃 모종도 심었다.

사야는 어디를 가던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인간은 아니니 말이다.

 

 

 

비포사진이 있다만 우선은 이 업그레이드된 사진 한장.

이 집에 빌붙어 있으려 내려온 건 아니다만 사야가 내려왔으므로 이 집은 변해가고 있다.

사야가 오년 간 살던 모든 집에서 그랬듯이 일단 자주 내려오기로 한 이상 이 집이 더 변해갈 건 확실하다.

 

어제 남친이랑 심각하게 이야길 했다

아직 재결합이란 말을 쓰는 건 웃기고 과연 서로의 인생에서 어떤 선택이 더 바람직할 지, 아니 어떤 선택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건 지를 우선은 왔다갔다 하며 두고 보기로 합의했다.

덕분에 사야의 잠자리가 거실바닥이 아닌 관세음보살님을 모신 안방바닥으로 격상되었다만 여긴 장기간 거주할 곳은 아닌 것 같다.

 

 

 

얼굴이 안나왔으니 초상권 침해는 아니다만 어제 손님이 다녀가고 저리 잠들어 있는 남친의 모습을 보니 참 짠하더라.

아 진짜 뭣같은 인생, 왜 우린 이렇게 다들 찌질한거니..

 

 

또 몇 궁금해하시던 데 전남편에게도 축하메일이 결국은? 왔다

세상에 독일에서 오는 퀵도 아니고 메일이 11시간만인가 왔더라니까

 

우짜든둥 또 울컥했다

그 남자는 가장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사야를 이해하는 유일한 남자니까 그런데 이젠 그에게도 진실을 말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 이젠 시누이에게도 말하는 진심을 그 남자에게 말할 수는 없다

그 남자는 이제는 내 남자가 아니므로, 이 형편없이 지내는 모습으로 그 남자를 걱정 시킬 수는 없으므로

사야도 이젠 그 남자에게 거짓말을, 아니  척이라는 걸 한다

 

아 정말 그렇게 모질게 떠나왔으면 척이 아니라 걱정안하게 좀 멋지게 살아주면 좋을텐데 사야 참 남루하구나.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인생을 잘 사는 걸까

무지 노력하는 데 참 어렵다.

 

 

 

2013. 06. 23, 담양에서.. 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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