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만의 공간

불안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설레이는 나날들

史野 2012. 2. 25. 13:55

 

2월 12일 아차산에서...

 

또 오랫만에 포스팅을 한다

여주랑 서울을 왔다리 갔다리 하다보니 아무래도 아직은 생활이 안정적이 아닌데다가 심리적으로도 무지 불안한 상태다.

지난 육개월간 괴롭고 힘들었던 문제야 이 공간을 확보하면서 많이 해결되었지만 또 내 선택에 따른 새로운 고민과 스스로 책임져야할 것들은 또 그만큼 늘었기 때문일거다.

 

평범하지 않은 삶, 뭐 남들이 보기에 평범하게 산다고 고민이 없는 건 아니고 삶이야 늘 녹록한 건 아니다만 적지 않은 나이에 그것도 두 번이나 새로운 선택을 한 사야의 삶은 왠만한 신경줄을 가진 사람도 쉽지 않을 터.

기네스북에 올라갈 정도라 스스로 믿는 예민한 신경줄을 가진 사야에겐 당연히 이 상황이 벅차고 고통스럽다. 그래도 또 예민한 신경줄대신 강인한 정신력은 타고 났으니 여태 그랬던 것처럼 나름은 잘 버텨내줄 지도 모르겠단 희망도 가져보지만 말이다.

블로그글로 걱정하시던 분들도 막상 통화를 하면 평소와 다름없는 밝은 목소리에 놀래시던데 그거야말로 사야가 가진 장점이자 단점일 지도 모르겠다.

 

사야를 요즘 가장 고통스럽고 힘들게 하는 건 단연 내 새깽이들이다.

 

 

 

물론 이렇게 될 줄 알고 키우게 된 건 아니지만 그리 길지도 않은 견생에 이런 고통과 불안함을 주게되어 너무 괴롭고 힘들다.

말이라도 통하면 상황 설명이라도 좀 하지, 불안한 눈동자를 굴리는 놈들을 두고 나올라치면 정말 미치고 팔짝 뛰겠다.

남편을 버리고 와서도 잘만 살았는데 울 새깽이들을 놓고 나오니 왜이리 불안하고 안절부절을 못하겠는 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죽어도 개들은 양보못하겠다던 남친이 이번엔 돈많은 남자만나 (그 이야긴 내가 서울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니까) 그냥 전원주택에 내려와 그 놈들을 키우면 안되겠냔 말까지 했을까.

남친도 견주니 당연히 울 새깽이들이 좋아하지만 남친과 나를 좋아하는 건 급이 다르다. 뭐 거꾸로는 남친과 내가 그 놈들에게 준 사랑의 급도 다르겠지만..

살면서 몇 번 머리가 확 깨이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데 내겐 개를 키운 다는 게 그랬다. 사야가 삼년 전 보다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었다면 그건 전적으로 울 새깽이들의 덕이다.

공자는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꼭 하나는 스승이 있다고 했던가. 내겐 지금 네 마리뿐 아니라 그간 거쳐간 일고여덟마리도 다 내 인생의 스승이었다.

나를 위해서 또 그 놈들을 위해서 어떤 게 가장 최선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봐야할 듯.

 

남친,

삼주의 시간동안 여주를 네 번 다녀왔다. 이박삼일 두번, 일박이일 한번 그리고 이번엔 처음으로 삼박사일..

독일엔 원룸은 답답하니 주택이나 아파트를 함께 구해 각자 방을 쓰고 거실이나 부엌 화장실을 공유하는 시스템이 잘 발달되어 있었다.( 독일이야 시스템이 쉽게 바뀌는 사회는 아니지만 나도 독일떠난 지가 오래니 과거형으로 하자^^)   

남친과 나도 그런 것처럼 각자 방과 화장실 하나씩, 남친방은 작은 화장실크지만한 서재도 딸려있으니 복층은 내가 쓰고 거실과 부엌은 공유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내가 여주에 없을때는 그게 잘 지켜지는 것 같진 않다만 우짜든둥 내가 가면 우린 독일의 젊은이들처럼 그렇게 한방씩 차지하고 앉아,

청소는 제발 내가 오기전에 해놔라 내가 오면 밥은 해주잖니, 이러며 나름 재밌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남친이나 나나 외로운 사람들,

노력한다고 지워지지도 않겠지만 지울 수 있다고 해도 지울 필요없는 우리가 함께 한 시간들이 있으니까.

다행히 남친은 한달밖에 되진 않았어도 회사에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하고 스스로를 책임지고 있으니 참 다행이다.

우린 또 서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기위해 또 끊임없이 노력해야할 듯.

 

서울생활

서울에서 나진 않았지만 기억속의 고향은 서울인 사야에게 서울은 특별한 느낌이다 물론 늘 살고 있다면 나같진 않겠지만 이십년 세월동안 늘 돌아오던 공간.

이 서울은 내게 늘 사무치는 그리움이었다. 그래서 이 서울에 내(!) 거처가 있다는 건 참 가슴설레이는 일이다.

사실 정신없는 서울을 떠난 게 근 이십년이라 내겐 아직도 이 도시가 낯설다만 그래도 도시녀는 도시녀. 얼마전 여기도 몇 번 언급했던 중1때 친구들을 명동에서 11시에 만났는데 그게 어찌나 신기하던지

거기다 여주에서도 고맙게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외로운 생활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이 찾아와 늘 같은 분위기인거랑 도시의 색다른 분위기랑은 느낌이 많이 다르더라지.

 

 

 

이 친구들을 지난 일요일 만났는데 어찌하다보니 또 내 고향인 이태원까지 진출하게 되었다

문명, 복잡함 또 그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얼마나 좋던지..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공기도 좋고 습도조절이 되는 황토주택에 살던 사야가 이 공기 안좋고 건조한 곳에 있다보니 난리가 아니다.

신경줄만큼 예민한 피부는 벌써 폭동을 일으키고 있고 눈도 아프고 견디기 힘들정도. 날마다 어마어마한 양의 젖은 것들을 널어놓고 자는데 뭔가 확실한 대책이 필요하다. 

 

 

인터넷,

 

 

얼마전 누군가에게 이런 걸 받았다

그 분은 댓글없이 내 글만 읽으시다가 내가 한국에 돌아왔을 때 연락을 하셔서 한번 만난적이 있었던 분이다. 근데 내가 다시 장성으로 내려가고 한번도 연락이 없었는데 서울로 다시 온다니 연락을 하셔서 신기했다. 전에 썼던 그 블로그 그림자들..ㅎㅎ

또 우짜든둥, 독일을 떠나고 직접 구운 빵이랑 과자를 그것도 저렇게 소량(!)으로 받은 건 처음이라 감동이었다. 마음을 전하는데는 거창한거나 크기가 중요한 건 아니니까 말이다.

송현님은 아차산에 오르자고도 하시고 일주일에 한번 인사동에 나와 서예도 하라고 하시고 잘 챙겨주신다.

세상엔 나완 성향이 전혀 달라도 따뜻하신 분들이 참 많다

 

조카,

첫 조카가 드디어 취직을 하고 대학을 졸업했다

 

가운데가 내가 그리 자랑스러워하던, 그리고 이 날의 주인공인 첫조카 왼쪽이 이번에 카투사를 제대한 작은 놈, 오른쪽이 3월에 의경으로 입대하는 큰언니 아들이다..^^

내 눈에도 이리 듬직하고들 대견스러운데 부모님들 눈에는 오죽할까 싶다.

저 이쁜 조동아리(?)로 고모 뽀뽀를 외치던게 엊그제같은데 벌써 사회인이 되어 한몫을 담당하게 되었다니 신기하기 이를데없다

무엇보다 본인이 행복한 삶을 살게되길 그리고 좋은 짝도 만나게 되길 간절히 빈다.

 

 

 

이사한 지 삼주만에 친구놈의 도움으로 드디어 커튼을 달았다. 지난 번 커튼의 재활용이다..^^ 커튼이 없으니 벌거벗고 사는 기분이었는데 아직 집정리가 끝난 건 아니어도 이제야 집다운 집에서 사는 느낌이랄까.

 

불발이 되긴 했지만 고기공놈이 아르바이트꺼리도 제안해주고 대학후배는 영어교과같은 거라도 알아봐준다고 하고 아직 모든 것이 불투명하긴 하지만 어쩌면 잘 풀릴 수도 있을 거란 희망을 가져본다.

 

우짜든둥 울 호박이가 또 생리를 시작했단다. 까딱 잘못하다 임신이라도 하게되면 지금 상황에서 낭패도 그런 낭패가 없을 듯. 아무래도 또 여주에 내려가봐야할 것 같다. 이번 생리만 끝나면 중성화수술을 시켜야할 듯한데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였지만 아무리 동물이라도 맘대로 거세를 시키는 게 과연 잘하는 짓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

 

 

 

 

2012.02.25.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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