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그러니까 2010년 9월 4일 사야가 술이 취했다.
그 날만 술이 취했냐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ㅎㅎ 우짜든둥 평소 술취하면 찾아가는 곳. 울 새깽이들의 집
여강이 파헤져진 이후론 산책도 제대로 시켜주지 못했고 집공사를 하고선 풀어놓지도 못해 늘 죄책감에 시달리는 중인데 거기다 요즘은 팔까지 다쳐놓아 제대로 안아주거나 놀아주지도 못하니 미안함이 극에 달했달까.
이제 씽씽이나 아끼는 내 힘으로 산책을 시키기 어려울만큼 힘이 세져 버린 것도 문제라면 문제고 말이다.
우짜든둥 평소같으면 같이 놀다가 한마리씩 풀어 한바퀴 돌고오면 또 한마리 풀어주고 뭐 이런 식으로 애들을 달래며 흙투성이가 되고 옷은 다 찢어져도 만족하고 들어와잤다지
그날은 팔도 아프고 에라 그래 맘껏 뛰어놀아라, 하는 심정으로 세마리를 함께 푸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애들이 풀리면 온 동네 개들이 그 한밤중에 짖어대는 관계로 내가 사고를 치면 수습담당인 남친이 아이들을 기다렸는데 아무래도 안오더라는거다.
술먹고 약까지 먹고 잠든 나는 일요일 정신도 없었고 하필 치통에 그 전날 밤 아끼머리랑 부딪혀 깨진 입이며 괴로와 뒹구는 사이 애들은 감감 무소식.
아무리 늦어도 두세시간이면 들어오던 녀석들인데 어디를 간건지 비도 오는데 정말 미치겠더라.
그래도 그날은 그저 배신감(놈들은 내가 안 보고싶단 말인가.)에 남친이 차를 몰고 찾으러 다니건 말건 버텼다.
월요일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드는게 여기저기 신고해놓고 애타게 찾았으나 허사. 말만한 놈들 세마리가 그것도 똑같이 주황색 형광 목줄을 하고 돌아다니면 눈에 뜨이고 위협적이어서라도 신고가 들어갈만 하건만 감감무소식.
중형견들은 하루에 15킬로도 간다는데 날아다니는 닭도 순식간에 잡아버리는 울 새끼들이 어디로 튀었는 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더라는 거지.
도대체 밥은 먹고 다니는 건지 비가오면 어디서 있는 건지 한마리도 아니고 세마리를 동시에 개장수가 잡아갔을 리도 없을텐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니 제 정신이 아니더라.
온갖 파출소며 주변 군에까지 신고를 해놨어도 어디하나 제보전화도 없고 남친과 온 여주를 구석 구석 헤집고 다니며 외쳐불러도 소식없는 내 님들이여.
한마리도 아니고 동시에 세 마리가 사라져 버리니 몸둘바를 모르겠더라.
삼일째되니 심장이 벌렁거리고 나흘째되니 애들 없으면 못살것 같단 생각까지..ㅜㅜ
내가 먹진 않아도 개고기먹는 사람들을 미워해본 적은 없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개고기문화가 원망스럽고 어딘가 살아만 있어준다면 좋겠단 간절한 마음.
설마 들어오겠지하고 사놓은 순대. 고생했을테니 먹여야지, 하고 끓여놓은 북어국들을 냉장고에 넣으며 이게 지옥이지 싶더라.
한국에 돌아와서부터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어야하는 병이(?) 생겼는데 평소같으면 몇 첨 먹지도 않을 돼지갈비를 꾸역꾸역 먹으며 '아줌마 전 뼈가 세 개 필요하니 일인분 더주세요' ' 개가 세마리인가보죠?' 천연덕스럽게 '네'
나흘이면 갔어도 60킬로는 갔을텐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전단지를 돌려야하고 현수막을 건다면 또 어디에 걸어야하는지, 개들은 밤중에 돌아다니니 새벽에 나가보겠다고 일찍 잠든 남친옆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나도 까무룩 잠이 든 9월 8일 한밤중.
그러니까 정확히는 9월 9일 새벽 한시반. 풀어놓은 지 역시나 정확하게 아흔여섯시간만에 울 새끼들이 영화처럼, 나흘을 떠돈 흔적하나 없이 꼭 아까 저녁에도 집에 있었던 것처럼 멀쩡히 나타났다!!!!!!
정말 돌아오면 엉덩이를 백대씩 때릴꺼라 결심했었지만 남친이랑 나는 그저 신기하고 감사해서 벙실벙실.
무슨 카피처럼 '집나가면 개고생이다'를 절감시키려 쌓아놓았던 먹을 것들을 마구 멕여놓고는 맘편히 앉아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저 놈들이 도대체 그 나흘간 어디를 어떻게 떠돌아다녔는 지가 너무나 궁금한거다.
gps를 달아놓고 다시 한번 풀어볼까 아님 동물심리전문가를 만나봐야할까 궁금해 미치겠는데 말을 안해주니 나만 답답하다.
이 놈들은 아 나흘간 정말 좋았는데 괜히 집에왔나 하는 표정들이고..^^;; 나는 정말 그간 행적을 비디오로 만들어 보내달라고 하나님께 떼라도 쓰고 싶은 심정이다. ( 이거 해결해주는데 현상금걸겠슴..ㅎㅎ)
나흘이나 가출을 하게 만든 이유는 뭘까 내가 뭘 잘못한 건 아닐까...흑흑
아 정말 인생은 하루앞을 모른다더니 이 나이가 되어 개새깽이들땜시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동안 울 새깽이들 사진 몇 컷
지난 번엔 다쳐 수술을 받아 안타깝게 하던 울 아끼
그땐 겨우 이박삼일 입원해놓고도 분리불안증에 시달려 나만 안보이면 창턱까지 올라가 저 난리를 쳐댔었는데 이젠 컸다는거냐?
한번씩은 꼭 사고를 쳐 이리 지내야했던 놈들.
여덟마리가 이리 평온한 시간도 있었건만
이리 애교떨던 어린 시간은 가버린 것이냐
이젠 뒷마당마저도 이리 제발 나가주십쇼 컨셉으로 바뀌었으니
새끼들아 사랑하는 내 새끼들아 이제 너희랑 어찌해야 서로 행복하겠느뇨..
2010.09.10. 여주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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