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너무나 많이 내렸다
오늘 눈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그래서 좀 전에 정말 우연히 네가 남겼던 댓글을 봤다.
그러니 이젠 밀려 사라졌지만 네가 보내곤 하던 문자도 생각나더구나.
술에 취했으니 지금이 아니면 사야는 이런 글을 쓸 수 없을테니까 생각나는 김에 올려야겠다
어제 그런 글을 올렸는데 오늘 네 댓글을 보다니 이건 우연이라기보다 인연이라고 봐야할 것 같아서..
친구야
진숙이나 경수는 날더러 바보라더라
무슨 일이 있어도 네 돈을 받아내야지 무슨 소리냐고 한다.
근데 나는 네게 그랬지
돈을 포기하면서 너도 포기한다고..
어쩌면 진숙이나 경수보다 내가 더 나쁜 사람인 지도 모르겠다
오죽하면 그러겠냐고 돈은 언젠가 돌려달라고 그래도 너랑 나랑은 친구 아니냐고 말하지 못해서
쿨한 척 돈도 포기하며 너까지 포기해버려서
아니 셋이 함께 술마시며 행복했던 시간, 그 시간속의 네 아내까지 포기해버려서..
그 놈의 돈이 뭐라고 자양동 그 홍어집에서의 아름다운 시간과 추억까지 포기해버려서..
그리고 너를, 친구가 돈도 안갚는 나쁜 놈을 만들어버려 정말 미안하다.
이번에도 잔소리할까봐 다른 사람들에겐 말하지 못했지만 돈을 빌려주며 네 생각을 했었다
신뢰라는 것,
신뢰가 무슨 소용이냐고 돈이 중요하지
사람이 아니라 돈이 속이는 거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리고 말한다. 이 험한 세상에서 그리 나이브해서 어찌 살아남겠냐고 말이야
그런데 이번 일을 겪으며 생각해보니 내가 네게 너무 모질었다
차라리 진숙이나 경수말처럼 너에게 채근이라고 해볼 것을
아니 주현이가 했던 말처럼 너를 믿어나 볼 것을
그렇게 모질게 돈은 안 갚아도 좋으니 너랑 끝이다, 란 말은 하지 말 것을..
그래 삶은 이렇게 배워가는 가보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데 설마 돈의 소중함을 모르겠니
단지 나는 그 돈이란 것에서 자유롭고 싶어 발버둥을 쳤었지
그런데 결국 돈때문에 네게 모진 말을 하고 말았구나
네가 이 글을 읽을 거라는 걸 직감으로 안다
얌마
돈은 돈이고 우리 다시 뭉치자
네가, 네 마누라가 아니 우리가 모여 웃던 그 시간이 그립다
그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은 아니잖니
인생이 뭐 길다고
친구야
큰 돈이었지만 그 땐 정말 그 돈없어도 살 수 있었다
근데 이번에 그 돈 없으면 죽을 수도 있는 데
경수가 묻더라
그럼 너는 안 믿고 빌려줬냐고
그 놈이랑 너랑 다른 게 뭐였냐고 묻더라
그 놈은 만약 내가 돈을 달라고 하면 너도 알다시피 사채라도 써서 갚을 놈이라고 내가 믿었다만
처음 네게 돈을 빌려줄 때도 그 비슷한 마음이었다,
그러니 이제 너도 돌아와라
믿어주지 못해 미안한데,
돈은 필요없고 친구 그만하자고 해서 정말 미안한데
그냥 얼굴보고 살자
육백만원치 삼겹살을 구워먹으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 지 모르겠지만
우리 그냥 그거 삼겹살 먹으며 살자
그래 백만 번 생각해도 네가 어찌 내게 그 놈만큼의 의미이겠냐만 그리고 그건 네가 누구보다 잘 알거라고 믿는다만
그래도 너도 내 친구다
울 큰언니가 큰 맘먹고 사준 세고비아 기타를 그냥 들고 가버린 것도 나쁜 놈..ㅎㅎ 너잖냐
시간이 없어 편지가 길어진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말이 길어졌다만
그 돈 때문에 너나 네 마누라를 잃기엔 삶이 너무 짧다
얌마
삼겹살 사들고, 누굴 쉽게 좋아하지도 않고 마음을 쉽게 열지도 않는 그 까다로운 네 마누라랑 함 올래?
그래 기다리련다..
네가 얼마나 괴로왔는 지 아니 괴로운 지를 이해해 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2013.02.06.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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