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나만의 공간

새로운 시작

史野 2012. 2. 9. 14:06

사야가 지금 어디서 뭘, 아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인터넷 연결도 지체되었고 차분히 글을 쓸 상황이 아니었던 지라 늦어졌습니다.

이 분 저 분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도 힘드니 빨리 글을 올려야겠단 생각에 열일 젖혀두고 자판을 두드립니다..ㅎㅎ

 

2012년 2월 2일 날짜도 멋졌던, 그러니까 지난 목요일 사야는 다시 서울에 입성했습니다.

도쿄를 떠나올 때 32킬로 챙겨들고 나왔던 것처럼 승용차에 들어갈 정도의 간단한 짐만 챙긴 이사였네요.

꼭 필요한 가구만 구입을 해서 약간은 피난민 비슷한 상황입니다..^^

평수는 작아도 전체적인 구조는 지난 번 보다 마음에 드는데 싱크대가 지난 번 보다 훨씬 작아 그게 참 난감하네요

오늘 처음으로 아침에 밥과 국을 끓여보았는데 너무 협소해 어찌나 스트레스가 되던 지 거창한 살림을 살건 아니라도 부엌문제는 보완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식사를 해먹을 수 없다면 큰 문제잖아요. 보완을 한다고는 해도 이 집에선 지난 번 처럼 근사한 식사대접은 힘들겠습니다..하하  

 

떠나오긴 전 날 남친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참 많이도 울었습니다.

삼년 반, 그것도 매일 붙어있었던 저희이기에 결코 짧은 세월은 아니었죠. 전혀 다른 두 사람이 그래도 그 긴시간을 버텨낸 걸 보면 저희 둘다 어지간히 무난한 사람들은 아니었나 싶기도 합니다.

헤어지기로 결정은 했지만 남친은 변할 수 없는 제 지나온 삶속에서 또 하나의 소중한 사람입니다.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남기기도 했지만 또 많이 웃고 행복하기도 했던 시간들이었으니까요.

남편과도 그랬듯이 남친과도 슬프지만 아름답게 끝냈습니다. 저희가 너무 다른 사람들이어서, 여러 상황이 복잡해서 그랬지 누구의 잘못으로 이리 된 건 아니니까요.

저는 저대로 최선을 다했고 남친은 또 남친대로 그게 남친의 최선이었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왜 안좋게 끝날 거라 생각했는 지 그게 참 마음이 아팠노라고, 저는 어찌 생각할 지 모르지만 본인은 저를 만나 많이 발전했다고 고맙다고도 하더군요.

저는 당시 남친을 만나지 못했다면 지금 모스크바의 어느 호화로운 아파트에 앉아 늘지않는 러시아어때문에 괴로와하고 또 어디로 가게될 건지를 피터지게 고민하고 있겠죠

어쨌든 떠돌기 싫어 돌아온 거나 마찬가지인데 한국에 돌아온 지 아직 오년도 안되어 벌써 다섯 번째 집이라니 이것도 팔자일까요? ^^;;

 

 

 

 

궁금해하시는 여주집은 남친이 당분간은 계속 살고 저는 자주 왔다갔다할 예정입니다. 집을 꼭 팔아야할 상황이 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지금으로선 지키고 싶은 집이기도 하고요.

거기다 저희에겐 자식만큼 소중하고 책임져야할 개가 네 마리나 있습니다. 잠정적으로야 남친이 개키울 수 있는 집을 구해 네 마리를 다 맡아 끝까지 키우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제가 개들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데다 어떤 게 최선의 방법인 지를 결정하지 못했습니다. 남친은 개들마저 없으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다고 하던데 저도 울 새깽이들을 안보고 살 자신은 없거든요.

겨우 칠개월 그것도 다 커서 온 반동이를 잃어버리고도 생병이 났었고 지금도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픈데 다른 놈들은 상상이 안갑니다.

 

 

 

 

대충 일을 보고 삼일만에 여주에 다시 내려갔었는데 차문을 열자마자 제 무릎으로 펄쩍 뛰어 올라온 호박이때문에 울컥했습니다. 차타는 걸 싫어해 한번 태우려면 애를 먹이던 놈이었는데 제가 처음으로 삼일간이나 집을 비웠으니 지딴에도 너무 반가와서였겠지요.

밖에서 키우는 놈들이긴해도 늘 저희가 집에 있었던데다 많이 교감하고 워낙 정성스럽게 키웠던 놈들이라 이 놈들도 힘들어하네요.

갑자기 저는 안보이고 남친도 하루종일 없는 이 상황에 적응하는 데 그 놈들도 시간이 필요하겠죠. 

할 줄 아는 게 하나도 없는 남친이 힘든 일을 끝내고 집에와 혼자 식사를 챙겨먹는 것도 안쓰럽긴 하지만 말 못하는 놈들을 불안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 훨씬 더 마음아프고 가슴이 저립니다.

 

일단 서울에 오니 참 좋습니다. 도시의 편리함, 활달함 그리고 금방금방 나타나주는 지인들까지.. 여주도 먼 곳은 아니었는데 제가 서울에 왔다니 전화도 훨씬 자주 울리네요.

아침에 꼭 커피를 마셔야하는 제게 슬리퍼 끌고나가 향좋은 원두커피를 사올 수 있었던 건 감동이었죠.

그런데 삼일만에 여주에 내려갔더니 또 시골도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구요. 반짝이는 별들, 맑은 공기, 고요하고 평온함..

돈만 많다면 이리 왔다갔다 사는 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막상 집을 얻어놓고 내려가니 서울에 자주 왔다갔다할 때랑은 기분이 전혀 다르더라구요.

새삼스럽게 서울과 시골이 얼마나 다른 곳인 지 절감하며 이 곳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과연 같은 인간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이렇게 다른 환경에서 살면서 소통이라는 게 가능할까 하는 조금은 극단적인 생각까지도 들더라구요.

 

이렇게 서울에 집을 계약하고 저만의 공간을 갖게된 건 지금으로선 최선의 선택입니다.

당장 수입도 없으면서 월세부담이 만만치않은 오피스텔을 선택한 게 위험하긴 합니다만 지금 상황에서 다세대주택 쪽방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게 제겐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남친은 월세라도 본인이 부담해주겠다던데 그건 정리된 관계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죠.

가장 중요한 건 제가 어떻게 저를 먹여살리는 가 인데, 수많은 생각을 해보았으나 안타깝게도 쉽게 찾기는 힘들겠다가 결론이네요.

우선은 이 상황을 견뎌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고 이 집이나 저 집이나 할 일도 많고 자신을 추스리며 더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제겐 사실 경제적 홀로서기만큼 중요한 것이 정신적 홀로서기이니까요.

여기서도 생활을 해야하니 이것 저것 가져와야할 것들이 아직 많은데 아직은 우와좌왕 그냥 이러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시작은 시작입니다..

 

 

이렇게 대충 보고를 마치고요 궁금해하실 사야의 새 방입니다..^^  정리가되면 다시 잘(?) 올릴게요.

 

 

지난 번이랑 방향은 같구요. 한칸이라 창문은 훨 넓어졌네요. 황당하게도(?) 마침 저기보이는 팻말이 하필 제가 늘 그 앞을 지나다니던 여주대학이네요. 친구는 제게 늘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는 버릇이 있다고는 하지만 왜 묘한 기분이 안 들겠습니까.

 

 

 

 

 

2012. 02. 09. 서울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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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에서야 음악이 왜 안들어가는 지를 알았네요. 작년 12월 20일 이후로 구매한 건 개별게시글에 넣을 수가 없다네요. 이런 내용 안내받으신 적 있나요?

아니 그러면 배경음악을 뭐하러 구매합니까? 황당하기 이를데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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