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노란대문집

드디어 몸살이 났다

史野 2008. 7. 2. 22:41

강철체력  어쩌고 잘난척을 마구 해댔는데 드디어 몸살이 났다.

 

온몸이 쑤시고 기운도 없고 앉았다 일어날려 면 죽을 맛이다..ㅎㅎ

 

지난 일요일 남친이 벌에 쏘여 난리가 아니었던지라 나도 밤잠을 설치고 어쩌고 그래서였는 지 아님 이주 가까이 안해보던 노동을 너무 힘들게 해서인지 근육통 빼고 이렇게 몸이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월요일은 남친의 생일이었는 데 붓기가 가라앉기는 커녕 더 심해지는 듯해 결국 아침부터 담양병원까지 다녀왔다. 그 전 날은 장본다고 내가 운전해 산넘고 바다(?)건너 광주 첨단지구에 있는 마트에 다녀왔는데 이제 코너링은 거의 완벽의 경지다..ㅎㅎ

 

내 생일엔 그 친구놈이 아프고 남친생일엔 남친이 아파 둘 다 미역국도 못 먹고 지나가는 사태가 발생.

 

 

남친은 얼굴과 손 두 군데를 쏘였는데 생각보다 대단하더라.

 

 

그래 다음날에는 이런 모습으로 벌들에게 다가갔다지..^^

 

 

내 꽃밭은 이제 대충 완성이 되었다. 이제 심어놓은 것들이 무럭무럭 자라주고 싹이 돋은 것들이 좀 자랄때를 기다려 옮겨심기를 해주는 일뿐.

 

저걸 몇 일만에 끝내다니 나는 정말 미쳤다..^^;;;;

 

정성을 쏟는 일이란 그런 건지..남친은 눈만뜨면 벌을 보러가는데 나는 눈만뜨면 꽃밭으로 간다.

 

터가 워낙 넓다보니 저 정도는 정말 새발의 피다만 그래도 없을 때보단 훨씬 보기좋고 또 실제로 보면 주변과 어울려 더 이쁘다.

 

 

채송화는 드디어 이렇게 꽃을 피운다. 화단에 채송화를 본게 언제적 기억인지..

 

 

수련도 좀 사서 집안 여기 저기 놔뒀다. 수곽을 사야하는데 넘 비싸서 아직은 그냥 저 상태로 만족. 어젠 없던 봉우리가 아침엔 저렇게 생겼더니

 

 

몇 시간만에 이렇게 꽃이 피어 어찌나 감격스럽던지.

 

 

집은 차츰 업그레이드를 해가는 중이다. 비가오면 땅이 질어 징검다리가 필요하다고 투덜댔더니 남친이 나름 프로젝트(?)라고 만들어놓은 거다. 모양도 마음에 들고 집이 모아지는 느낌이라 참 좋은데 걷기가 불편하다는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ㅎㅎ

 

고무다라에 담긴 건 부레옥잠이다. 역시 수곽을 기다리는 중..-_-

 

 

잘 안보인다만 대문쪽으로도 몇 가지 걸고 놓고 그랬다. 하고 싶은 건 무진장 많은데 마음에 드는 걸 구하기도 어렵고 아직은 힘에도 부친다.

 

 

눈썰미있으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집안 여기 저기 서울의 내 화분들도 작게나마 빛을 발한다지..ㅎㅎ

 

 

어제밤부터 본채로 터(?)를 옮겼다. 내부는 몇 년을 비워뒀던 지라 아직 사람 살만한(?) 곳이 아니고 한달전부터 부엌이랑 화장실 간신히 쓰는 정도였는데 어떻게 익숙해져도 볼겸 유무선 공유기를 달아 내 노트북을 저렇게 쓰고 있으니 기분이 많이 다르긴 하더라.

 

 

그러다 눈을 들면 보이는 풍경은 참 아름답고 또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인적이 없는 것도 가게가 먼것도 모기에 뜯기고 파리가 귀찮게 하는 것도 내게 크게 문제가 되는 건 아니다. 오죽하면 내내 산속에 묻혀있다가 어찌 마트라도 가다 넘게되는 산길에서 또 감동을 하겠는가.

 

문제는 고치고 손봐야 될 게 너무 많다는 거고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그걸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는 거다.

 

꽃밭은 먼저 만든거야 서울에 와 집을 얻었을 때도 빈 집에 제일 먼저 나가서 사온 게 화분인만큼 내 심리적 안정을 위해서이지만 꽃밭만 바라보고 살 수는 없는 일.

 

내가 이렇게 왔다갔다 한다면 모르지만 만약 모든 짐을 싸들고 이 곳에 들어와 이 곳을 내 집이다 생각하고 살게 된다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남친은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할 것들을 내가 너무 단숨에 해버릴려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는데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 그 자세한 내막은 나중에 기회되면..-_-;;;)

 

요즘은 몸도 힘들지만 과연 내가 이 곳에 짐을 다 싸들고 들어와야하는 가하는 문제로도 머리가 좀 아프다.

 

어차피 주로 여기와서 지낼거면 서울에 집을 가지고 있는다는 것도 내 처지엔 굉장한 사치이니 말이다.

 

어쨌든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는다는 것은 맞는 거 같다. 몸이 힘드니 그냥 지나갈 일도 짜증스러워지고 더 막막해지고 그러는 것 같다.

 

아 몸살이라고 그냥 몸이 아프다는 거지 남들처럼 골골 앓아누워있다는 건 아니다.

 

아침에는 부슬비내리는데 꽃밭도 매고 소낙비가 쏟아지길래 몸도 힘든데 하늘이 돕는다고 야호하다가 결국 새우튀김 오징어 튀김도 모잘라 김치전까지 부쳐먹는 만행도 저질렀다...ㅎㅎ

 

잘 모르겠다. (뭐 내가 아는게 있냐만) 내가 이런 이야길 할때마다 남친은 도대체 여기 살 생각이 있는 거냐고 화를 버럭버럭 내는데 내가 총맞았냐? 살 생각이 없으면 이렇게 뼈빠지게 꽃밭일구고 그러게?

 

이번에도 느낀 거지만 나는 남들과는 좀 다른 것 같다. 확신에 차서 뭔가를 하는 게 아니라 확신을 갖기위해 뭔가를 하는 것 같다.

 

마음속이 복잡하건 몸살이 났건 이래저래 내일의 태양은 떠오를테다.(아니 비가 오면 아니겠지만..ㅎㅎ)

 

 

 

 

2008.07.02. 장성에서...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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