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만의 공간

사야의 서울생활 3

史野 2012. 3. 16. 22:47

 

 

지난 번 작은 화분들 왕창 구입하며 봉우리만 맺힌 히야신스도 하나 샀었는데 이리 만개를 했다. 내가 이 꽃을 접한 건 장성 꽃밭가꾸며 처음이었는데 어찌나 꽃 모양과 색이 (색은 몇 가지더라) 인위적으로 느껴지던 지 정이 안 간 꽃이었더랬다. 그런데 이리 화분으로 가까이놓고 보니 색도 곱고 향도 좋던 지 감동.

 

 

 

무진장 좋아라하지만 매번 실패하기만 하는 트리안 화분도 세 개 새로 구입했다. 꽃을 못 가꾸는 인간은 아닌데 화초와도 인연이라는 게 있는 건 지 사야가 자꾸 실패하는 종류중 하나이다.

플라스틱컵을 사 화분받침을 하니 또 새로운 기분. 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커다랗게 키워보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중. 얘들아 이번엔 제발 날 실망시키지 말아다오..ㅎㅎ

 

 

 

확실히 봄이다. 벌써 저렇게 천변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이 보인다. 저 날은 청계천을 따라 한 정거장만 걸어가면 있는 아주 맛있는 냉면집을 향해 혼자라도 그 맛있는 냉면을 먹고 말겠다며 가던 길이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무일이었다나 뭐라나..ㅜㅜ 그래도 걸어나가서 냉면을 먹을 수도 있는 곳, 그래 난 지금 그 서울이다..ㅎㅎ

 

 

 

 

 

 

또 청계천을 따라 인사동으로 걸어가던 날. 꽃이 핀 것도 아니련만 사진만으로도 이젠 봄이라는 걸 느낄 수가 있다.

 

 

 

좋아하는 것이 워낙 많아 나열하기도 힘든 사야지만 그래도 몇 개 꼽으라고 해도 꼽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물소리다. 비록 양 옆이 벽으로 둘러쌓인 갑갑한 청계천 상류쪽에서이긴 하지만 잠시 눈을 감고 물소리에만 귀를 귀울이면 아주 잠깐이긴해도 어느 깊은 산속 계곡가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오랫만에 종로에 진출했다. 전엔 워낙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던 성격이었던 지라 나와바리(?) 아닌 곳이 드물었지만 그래도 특히나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 종로 그 중 관철동.

이젠 코아아트홀도 없고 춘천닭갈비집도 횟집으로 바뀌어버렸고, 결혼초반 한국을 다녀가면서 모여 송별회를 하던 바조차도 없어졌지만 여전히 내 삶의 수많은 추억들이 숨쉬는 곳. 이 구석 저 구석 사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곳.

한대앞에도 있었지만 저 곳에서 예전엔 혹 친구가 내가 있을까봐 종로나온 길에 들려봤다던 술집도 있었다지..ㅎㅎ

 

 

 

인사동까지 걸어갔던 이유는 바로 이 것. 결국 송현님의 집요한(!) 권유에 못이겨 서예를 시작했다.

하던 거나 제대로 하자, 아니면 뭔가 새로 시작해도 활동적인 걸 하고 싶었는데 또 막상 시작해보니 신기하더라.

한 세 시간가량 줄긋기만 했는데도 거창하게 말하면 무념무상 정말 아무 생각이 안들더라지. 상황이 불안정해 얼마나 하게 될 지는 모르지만 일단 시작은 했으니 열심히 해볼 생각.

아 뭐 송현님이 내가 잘한다고 마구 칭찬하신 이유도 무시할 순 없다지..ㅎㅎ

 

 

 

내 서울생활, 아니 내 한국생활에서 어찌보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고기공놈과 내게 커다란 문제가 생겨버렸다. 지난 포스팅에서 고기공놈특집이 올라갈 지도 모르겠다고해놓곤 올릴 수 없었던 이유

그때 썼듯이 고기공놈이 지금 목하 열애중인데 슬프게도 그 남친이 사야맘에 들지 않는다. 여주오기전에도 몇 번 만난 적이 있었는데 결국 여주에서 사야는 고기공놈을 울려버리고 말아 어찌나 속상하고 마음이 아프던 지..

 

내가 연애를 하는 것도 아니고 고기공놈만 행복하면 그만인 일인데 그리고 누구보다 전적으로 지원해주고 싶은데 그게 맘처럼 안되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남의 연애사를 여기 구구절절히 쓸 필요도, 쓸 생각도 없지만 나도 내가 저 놈을 이리 마음아프게 할 줄은 몰랐다.

미칠것같은 사랑도 해보고, 받아보고 이혼도하고 동거도 해본 마흔중반의 여자가 뭘 이해 못한다고 저 놈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하는 건 지.

누군가 내가 고기공놈을 너무 좋아해서 그 남친을 질투하는 걸지도 모른다는데 정말 그런거였으면 나도 정말 좋겠다.

 

저 놈은 나이를 떠나 내게 친구같은 놈이고 그것에 더해 눈물나도록 고마운 놈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내가 저 놈에게 부모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이게 모두 네 행복을 위해서라는, 드라마에서 늘 보는 상투적인 말을 다행히 한건 아니다만 크게 다를 것도 없지 않나하는 생각.

 

지금 내가 저 놈에게 해줄 수 있는 게 뭔지, 아니 그저 지켜봐주는 거 밖에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스스로를 충분히 책임질 수 있는 서른 중반인 나이인 저 놈에게 왜이리 안달을 해대는 건 지 내 스스로가 실망스러운 날들이다.

내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지경인데 참 사는 건 왜이리 늘 새로운 문제투성이에 어렵기만 한건 지 모르겠다

 

(얌마 언니가 이 것 밖에 안되는 인간이라 미안하다. 무슨 일이 있었건 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은 없었어야 했는데 이게 내 폭이구나. 언니 말을 다 이해해요, 라고 말하지말고 차라리 왜 언니는 무조건 내 편이 되어주시지 않는데요? ,라며 좀 따지지 그랬니? ㅜㅜ)

 

 

 

각설하고,

독일아마존에서 물건을 하나샀다. 어차피 인터넷에서 시키는 거니까 여주에 있건 서울에 있건 마찬가지인데 그게 참 그렇지가 않더라는 거다. 서울에오니 새롭게 필요한 것 새롭게 먹고싶은 것 새롭게 하고 싶은 것 뭐 이런 저런 게 무궁무진하게 생겨나더라는 거지

 

여주에도 이마트가 없는 건 아니지만 분위기는 약간 다르고 오랫만에 이 동네에 돌아와보니 이 후진 동네에도 그 문제많은(!) SSM 이마트가 생겼더라지

배달도 해주는 데다 아무래도 새로 살림을 시작하다보니 필요한 것들이 많아 들리다보니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자몽이 쌓여있더라는거다. 아니 엄밀히 말하면 나는 자몽이 아니라 자몽쥬스를 좋아하는데 그동안 떠돌던 곳에서 늘 마시던 쥬스가 한국에서만 구하기가 어려워 어찌보면(?) 잊고 살았는데 자몽을 보니 그 쥬스가 진짜 미치도록 마시고 싶더라는 거다.

 

 

 

 

이 것, 자몽을 짜서 쥬스로 만들어 마실 수 있는 것.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고 할만큼 어마어마한 배송비를 지불하긴 했다만 화요일에 시켰는데 금요일인 오늘 배송이 되었으니 신기하긴 하더라.

 

 

 

이걸 주문했단 말에 자몽을 사주고 간 친구도 있어서 풀자마자 만들어 마셨더니 얼마나 좋던 지.

식탐이 별로 없는 사야가 (쥬스도 식탐에 포함시켜도 된다면^^) 전남편에게 먹을 것 때문에 불같이 화를 내던 때가 있었다면 그건 내 자몽쥬스를 다 마셔버렸을 때였다..^^;;

오년 가까운 시간을 마셔보지 못하고 살았는 데 서울에 오니 자몽쥬스가 다시 내게로(?) 왔다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사올 때도 크게 느끼지 못했던 어떤 변화를 사야는 지금 팔십킬로 조금 넘는 거리에서 느끼고 있는 중이다.

그 대단한 한미FTA도 발효되었으니 사야는 이제 비싼 논산딸기대신 농약투성이의 자몽쥬스를 한가롭게 마시며 살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아 또 하나

서울에 오니 이 몸매(?)론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것. 그 고민이야 뭐 여주에서도 안한 건 아니다만 뭔가 찾을 게 있어 파일을 뒤적이다 발견한 사진에 사야 스스로 감동하여 배경사진으로 하련다

솔직히 저렇게 배가 없었던 적이 있었나 기억이 안날 정도의 사진인지라 사야가 목표로 하는 십킬로가 빠질 때까지 배경사진으로 깔아둘 생각..^^

십킬로가 빠져줄 지도 의문이긴 하지만 저때처럼 돌아갈 생각도 아예 없다..ㅎㅎ

사진은 2006년 아버님아프실 때 시댁에 갔다 잠시 머리 식히려고 혼자 리사본에 갔던 그 때 사진, 그러니까 사야가 한국나이로 딱 마흔일때의 사진이다..^^

 

 

 

 

2012. 3.16.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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