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으로 다시 내려온 지도 벌써 오일째다.
이 곳에만 내려오면 시간이 어찌 가는 지 요일이 뭔지도 모르고 지내게 된다.
잠시 다녀왔는데도 꽃밭은 잡초로 가득하고 이래저래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
어떻게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 건지야 모르겠지만 일단 서울에서의 거처를 포기하고 이 곳으로 옮겨오는 걸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일단 지난 번에도 이야기했듯이 당장 수입이 없는 내겐 경제적으로도 이게 최선의 선택이기도 하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내 생활이 좀 편리해야하는데 손봐야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라 막막하기도 한 기분.
지난 오피스텔이야 워낙 작기도 했지만 뭐든 지 내 맘대로 할 수가 있었는데 여긴 남친도 있지만 어른들 의견도 무시할 수 없고 이래저래 갑갑한 마음.
어쨌든 무진장 떠돌면서 산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어디서 사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이다. 그러니까 그게 독일인건 일본이건 이 산골이건 이게 내 집이란 편안함이 있어야한다는 것.
황당하게 들릴 지 모르겠지만 내가 일본생활을 못 견디고 결국 접은 건 그 집을 그렇게 장기간 살 생각을 하지 못하고 얻었던 것, 그리고 언제 떠날 지 모르는데다 아파트가 하도 까다로와 내 편하게 하고 살지 못했던 것도 큰 이유중 하다.
그러니 이 곳에서 살자면 많은 것이 바뀌어야하는데 맘같아선 그냥 돈 확 투자해서 다 뜯어고치고 싶지만..ㅜㅜ
우선 이 피난민 수용소 비슷한 분위기의 부엌. 사실 아무것도 없었던 거에 비하면 이 것도 감사하다만 (그 사이 김치냉장고도 생겼다..^^;;) 부엌이 중요한 내겐 손봐야할 곳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저 근사한 장은 문이 잘 열리지도 않는다..-_-
이 곳이 본채 법당, 말하자면 이제 거실로(?)로 쓰여야할 공간이다. 여긴 어떻게 건드릴 수도 없고 공간활용상 양옆 천장까지 책장만 짜 넣을 생각으로 몇 일간 분주했는데 오늘 태클을 당했다..ㅎㅎ
그리고 바라다보이는 이 방이 실제로 침실로 쓰여야하는 방인데 침대를 들이자면 저 벽장 문이며 혹 손님들이 와도 침실을 통해 화장실을 가야하는 문제며 이래저래 골치아픈 공간.
그 방 구석에 놓여있는 저게 그 자랑스러워하던 마란츠앰프랑 씨디플레이어다. 겨울엔 저 창문밖에 있는 스피커를 저 위로 들여야할 듯하고 또 보온상의 문제로 저 창문에도, 아니 집안 모든 문에 유리샷시도 해 달아야한다.
그리고 저 뒤로 보이는 방을 내 책상과 홈시어터등을 들여놓을 생각인데 오른쪽이 부엌이고 역시 구조상 여러가지로 암담한 공간. 저 보이는 문뒤가 창고인데 이 집에선 남친방을 빼곤 독립된 공간이 하나도 없는 관계로 그 창고를 지금 방으로 개조를 할까 아주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그리고 욕실. 저 구석에 간절히 아주 간절히 욕조를 놓고 싶어서 고민에 고민을 했다만 그럼 세탁기를 놓은 공간이 없어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다.. 맘같아선 욕조를 놓고 저 튼튼한 빨래판을 활용하고 싶다지..ㅎㅎ
결국 세탁기를 들였고 오늘 우여곡절끝에 아주 희한한 위치에 세면대도 달았다.
집밖도 할 일이 태산인데 집안이 더 막막해서 요즘은 밖에 앉아 풀만 뽑니다.
집 뒤로도 자갈을 깔아야겠고 앞마당도 개구리들이 알까놓는 웅덩이들도 막아야겠고 도대체 이 집이 사람사는 집같이 되는 데는 얼마의 세월이 걸릴 지 모르겠다.
그냥 다 포기하고 옆에다 집하나를 얻는 게 더 나은 방법은 아닌지란 생각도..-_-
어쨌거나 국립공원안에 살고 휴가철이다보니 지금 고속도로를 타고 내려오는 놈 하나를 포함 총 여섯 팀 예약이 잡혔다.
지금 지하수를 새로 판다고 암반을 뚫느라 난리도 아니고 집도 이 모양이다만 워낙 경치가 좋으니 놀러오는 사람들이야 상관있겠나 하는 생각으로 완전 배짱이다..ㅎㅎ
그래 이렇게 내 삶은 계속되고 있다.
어떤 경우에도 주저앉진 않을테니까 그게 무엇이든 잡고 살아내야하니까..
2008.07.26. 장성에서...사야
'2. 노란대문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흥겨운 날들 (0) | 2008.08.01 |
---|---|
업그레이드 (0) | 2008.07.29 |
산속에서의 날들 (0) | 2008.07.15 |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의미 (0) | 2008.07.08 |
드디어 몸살이 났다 (0) | 2008.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